글읽기

내가 진중권을 역성들었던 옛날 글을 퍼와서 시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기억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진중권과 강준만이 처음 논쟁을 붙었을 때, 나는 독자 다수는 진중권의 편에 서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어른과 애가 싸우게 되면 일단은 어른이 참는 것이 공식이다. 왜? 애 기죽이면 안되잖아.

그러나 그것은 작은 싸움일 때 이야기고, 사태가 크게 번져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180도로 달라진다.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야 한다.(여기서 ‘조직’이라는 표현은 비유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작동하는 조직의 생리가 그러하다는 뜻이다. 오해하기 없기.)

선양인가 분가인가?
두 사람의 싸움은 금방 넘어서는 안되는 금을 넘어버렸다. 이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선양하는 것이고, 둘은 분가하는 것이다.  

강준만과 진중권의 관계가 넘어서 안되는 금을 넘어버렸다면, 강준만이 물러나고 진중권이 그 자리를 이어받거나, 아니면 둘이 완전히 갈라서서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이 상황에서의 공식이다.

강준만은 『인물과 사상』에 진중권을 비방하는 글을 실어서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죽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솔직히 나는 그때 강준만에게 크게 실망했다.

일단 사태는 선양이 아닌 분가로 결말이 났다. 진중권은 안티조선을 떠났다. 지금은 공공연히 안티조선을 비방하고 있다.

조직에는 조직의 생리가 있다
내가 한때 강준만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강준만이 웃사람이고 진중권이 아랫사람이며, 다수가 강준만의 권위를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예컨대 담임선생님 강준만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운 진중권학생을 적발하고는 지나치게 야단쳐서 다른 학생들까지 주눅들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건 강준만의 잘못이다.

이후 상황이 변해서 진중권은 분가했고, 강준만은 더 이상 진중권의 윗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강준만이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비판할 이유는 없어진 것이다. 둘은 외견상 대등해졌다.

이때 조직의 생리가 작용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가를 살펴야 한다. 조직은 어떤 경우에도 전체조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도세자가 죽는 것이 보통 이 상황에서의 공식이다. 왜?

본질은 범안티조선세력의 외연을 보호하기
분가를 하면 일단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서 자신의 나와바리를 개척해야 한다. 진중권의 문제는 분가를 했으면서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본가의 나와바리 안에서 자기세력을 넓히려 한 데 있다.

문제는 외연이다. 강준만은 범안티조선세력 전체의 신뢰를 담보하고 있다. 진중권은 단지 진중권 개인의 신뢰를 담보할 뿐이다. 강준만이 더 폭넓게 범안티조선세력의 외연을 연결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선양이 아닌 방법으로의 범안티조선세력의 중심의 교체는, 범안티조선세력 전체의 외연을 칼로 잘라내는 형태가 된다. 이 경우 전체조직이 위험에 빠진다.

진중권에게는 선양이 아닌 방법으로의 범안티조선세력의 중심의 교체를 시도하여, 조직의 외연이 잘려나가는 위험을 초래한 잘못이 있다.

독자의 판단은 신의에 따른다. 독자 한사람 한사람이 그 하나의 외연이고 그 외연을 잇는 것은 신의다. 이 상황에서는 폭넓은 외연을 가지고 있는 중심의 강준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것이 역사에서의 공식이다.  

진중권의 문제들
외곽에서 중심을 흔드는 것이 인류역사의 기나긴 본질적인 싸움이다. 지금의 한국사의 중심은 신당태풍에 있다. 당연히 중심을 쳐야 한다. 신당태풍의 중심으로 용기있게 뛰어들어야 한다.

진중권의 문제는 외곽에서 중심을 치는 것이 아니라, 외곽에서 조무래기들 끌어모아 거기서 골목대장질이나 하고 나자빠져 있는데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중심에 관심이 없다. 주류질서의 전복에 관심이 없다. 그는 기본적으로 외곽에서 중심을 치는 인류사의 본질적인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변방에서 조무래기들 끌어모아 꼬붕질이나 하면서 다른 논객들 비방이나 해대고 우쭐하는 맛에 저러고 사는 것이다.  

정리하면
1. 범안티조선세력의 목적은 주류질서의 교체, 곧 외곽에서 중심을 치는 것이다.
2.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외연의 확대이며 그 외연의 상당은 독자들이다.
3. 강준만이 진중권을 억누른 것은 선양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독재자적 행태라 할 수 있다.
4. 진중권은 범안티조선세력 내부에서 선양이 아닌 방법으로 중심의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5. 진중권의 시도는 범안티조선세력 전체의 외연을 잘라내는 위험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6. 진중권은 범안티조선세력 전체의 외연을 확대하여 이 사회의 주류질서를 전복하는데 관심이 없다.
7. 현재 보여지고 있는 진중권의 도전은 전체 대한민국의 중심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범안티조선세력 내부에서의 작은 문화권력 교체시도일 뿐이다.
8. 진중권은 자신의 문화권력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범진보진영의 단일한 전선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들은 모두 비유적 표현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34 구조론 나머지 부분 김동렬 2007-10-20 12222
1833 여행 하지마라 김동렬 2007-10-18 14511
1832 원자론과 구조론 김동렬 2007-10-18 12179
1831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경지 김동렬 2007-10-16 13816
1830 영어와 한자의 학습원리 김동렬 2007-10-11 17100
1829 민주화세력의 성공과 실패 김동렬 2007-10-09 14128
1828 일치와 연동 김동렬 2007-10-07 14151
1827 분청사기의 충격 김동렬 2007-10-07 16931
1826 이오덕과 권정생에 대한 추측 김동렬 2007-10-06 17078
1825 정동영 딜레마 김동렬 2007-10-06 15358
1824 학문의 역사 보충설명 김동렬 2007-09-30 14015
1823 구조론은 건조한 이론이오. 김동렬 2007-09-29 12152
1822 개혁+호남은 옳은가? 김동렬 2007-09-29 14205
1821 질 입자 힘 운동 량 김동렬 2007-09-28 11388
1820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7-09-27 11347
1819 기독교는 무엇인가? 1 김동렬 2007-09-21 14599
1818 서프 논객들이 증발한 이유 김동렬 2007-09-20 15715
1817 그리스인처럼 사유하라 김동렬 2007-09-19 11737
1816 왜 지금 전여옥이 문제인가? 김동렬 2007-09-17 15600
1815 내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 김동렬 2007-09-15 15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