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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058 vote 0 2003.10.06 (13:53:56)

공희준님의 표현을 빌면 특검은 ‘정책의 문제’이고, 신당은 ‘선택의 문제’인데, 파병은 ‘철학의 문제’이다. 정책이나 선택은 그렇다치고, 철학이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 ‘철학’ 바깥에서 얻어지는 노무현의 업적에 관심이 없다.

『클린턴부부의 방문? 다 뜻이 있는 거지, 그걸 꼭 내 입으로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노무현이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열어가든, 혹은 신당으로 총선에 이기든, 혹은 다른 무슨 대단한 업적을 세우든 간에 그런 따위가 나의 관심사일 수는 없다. 이번 파병문제 그만치 중요하다.

우리가 노무현을 청와대로 파견한 것은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 준비작업으로 먼저 한국을 개조하기 위해, 그 기초작업을 하라고 선발대로 보낸 것이다.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세상은 60억 인류가 사는 지구촌 전체이다. 대한민국 하나 잘되고 못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경제? 부시가 지랄하면 3주일 정도 주가가 출렁일 것이다. 독재를 휘두른 덕분이긴 하지만 마하티르는 IMF와 맞서고도 버텨내지 않았던가?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경제가 나빠지면 경제개혁을 더 철저히 하면 된다.

경제걱정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당장 경제가 좋아진다면 이는 경기변동의 주기가 더 짧아졌다는 의미다.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이는 경기변동의 주기가 더 길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그럴수록 경제개혁을 철저히 해야 한다. 부시 낙선시키면 10년 호황 온다.

경제문제에 연연할 거 없다. 총선승리에 연연할 거 없다. 참여정부의 성공에도 연연할 거 없다. 그 따위는 잊어라! 진짜는 따로 있다. 세상을 바꾸는 첫 단추를 노무현이 끼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파병하면 몽창 나가리다.

서프의 예측은 늘 맞아왔지만 나는 두렵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서프의 예측이 거의 들어맞았다. 정권출범 후에도 청와대와 코드가 맞아왔다고 볼 수 있다. 서프에는 서프 특유의 예측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코드가 잘맞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대선은 총력전이다. 총력전에서는 황태연 식으로 잔머리 굴린다고 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밑바닥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예측하기가 쉽다. 표면을 보지 말고 이면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보기만 하면 된다.  

정권출범 직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다. 노무현에게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 역시 예측하기 쉽다. 초반에는 정석대로 가는 것이 맞다. 고수는 정석대로 둔다. 노무현은 집권초반에 정석대로 두어왔고 그 덕분에 서프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정권출범 후 8개월이 지났다. 슬슬 긴장이 풀릴 때가 되었다.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 단계에서 중반 전투모드로 변환되는 시점이다. 결정적인 오판은 보통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정말이지 서프의 예측이 앞으로도 잘맞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어려워졌다. 어쩌면 서프의 좋은 시절도 끝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긴장해야 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사즉생의 총력전이 되어야 한다. 조만간 파병을 반대하기 위해 길바닥에 드러누워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이 친미파를 등용한 이유는?
노무현정권에는 유독 친미파가 많다. 당연하다. 노조를 치려면 단병호위원장을 노동부장관에 앉히는 것이 맞고, 미국을 치려면 친미파를 등용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가는 것이 정치의 공식이다. 단병호 만이 노동자들에게 “노무현 믿고 참아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친미파를 대거 등용했다는 것은 언젠가 부시와 한판 붙겠다는 의도로 나는 이해했다. 내가 대통령이라도 당연히 그렇게 한다. 미국을 모르고 어떻게 미국을 다룰 수 있단 말인가?

친미파들의 임무는 ‘부시 어르기’다. 한승주, 윤영관들이 요즘 제철 만난 듯이 떠들고 다니는데 이들이 스스로 노무현정권의 실세로 착각하고 있다면 그들의 처지를 깨우쳐주는 조치가 지금 나와야 한다. 니들은 미끼다. 밥통들아!

송두율 추방은 안된다
경계인 운운은 싱거운 소리고 송두율은 이미 전향한 사람이다. 요식행위는 남아 있지만 그건 더 구차한 거다. 이 상황에서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공식이고 독일로 추방한다면 노무현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을 노출시키는 셈이 된다.

몇가지 의문이 있다. 첫째 송두율은 왜 제발로 걸어들어 왔는가? 둘째 국정원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셋째 청와대는 아무것도 몰랐단 말인가?

송두율이 끝내 독일로 추방된다면 결론은 이렇다. 첫째 송두율은 식견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리버리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기어들어왔다. 둘째 국정원은 노무현을 엿먹이기 위해 송두율의 귀국을 방치했다. 셋째 노무현은 아마추어정권으로 국정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국정원내 정형근세력에 뒤통수를 맞았다. 결론적으로 고영구 짜르고 국정원을 대숙청해야 한다.

고영구가 정형근 따위에 뒤통수 맞을 아마추어는 아니라고 본다. 추방으로 결론이 나서 노무현정권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 어찌 됐던 송두율은 입 닥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길이다.

왜 DJ는 신당을 지지하는가?
클린턴부부가 방문하고 있다. 왜? 그의 당면목표는 부시 재선을 저지하는 것이다. 노무현을 가운데 놓고 클린턴과 부시의 구애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역할할 사람은 노무현이 아니라 DJ다. 노무현은 부시 친구(?)를 마크하는 것이 맞고, DJ가 클린턴을 상대해주는 것이 맞다.  

DJ가 만나야 할 사람은 클린턴 외에도 여럿 있다. 조만간 만델라도 만나야 하고, 코피 아난도 만나야 하고, 카터도 한번 더 만나야 하고, 기회가 된다면 김정일도 만나야 한다. 물론 김정일이 서울을 방문해서 만나는 것이 경우에 맞다.

이쯤 되면 필자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DJ가 신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알만도 한데.. 물론 내놓고 신당을 지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DJ와 노무현, 신당 3자의 ‘이해관계의 일치’는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좋다. 꼭 손을 잡고 등을 두드려야만 한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설칠수록 DJ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설치면 클린턴도, 만델라도, 김정일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경우 DJ가 역할할 공간이 사라진다. 이걸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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