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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44 vote 0 2003.10.01 (16:36:33)

돈을 빌린다고 치자.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면 크게 공감하여 같이 부둥켜 안고 눈물 흘려주는 사람은 돈을 빌려주지 않을 타입이다. 입으로 인심을 후하게 썼는데 돈까지 내준다면 손실이 두배가 되는 것 아닌가?

반면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귀를 막는 사람은 오히려 돈을 빌려줄 사람이다. 그가 등을 돌리고 귀를 막는 이유는 이자를 몇푼이나 남겨먹을까 계산하기 위해서다. 채무자와 같이 울어주다가는 이자는 커녕 원금도 떼이는 수 있다.

노무현이 요즘 부시에게 입으로만 인심을 후하게 쓰고 있다. 그걸로 계산이 다 되었는데 또 병사를 보내서 몸으로 때우기까지 해야한다면 이중으로 손실이 아닌가?

그런 거래는 원래 잘 안된다
북핵문제를 고리로 미국과 거래를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거래는 원래 잘 안된다. 거래가 잘된다면 한보가 왜 망했겠는가? 거래가 안되니까 망하는 거다. 이승엽선수 300호 홈런볼이 1억2천에 팔리니까 56호 홈런볼은 50억설 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게 잘 될까? 천만의 말씀.

거래가 성립하기도 어렵다. 가격을 두고 흥정하는 과정에서 구매자의 목적(홍보효과)이 상당부분 달성되어버리기 때문이다.(처음 1억2천에 사겠다고 한 연변사업가는 가만 앉아서 수억원의 광고효과를 얻었다.)

대통령은 가만 있는데 참모들이 북핵과 연계시켜 어찌 해보려는 모양이다. 빅딜은 가당치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 물론 관련성은 있다. 거래는 안되지만 응수타진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달성된다. 어쨌든 답이 없는 문제와 연계를 시켰으니 파병문제 역시 답이 없어지게 되어 있다.

소수파의 선택은 제한되어 있다
현재 노무현은 원내 1/4 정도의 세력을 차지하고 있다. 파병을 두고 찬반을 토론하면 50 대 50으로 갈라진다. 이 상황에서 파병을 거부하면 자동으로 그 중 50을 먹는다. 즉 지금의 두배로 세력이 커지는 것이다. 횡재다.

문제는 나머지 3/4을 그 반대편 50으로 몰아주는 것이다. 즉 우리가 파병거부의 50을 먹고 남는 50을 한,자,민 3세력이 고루 나눠가지게 만드는 거다. 여기서 시간이 걸리고 계산이 복잡해질 뿐이다. 민주당 넘들은 얼릉 파병지지선언 안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밤중에 도둑처럼 한강다리를 건너왔다. 시간을 되돌려 42년전 그들을 한강다리 저쪽으로 되돌려 보낼 것인가이다. 위대한 한국인가 부끄러운 한국인가! 선택하라


요 며칠 파병과 관련한 보도가 잦아졌다. 위에서 파병으로 결정해놓고 분위기조성 하는거 아닌가 하고 눈치 긁는 사람도 많다. 한가지 말한다면 나는 그런 식으로 뉴스나 보고 쓰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글질할 자격 없다.

일희일비 하기 없기. 또한 본질을 보고 꿋꿋하게 가기.

‘여론 봐가며 결정한다’ 하니 그 말을 순진하게 믿고 여론타령 하는데 그거 유치한 거다. 여론 눈치나 볼 양반이라면 대통령 자격도 없다. ‘여론을 본다’는 말은 파병결정 과정을 나중을 위한 선례로 삼기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의미다.

파병여부? 다 결정되어 있다. 올 3월에 결판난 거다. 이제서야 주판알 튕겨보고 결정할 심산이라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도 없다. 김진표, 한승주 헛소리? 그것도 나름대로 역할이다.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가면 적들이 오판을 해주나?

노무현의 필살기가 뭔가? 적을 오판으로 유도하기다. 청와대에서 ‘조중동 오보사업’ 하고 있는거 보이지도 않는가? '1년만 지나면 조중동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게 만들겠다'는데 아직도 조중동 보고 오판하고 그러기 있나?

노무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바둑에는 정석이 있고 정치에는 수순이 있다. 하수가 다음 수를 어디에 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고수가 어디에 놓을지는 알 수 있다. 초반은 무조건 정석대로 두기 때문이다.

여론은 파도를 타고 보도는 춤을 춘다. 최근 파병찬성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 그것도 오르내리는 하나의 리듬에 불과하다. 여론으로 싸우면 파병반대가 절대로 이긴다. 그래! 여론싸움으로 대가리 깨질 때 까지 한번 붙어보랴?

잘못 알려진 이라크 치안상태
이라크의 치안에 관해 많이 잘못 알려져 있다. 미군이 고전한다는 식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어서 안된다. 하루에 한 명씩 죽고 있다지만 그 정도면 양호한거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서 자국민 10만명 죽인 나라가 미국이다. 몇 천명 개죽음이야 눈 하나 깜짝 안한다.  

내년 대선이 본질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통째로 집단적 외상을 앓았다. 이라크전에서 승리하고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되자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자기네들이 전쟁을 한 이유를 따져보게 된 것이다.

“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이라크전은 미국인들의 집단적 외상 치료를 위한 한 판의 푸닥거리다. 그야말로 '죽음의 굿판'을 벌인것이다. 그 결과로 일부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뒤늦었지만 냉정하게 따져본 결과 자기네들이 미친 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시가 똥줄이 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파병요청은 이라크 치안을 해결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겨볼 요량으로 잔꾀를 부리는 거다. 부시는 얼마전에도 유엔에서 큰소리 치고 왔다. 정말로 이라크가 급했다면 유엔에서 죽는 소리 했을 거다. 그러나 부시는 지금도 당당하다.

이유가 뭘까? 뻔하다. 유엔에서 죽는 소리 하면 재선이 물건너 간다. 그래서 유엔에다 못하고 대신 한국에다 아쉬운 소리 하는거다. 무슨 뜻인가? 파병 안해도 부시는 당분간 노무현에게 꼼짝 못한다는 거다.

또한 본질을 보자. 이라크가 급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외교를 조져놓고 '부시가 외교를 조졌다'는 사실을 감추는데 목적이 있다. 즉 국군의 파병은 부시가 자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데 이용되는 소품에 불과한거다.

그러므로 노무현이 북핵문제 등 국내사정을 들어 전투병 파병을 거부해도 부시는 이 사실을 노골적으로 문제삼지 못한다. 여기서 판을 더 키우면 사기가 들통나기 때문이다.

부시 왈..

“나 노무현에게 뺨맞았어요. 한국 참 나쁜 나라죠. 그쵸?”

이렇게 될 거 같은가? 노무현에게 뺨이나 얻어맞고 울고 다녀서 대통령에 재선될 수 있나? 부시의 결정은 하나다. 그것은 체면을 깎이지 않는거다. UN에서 체면을 깎이지 않기 위해, 만만한 한국을 건들고 있는데, 여기서 오바질 하다가는 한국에서도 개쪽을 까는 수 있다.

체면을 깎이지 않으려면 선택의 폭은 극도로 좁아진다. 부시는 한국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보복을 못하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은 부시의 체면만 세워주면 된다. 돈 빌리러 온 사람 옷고름 붙잡고 같이 대성통곡만 해주면 된다.

그리고 파병요청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부시가 노무현에게 기어야 할 사연은 몇가지 더 있다. 지금은 응수타진에 불과하고 노무현은 거기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정석대로 가는 것이다. 다행이게도 선거는 우리가 먼저다.

파병여부, 내년 총선으로 결판내자
파병여부를 내년 총선에 붙여서 다수당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신당은 보나마나 파병 반대이고 민주당은 최고위원 최명헌이라는 자가 파병에 찬성했다고 하니 뻔할 뻔자 한나라당과 한통속이다.

전투병파병과 같은 중대사를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여론으로 결정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개헌은 의석의 과반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2/3로 결정한다. 대한민국의 국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다. 전투병 파병은 국시를 바꾸는 차원의 일이다. 과반이 찬성해도 파병할 수 없다.

여론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부시가 한국인의 여론을 움직일 자신이라도 있거든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재주라도 좀 부려보든지 니맘대로 한번 놀아봐라는 거 뿐이다.

오피니언 리더 1프로가 광해군을 끌어내렸다
광해군을 제거한 사림세력은 1퍼센트도 안되는 그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였다. 역사를 배운 사람은 안다. 명분을 장악한 1프로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명분이 어디에 있나? 광해군 꼴 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중동들이 파병에 찬성하고 있는 지금 대통령이 파병거부의 결단을 내리면 그 리더십은 진짜 빛난다는 사실이다. 그래 북치고 장구치고 판돈이야 재주껏 올려봐라. 나는 언제나 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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