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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05 vote 0 2003.12.22 (17:25:08)

제가 포용을 말한 것과 서영석님이 강준만도 이해하자고 말한 것이 겹쳐서 범 서프라이즈차원의 전술적 후퇴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군요. 걱정 붙들어 매셔도 좋습니다. 전 단지 바른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정치가 100은 아닙니다. 세상이 100이면 역사는 70쯤 되고 정치는 다시 그 안에서 51 쯤 됩니다.

『 조순형을 향해 열정적인 구애의 시선을 날리는 최병렬, 악마의 시선을 용케 피하는데 성공한 조순형의 판정승!!! 』

강준만, 진중권들의 오류는 정치를 100으로 놓고 계산하는 데 있습니다. 정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일부일 뿐이며, 우리는 결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한발짝 물러선 듯 한 말을 한 뜻은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까놓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막말로 이야기해서.. 글쟁이 김동렬의 입장만 놓고 보면 우리당의 패배가 훨씬 이익입니다. 예컨대 진중권이라면 민노당이 집권한다 해도 야당 할 사람입니다. 글쟁이는 원래 정부여당을 비판하는게 직업이지 않습니까?

다수당 한나라당이 의회독재를 획책하고 있으므로, 그나마 저희가 노무현을 옹호할 여지가 있는거지, 만일 내년에 우리당이 압승한다면 저부터 노무현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글쟁이들 믿지 마시라고요.

논객질 하는 인간들 믿지 마시라고요. 그 인간들은 자기 살아날 뒷구멍부터 만들어놓고 움직이는 작자들입니다. 그들은 교활하고 야비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저도 서영석님도 이름쟁이님도 공희준님도 진중권 강준만들도 믿지 마세요.

저는 우리당이 이기는 쪽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며 그럴 의사도 없습니다. 이기려면 간단합니다. 민주당과 다시 합치면 됩니다. 저는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들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형님은 말리는게 맞고 아우들은 나서는 것이 맞다
정치가 100이 아닙니다. 정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합니다. 중요한건 미학이며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입장입니다. 우리는 드라마의 미학적 완성을 위하여 가는 것이지 목전의 승리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비극이라면 우리는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할 것입니다.  

보스가 결전을 앞두고 부하들을 소집하여 .. “나 혼자 싸우다 죽겠다. 집에 갈 사람은 돌아가라” 이렇게 말하는게 상식이지.. “날 위해서 싸우다 죽어다오. 같이 죽으러 가자” 이렇게는 말 못하는거 아닙니까?  

제가 어제 포용을 말씀드린 뜻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글쟁이가 선량한 사람들을 혹세무민하여 사지로 끌고가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나는 끝까지 싸우는 길로 가겠지만,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유혹해서 함께 가자고 해서는 안되지요.

동화에 나오는 ‘하멜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 기억하십니까? 소년들을 엉뚱한 곳으로 유인해서 데리고 가서 안되지요. 지도자가 군중을 향해 ‘함께 가자’고 요청해서는 안됩니다. 오직 군중이 그 자체의 관성과 동력에 의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영석님이나 제가 ‘하멜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서 안됩니다. ‘우향우 한 다음에 좌향좌 하라’ 하는 식의 지시는 강준만스럽고 진중권스러운 행태입니다. 저희는 단지 깃발을 꽂아놓는 방법으로 군중을 결집시킬 수 있을 뿐이며, 군중은 그 자체의 동력과 논리와 관성에 의해서 움직여가는 것이며, 그것이 서영석님이 말하는 ‘역사의 추세’입니다.

바람 찬 여의도에서 노무현의 시혁명발언..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보스가 졸개들을 소집해 놓고 “나와 함께 싸우다 죽자”고 말한 것으로 착각되는 모양이지만.. 저는 그 반대로 들었습니다. “나는 일시 후퇴해도 니들은 계속가다오” 저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우연이지만 서영석님 글과 제 글의 취지가 비슷해진 것은 서영석님도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시민혁명’.. 노무현이 전술적 1보 후퇴를 암시한 것입니다. ‘내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도 니들은 나 따라오지 말고 계속 진군하라’는 메시지입니다.

노무현으로서는 이회창을 엮어넣어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유도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분리하여 순서대로 각개격파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사전정지작업으로 민주당을 회유해서 어리둥절하게 해놓고 가는 것이 공식입니다.

같은 시점에 제가 포용을 강조하고 서영석님이 강준만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은 두 사람이 다 그런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으로 봅니다.

시민혁명 우리가 한다
시민혁명은 노무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당선 직후 기억하십니까? 노무현당선자가 노사모회원들에게 “제가 청와대 들어가면 여러분들은 뭐할거죠?”하고 질문했을 때 노사모들은 “감시, 감시!”하고 외쳤습니다. 대통령은 그 발언을 매우 섭섭하게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왜?

그리고 저는 노사모의 해체에 반대했습니다. 왜? 더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감시하겠다는 말은 노사모가 여전히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겠다는 의미입니다. 노사모가 대통령 앞으로 전진해서 길을 열어줘야지, 뒤에 있는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어서 안됩니다.

노사모는 자체의 관성과 동력에 의해 굴러가야 합니다. 김원웅, 유시민이 빠져나가도 개혁당이 계속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노무현이 없어도 노사모는 자체의 관성에 의해 계속 전진해가야 하는 것입니다. 서프라이즈의 관성을 서영석이나 김동렬이나 공희준이나 이름쟁이님이 말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리하면 노무현의 여의도발언은..

“나는 뒤에 쳐져서 이회창을 죽이고 갈 테니 너희들은 내 신경쓰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

입니다.

이회창을 죽이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민주당을 포용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신경쓰지 말고 개혁세력들은 계속 전진해 달라는 뜻입니다. 노무현은 하멜린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닙니다. 노무현이 우리를 끌고가는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은 시동만 걸어놓고 떠날 것이며 우리는 노무현을 잊고 의연하게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덧글..
결사적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있지 싶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속되게 말하면 여의도발언은 모종의 전술적 방향전환을 앞둔 집안단속용입니다. '이 양반이 시방 DJ와 빅딜을 하려고 저러시나'.. 하여간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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