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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72 vote 0 2005.04.21 (16:52:07)

강준만은 도를 닦아야 한다

강준만의 글을 읽고 느끼는 것은.. 인격적인 수양이 덜 되어 있다는 거다. 도를 닦아야 한다. 냉정해 질 수 있어야 한다.

강준만은 그 글을 쓰면서 쪽팔리지 않았을까? 한때 파워맨 1위를 구가했던 천하의 강준만이 이런 찌질한 글이나 쓰다니 하고.. 맘 속으로 부끄럽지 않았을까? 그 부끄러움이 오히려 그를 더 망쳐버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다 든다. 하여간 강준만이 나보다 젊은 사람이라면 ..

“사내 자식이 그깟 일로 부끄러워 하기는..!”

하고 웃어주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에구. 탄식할 뿐이다. 강준만의 글 내용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거고.. 사실이지 유시민을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강준만 자신을 비웃는 글 같다.

그래도 몇 마디 첨언한다면.. 강준만의 글은 대략..

● 유시민은 선동을 일삼는 마키아벨리스트다.
● 그런데 유시민은 너무 순수하다.
● 너무 순수하므로 유시민의 마키아벨리즘은 성공하지 못한다.
● 순수한 그대여! 깨끗하게 정치 그만두고 나하고 낚시나 다니는게 어때?
● 써놓고 보니 강준만 내 이야기네.(에구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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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은 DJ가 실패할 걸로 보고 DJ를 밀었던 것이 아닐까? DJ의 당선시점 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일 안될 거 같은 사람 노무현을 밀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실패하겠지. 멋진 비극의 주인공. 앗싸!”

그런데 또 성공해 버렸다. 꼬인 것이다.
책상물림 학자의 한계다.

노무현이 억울하게 실패했으면 공분을 담아 ‘시일야방성대곡’을 쓰려고 했는데 멋지게 성공해 버려서 역할이 없어졌다.

시골 서생의 역할은 거기까지.. 그에게는 우리편이 승리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것이다.(노무현 대통령께 줄을 대서 KBS 사장이라도 한 자리 시켜달라고 하기에는 자존심 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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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노무현의 이름 뒤에 따라붙은 ‘승부사’라는 표현은 ‘마키아벨리스트’와 동의어다. 정치가 그렇다. 성공하면 승부사고 실패하면 ‘마키아벨리스트’다.

강준만의 모든 표현들은 유시민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있다. 사실이지 그렇다. 유시민이 실패한다면 마키아벨리스트가 될 것이다. 그는 선동정치를 일삼는 분파주의자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성공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한 여론조사에서 42프로 지지로 인기 1위를 인정받았다.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강준만의 비판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았다.


(고뉴스=최형우 기자) 대학생들은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정치리더 중에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에게 가장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문화 매거진 '씽굿(Thinkgood)'에 따르면 대학생 254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신진정치인 베스트1'을 묻는 설문조사에 유시민의원이 42%의 지지율을 얻어 1위로 꼽혔다고 4월19일 밝혔다.(하략)


하기사 강준만 말대로 유시민의 잘못도 있다. 근데 유시민의 장점이 뭔가? 토론한다는 거다. 소통한다는 거다.

정치인이 망가지는 이유는 한번 실수를 바로잡지 못하고 계속 엇길로 가는 거다. 유시민은 토론하고 소통한다. 자신의 포지션을 고정시켜 놓지 않는다.

이번의 영천장날 유세만 해도 그렇다. 강준만들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의 전개일 것이다. 유시민은 이렇게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자잘한 실수들이 전체적인 과정에서 용해되어 버리는 거다.

실수는 DJ도 했고 노무현도 했다. 중요한건 경직되었느냐 유연하냐다. 소통하는 자는 오류를 시정하고 소통하지 않는 자는 오류를 시정하지 못한다.

유시민이 자신의 오류를 시정할 때 자칭 386 찌질이들은 “이랬다 저랬다 하기냐” 하고 시비를 붙지만.. 우리는 유시민이 우리의 충고를 귀담아듣고 오류를 바로잡아준데 대해 고마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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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건 아니고.. 필자는 강준만의 발언을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본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예컨대.. 예전에 고건총리가 물러나면서 대통령께 대드는듯한 행동을 했지만.. 필자는 그것을 정치적 퇴직금으로 치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쓴 바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늘 하는 이야기.. 정치는 제휴다. 정치 궁합론이다. 상생과 상극이 있는 거다.

고건이 노무현 밑에 있으면서 사고를 쳤다면 당연히 하극상이지만.. 이미 짐가방 챙겼다면 퇴직금 줘서 분가시켜 줘야 한다. 고건은 대통령께 대드는 척 하는 방법으로 봉건영주로 독립하여 정치적 입지를 챙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건이 귀엽다.(연장자에게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양해를^^)

또 예를 들면.. 옛날에는 민노당과 많은 논쟁을 했는데 이젠 논쟁할 이유도 없어졌다. 가는 길이 다른 거다. 민노당이 10석을 먹고 원내에 진출하므로써 독립세력이 되어 한 구찌 먹고 떨어져 나간 거다.

반면.. 국참연은 그 반대다. 우리가 가는 길 앞에서 걸치적거리는 존재가 되어 있다. 당연히 쳐내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은 우리의 앞길을 막지 않는다. 저쪽에서 자기네들 끼리 딴짓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신경쓸 이유도 없다.

강준만도 마찬가지.. 이제는 우리의 앞에서 길을 막고 뭉기적 거리고 있는 똥차가 아니고.. 뒤에서 낙오된 폐차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비판할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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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정치는 제휴다. 부지런한 제휴를 통해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제휴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다. 종자가 다르면 제휴한다. 종자가 같으면?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상대를 제압하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다.

강준만은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치도 없는 존재로 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제휴를 모색해야 할 정도로 서로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민노당도 마찬가지.. 조만간 민노당이나 강준만류와 제휴를 모색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제휴의 전제조건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거다. 제휴한다는 것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로 합쳐지지 않는다는 거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으므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국참연은 성분이 비슷해서 제휴의 대상이 아니라.. 흡수의 대상, 혹은 제거의 대상이다. 반면 민노당이나 강준만류는 성분의 차이가 너무 나서 흡수할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다.

흡수도 불가능, 제거도 불가능.. 그렇다고 타도해야 할 적도 아니라면? 우리의 주적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강준만이 저쪽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우리가 입을 타격은 없다. 강준만의 발언은 오히려 유시민을 돕는 것이다.

강준만의 글은 ‘나도 유시민 팬클럽에 가입시켜줘’ 하고 징징대는 거 같다. 맘 속 깊이 사모하는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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