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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누구를 지지했을까?

진정한 고수(高手)는 항상 두 개의 카드를 준비하는 법이다. 감성의 카드와 이성의 카드가 있다. 감성적으로는 한화갑을 지지했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노무현을 지지했을 것이다.

고수는 원래 그렇게 한다.

그런데 DJ가 한화갑, 김홍일, 박지원들을 후견한 증거는 무수히 찾을 수 있지만 노무현을 지지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감성과 이성.. 감성은 감성의 원칙에 맞추고 이성은 이성의 원칙에 맞춘다. 무슨 말인가? 여기서 ‘감성의 원칙’과 ‘이성의 원칙’에 밑줄 쫙.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경선에서 누구를 지지했을까?

고수는 항상 두 장의 카드를 준비하는 법.
약한 패와 강한 패를 감추고 있다면 당신은 어느 카드를 먼저 내밀 것인가?

약한 패를 먼저 내미는 것이 맞다. 강한 패는? 만약을 위하여 보험을 들어둔다. 그 보험을 함부로 헐지는 않는다.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그 패를 까지 않는다.

왜인가? 약한 패로는 상대방을 꺾을 수도 있고(상대가 약할 경우) 상대방의 전력을 알아낼 수도 있다.(상대가 더 강할 경우) 그러나 강한 패로는 상대방을 꺾는 단 하나의 용도에만 쓸수 있다.

무슨 뜻인가? 필자는 대선 이후 DJ와 노무현의 이심전심을 수도 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DJ가 노무현 대통령을 도운 흔적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 천만에! 필자의 눈에는 무수히 보여진다. 대선 이후 DJ는 무수히 노무현을 도왔다.

그런데 왜 보이지 않을까? 앞에서 말한 바 감성의 원칙과 이성의 원칙의 차이.. DJ가 노무현을 상대할 때는 이성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DJ는 정이 많은 분이다. 최근 행보에서 보이듯이 민주당에도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왜? 약한 패는 상대를 제압하는 용도와 상대의 전력을 알아내는 두 가지 용도에 두루 쓸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냉담한 척 한다. 왜? 강한 패는 은밀히 보험에 들어두었다가 최후의 순간에 딱 한번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DJ가 공공연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후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한화갑으로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아끼는 한화갑, 아끼는 김홍일, 아끼는 박지원에게는 감성의 원칙을 적용하여 인정으로 쓰다듬어 준다. 약한 패는 두가지 혹은 세가지 이상의 용도에 두루 쓸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성의 원칙을 적용한다. 부러 거리를 벌리고 냉담한 척 한다. 모르는 척 한다. 강한 패는 최후의 순간에 단 하나의 용도에만 쓸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수의 방법이다.

DJ가 노무현을 도운 증거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DJ가 무수히 노무현을 도왔다고 필자가 믿는 근거는?

필자가 일전에 쓴 글에서..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가 진짜로 단일화 의지가 1프로도 없었다면.. 당연히 역으로 선제공격을 개시하여 정몽준에게 먼저 단일화 하자고 압박하면서.. 대신 정몽준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내걸어서 정몽준을 궁지로 몰아붙일 것인데.. 승부사 노무현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단일화 성사에 방해가 되는 암초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할것으로 필자는 확신을 했던 것이다.

물론 명계남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대중과 함께 간다는 것은 목동이 양떼를 모는 것과 같다. 목동은 절대 양떼의 앞에서 고삐를 잡아당기지 않는다.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해서는.. 절대 양떼를 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 없다.

필자의 어제 글에서.. 동학 지도자 김개남의 예를 인용하여 말했듯이.. ‘한결같이 한 방향으로 일을 몰아가는’ 능력 말이다. 명계남은 김개남에게는 있었던 그게 없다.

목동이 양떼를 인도하는 바른 방법은? 그것은 대중이 큰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되는 암초를 제거하는 것이다. 양떼는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암초가 없는 방향으로 간다. 전방에 방해물이 있으면 그 방해물을 피해서 가는 것이다.

유시민의 경선 전략은? 그것은 자신을 홍보하여 당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2007년 대선승리에 걸림돌이 되는 암초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국참연이라는 암초를 발굴한 것이 서프라이즈의 큰 수확임은 물론이다.

DJ는 노무현호의 앞길에서 무수히 암초를 제거해 주었다. 필자가 DJ와 노무현의 이심전심을 믿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DJ가 탄핵범들을 중재하면서 어물쩡 화해를 시도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필자는 DJ가 정말 고맙다.)

DJ는 그러나 .. 한화갑, 김홍일, 박지원들에게는 애정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왜? 측근들에게는 감성의 원칙을.. 그리고 진정한 계승자에게는 이성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측근들에게 애정을 표하는 것은 그들은 요긴하게 써먹을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보험금을 함부로 빼먹어서 안되듯이.. 노무현이 손대서 안되는 적금통장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단지 보이지 않게 암초를 제거해 줄 뿐 표나는 도움은 주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명계남, 이상호, 이기명 등은 ‘오해다’, ‘억측이다’ 하며 변명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이게는 명백히 저쪽을 위해 봉사를 했다. DJ가 암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게 노무현을 도왔듯이, 그들 역시 마땅히 그들을 비판해야 할 때 침묵하는 방법으로 저쪽에 봉사한 것이다. 한편 그들은 유시민을 암초로 보고 제거를 시도했던 것이다.

생각하라! DJ 주변에 DJ 외에 없었다. 단 하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주변에 노무현 외에 단 하나도 없다. 왜일까? 그들은 고수다. 고수는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곁으로 부르지 않는다.

왜인가? DJ가 노무현을 자주 부르면 때가 묻어서 노무현이 한화갑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이성의 원칙이다. 보험으로 묻어둔 노무현을 아끼기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주변에 있던 사람들.. 노무현이 기꺼이 곁으로 불러주었던 사람들.. 노무현이 등을 두드리며, 스킨십을 하며 감성적으로 대접한 사람들.. 그들은 진짜가 아니다. 그들은 사석작전에 버리는 카드이다. 또는 심심할 때도 써먹고 급할 때도 써먹고 한가할 때도 써먹는.. 두루 써먹는 약한 패다.

당신이 약한 패와 강한 패를 감추고 있다면.. 약한 패를 먼저 내밀고 강한 패는 나중 내민다. 약한 패로 통하면 좋고, 만약 약한 패로 통하지 않으면.. 보험으로 묻어둔 강한 패는 최후의 순간에 빼든다.

그러므로 그 어떤 사람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써먹어도 좋은.. 써먹다가 탈 나면 버려도 좋은.. 약한 패다. 고건이 가장 약한 패였으므로 노무현이 고건을 가장 먼저 써먹었던 것이다. 이광재, 안희정 역시 약한 패였으므로 먼저 써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에 들어둔 격으로 장롱 깊숙이 묻어둔, 끝까지 손대지 않고 놔둔 카드는? 그것은 끝끝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위기 때 딱 한번 쓸 수도 있다.

고수는 진정한 계승자에게는 정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벼랑 밑으로 떨어뜨려 놓고 제 힘으로 기어오르는지 지켜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을 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들은 원래부터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기사 동교동24시를 써서 DJ를 핍박했던 자칭 DJ 측근.. 운전기사 손아무개 같은 사람도 있었다. DJ와 가까웠던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는 말이다.

● 갈등이 있다면 대충 봉합해서 두고두고 앓느니.. 이참에 확실히 결별하여 굵고 짧게 끝내는 것이 출혈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소영길은 국참연 의장이다. 국참연 고문이면 당연히 국참연 의장을 고문해야 한다. 과연 예측이 적중하여 소영길이 혼자 독박을 쓰고 죽었다. 말씀대로 혼자 죽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부의 문제는 게시판에다 쓰지 말고 고문과 의장이 단 둘이 만나서.. 주리를 틀든지, 곤장을 치든지, 꼬뚜레를 꿰든지, 재 너머 사래 긴 밭도 있고 하니 길마를 씌워 쟁기를 끌게 하든지.. 할 일이지 왜 엉뚱하게 네티즌을 고문하는가 말이다. 가서 국참연이나 고문하세요. 이왕이면 물고문으로 부탁합니다.

● 이 상처는 영원히 치료되지 않을 것이다. 치료되지 않는 것이 후세를 위한 교훈으로 삼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덧글.. 게임에서는 약한 패가 오히려.. 역정보를 제공하거나 상대를 유인하는 등.. 다방면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고수는 항상 약한 패로 게임을 리드하곤 한다. 그래서 고수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군상들도 일단은 써먹을 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집해 놓는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고 보면 그것들이 전부 사석(死石)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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