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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866 vote 0 2005.05.03 (08:55:34)

개혁은 첫째 패러다임의 변화이며, 둘째 그 변화를 젊은세대가 기성세대들을 상대로 설득해 가는 과정이다. 어제 글에서 썼지만..

독재에서 민주화, 반공에서 햇볕, 권위에서 탈권위, 예속에서 자주로 가는 개혁의 길을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맨투맨으로 설득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당이 보선에서 깨진 이유는 우리당이 젊은이들에게 그러한 역할을 부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실용파의 득세로 개혁이슈가 쟁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젊은 층의 투표율 저조 때문이다.

개혁이 신세대가 기성세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라면.. 기성세대는 설득당하기가 귀찮고 신세대는 설득하기가 귀찮다. 그렇다면? 지금 증거를 수집해 놓았다가 큰 선거때 몰아서 한꺼번에 설득하는 것이 맞다.

우리당도 마찬가지. 우리당의 혁신은 개혁파가 실용파를 설득해 가는 과정이다. 설득하려면 적어도 실용파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즉 그들이 지분을 가지고 기득권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파가 당권을 잡았다 치고, 우리당이 공천을 잘했으면 승리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 그래도 역시 졌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유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져도 명분은 얻어야 했는데.. 이번 보선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다 잃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신 중요한 것을 얻었다.

실용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얻은 것이다. 퍼주기식 지역개발 공약 따위로는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반대증거가 찾아진 것이다. 행정수도 공약으로 자민련을 무력화 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충청표심을 잡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는 절대로 자부심을 쫓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충청사람에게 자부심을 줄 것인가? 이걸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싸워서 당권파를 축출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혁파가 당권을 잡아도 보선에서 이기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어차피 질 싸움이라면 공천이라도 잘해서 명분을 축적하는 걸로 국민의 신뢰를 쌓자는 거다.

영천은 졌다
누가 패배했는가? 우리당이 진 것이 아니라 영천사람들이 진 것이다. 광주는 노무현을 선택암으로써 명예를 얻었지만, 영천은 박근혜를 선택함으로써 불명예를 얻었다.

광주와 영천의 현격한 수준차이..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진실.

그러나 우리는 영천을 비난할 수 없게 되었다. 민정당 출신 정동윤을 내밀어놓고 표를 달라고 말하기는 숙쓰럽지 않냐 말이다. 이게 문제.

이번 보선의 패배자는 우리당이 아니라 영천이다. 그런데도 영천이 졌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결론은 길게 내다보고 반대증거를 쌓아가야 한다. 개혁의 노선이 옳다는 증거를 지금 수집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보선으로 우리는 실용파가 틀렸다는 증거를 수집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10월에도 보선이 있고 내년이면 지자체가 있다고 한다. 개혁파가 당권을 잡으면 이길 수 있을까? 천만에!

우리당이 정치를 잘 하면 국민들이 표를 줄까?
천만에.

우리당이 정치를 잘 해도 국민은 표를 주지 않는다.
정치를 잘 한다고 표가 나온다고 여긴다면 순진한 거다.

그렇다면?

영천사람이 잘해야 영천에서 표가 나오고 충청사람이 잘해야 충청에서 표가 나온다. 우리가 잘해서 안되고 그들 유권자들이 잘해야 하는 것이다.

80년대 민주화투쟁만 해도 그렇다. 누가 민주화를 이룩했는가? 우리가 아닌, 국민들이 민주화를 일구어낸 것이다. 국민들이 잘했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표가 나왔다. 그 결과로 우리는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해서 안되고 유권자들이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초기단계부터 그들을 참여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공을 세울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낙하산으로 전략공천 해놓고, 그들의 참여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자부심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돈 줄테니 표달라! 기업도시 줄테니 표달라. 우리가 잘할테니 표달라! ≪- 이런 소리 할 때는 지났다. 정치를 흥정으로 할 때는 지났다.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잘해서 표 나오지 않는다. 국민들이 잘해야 표가 나온다. 국민들이 스스로 잘해서 자부심을 가질 찬스를 우리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잘할 수 있나? 국민은 참여를 잘할 수 있다. 상향식 공천을 잘할 수 있다. 상향식 공천의 방법으로 그들이 공을 세워서 자부심을 가질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향식 공천만 하면 표가 나오는가? 천만에!

상향식 공천을 한번 해서 안되고, 열 번하고 백번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진심을 믿어줄 때 까지 두들기고 두들기고 또 두들겨야 한다. 우리당부터 솔선수범 해야 한다.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개혁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동영, 김근태는 얼씬도 말라
정동영, 김근태를 당으로 불러들이자는 주장은 이왕 망한 거 초가삼간을 홀랑 태워먹자는 주장이다. 아껴야 할 마무리투수를 마구잡이로 투입해서 어쩌자는 말인가?

이 상황에서 정동영 나오면 정동영 죽고, 김근태 나오면 김근태 죽는다. 앞으로도 무수히 죽어야한다. 죽고 죽고 또 죽어야 대선을 한번 이길 수 있다.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실까?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힘들더라도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대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유시민을 키우고, 강금실을 불러들여야한다.

희망은 어디에?
이번에 투표 안한 젊은 유권자들이 오히려 희망이다. 그들은 적어도 한나라당을 찍지는 않았다. 돈에 홀려 우리당 찍은 이들은 오히려 우환거리다. 그들은 더 달라고 떼를 쓸 것이다.

그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흥정을 하려 들것이다. 충청표심이 무엇인가? 흥정하자는 거다. 차떼기, 책떼기로 돈질도 잘하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을 경쟁시키지는 거다. 가망없다. 곧 죽어도 우리의 희망은 젊은세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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