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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8 재보선만 해도 그렇다. 여야는 총력전을 벌였다. 혹자는 미니 총선이라 했고 혹자는 대선 전초전이라 했다. 결과는? 11 대 2로 한나라 압승, 민주당 참패! 그러나 4개월 뒤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졌다.

정치만사 새옹지마 아니겠는가? 보선결과에 큰 의미를 둔다면 바보다. 그렇다 해서 보선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그냥 어물쩡 넘어간다면? 그 역시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져야하는 싸움도 있다. 유감없이 싸우고 멋지게 져주어야한다. 그것이 승부사의 자세다. 지저분하게 싸워서 뒷말 나오는 것 보다 깨끗하게 져주는 것이 훨 낫다.

이번 보선.. 독자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솔직히 이겨도 걱정이요 져도 걱정이다. 이기면 박근혜 아웃되고 한나라당이 환골탈태 할까봐 걱정.. 그 와중에 우리당은 실용파가 기고만장 해질까봐 걱정..

지면? 사기 떨어져서 의기소침 해질까봐 걱정.. 이래도 걱정이고 저래도 걱정이라면? 맘 비우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어쨌든 당면한 선거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적의 숨은 힘을 남김없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최선은 당선에 최선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최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선.. 우리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최악의 공천잡음을 낳고 말았다. 한심한 일이다.

솔직히.. 1석 더 얻는 것 보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하고, 적의 숨은 힘을 남김없이 드러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또 그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보선으로 다음 선거의 투표율이라든가 여론의 움직임이라든가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 데이터는 축적되었다가 나중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명선거로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깨끗한 선거로 최선을 다했을 때 유의미한 데이터가 얻어지는 것이다. 지저분한 선거를 하면? 선거는 선거대로 지고 얻는 것이 없다. 그렇게 얻어진 데이터는 진실을 반영하지 않으므로 다음 선거에서 오판을 하게 만든다.

정치인들이여! 이기면 이긴대로 지면 지는대로 교훈 좀 받았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들 교훈을 받지 못할까? 2002년 88보선의 교훈을 다들 잊었단 말인가? 정신 좀 차리면 어디가 덧나나? 그렇게도 기억력들이 없나?

꼭 유권자를 바보로 만드는 전략공천을 해서 유권자들 기분 잡치게 만들어놓고 선거하고 그러기냐? 우리 제발 그러지 말자. 그만큼 깨져보고, 실패해보고, 망가져 봤으면 이젠 교훈을 얻을 때도 되지 않았나.

져줄게임은 져주고 이길 게임만 잡아도 넉넉한데 1석 더 얻어서 뭐하려고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돌이켜봐야 한다. 유권자들 머리 위로 공을 돌리는 고공농구 말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YS의 삼당야합.. 그 결과로 그 인간이 권력은 얻었을지 모르나 역사 앞에서는 철저히 망가졌다. YS.

역사가 YS를 어떻게 기록할까? 뻔하다. 역사의 기록자는 이 서프라이즈 안에 다 모여있다. 서프라이즈의 그들이 어떻게 기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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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어야 한다. 금모으기 운동으로 IMF를 조기에 극복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 정부가 힘을 잃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99년 9월의 옷로비사태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

옷로비 사건은 사실 별거 아니다. 오고간 금품의 액수가 그리 큰것도 아니고.. 실패한 로비에 불과하다. 사건이 될 수도 없는 작은 일.. 그러나 그 작은 일로 국민의 정부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왜?

우리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말하면 1999년 3.30 재보선이 문제였다. 구로을에서 한광옥이 50억을 뿌렸다는 설이 나돌았다. 물론 조중동 찌라시의 뻥튀기이므로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국민은 그걸로 맘이 돌아선 거다. 옷로비는? 이미 마음이 돌아선 국민이 잔트집을 잡은 것에 불과하다.(DJ 말대로 작심하고 마녀사냥 한거다. 왜 국민은 마녀사냥을 하려 했을까?)

무엇인가? IMF극복과 금모으기 운동으로 80프로 지지를 구가하던 국민의 정부 지지율이 반토막이 난 것은 딱 두가지 사건이 원인이었다. 첫째는 구로을 보선의 금품선거설, 둘째는 권노갑 김옥두가 개입되었다는 인사비리설.

옷로비는? 구로을과 인사난맥상에 대한 증거가 없으므로, 국민이 작은 걸로 트집을 잡은 것에 불과하다. 이거 알아야 한다.

참여정부만 해도 그렇다. 이광재 등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오일게이트설 등 조중동의 자잘한 트집잡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히려 50프로대로 상승하는 이유는?

(이제는 조중동이 무슨 수를 써도 옷로비와 같은 대박을 낼 일은 영원히 없다. 이거 알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금품선거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참여정부 들어서 인사비리가 없다는 점.. 이 두가지로 본질에서 점수를 딴것이다. 최근 자주외교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국민은 지난 2년간 줄곧 지켜보고 있다가 노무현의 깨끗한 정치를 보고 이미 마음을 준 것이다. 지지율이 올라갈 계기는 그동안 잠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 2002 이후 국민의 정부 지지율 폭락의 진짜원인은 옷로비가 아니다.
● 참여정부의 지지율 급등의 진짜원인은 자주외교가 아니다.

까놓고 말하자. 우리 국민이 바보냐? 외교 하나 잘했다고 단박에 지지율 올라갈 정도로 바보국민으로 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그렇다면?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진짜 원인은?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은 지난 총선의 깨끗한 선거와 공정한 인사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것이 진짜다. 무엇이 진정 국민의 마음을 밑바닥에서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번 보선은 이게 뭐냐 말이다. 왜 이렇게도 잡음이 많으냐 말이다. 이겨도 좋아할 수도 없고, 져도 실망할 것도 없는.. 그런 선거가 되고 말았다. 에그.

보선에서 한석 얻을 궁리 말고.. 이기든 지든 국민의 마음을 잘 분석하고 데이터 확보해서 교훈받을 궁리나 하자. 정치인들이여! 교훈 좀 받아라!

덧글.. 이번 보선은 박근혜를 영천에 일곱 번 보낸 것으로 이미 성공한 선거다. 전패를 한다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져서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다 해도, 의석을 잃은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공천잡음을 일으킨데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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