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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00 vote 0 2004.02.23 (15:28:04)

오늘자 중앙일보 사설에 의하면 딴나라의 그들은 ‘건전보수세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모양이다. ‘건전보수?’ 그렇다면 불건전한 보수도 있나? 다수의 보수는 불건전하지만 숨은 소수의 건전보수를 살려내면 희망이 있다고라고라?

『 금상첨화 혹은 설상가상.. 이미지가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고, 이미지가 유일한 밑천인 자도 있다. 전자는 흥하고 후자는 망한다.(합성 원판은 디시인사이드)』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건전보수’라는 표현을 중앙일보가 쓴다는 그 자체로 우리의 승리다. 그들 조차도 ‘보수는 기본적으로 불건전하다’는 상식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웃자고~ ^^)

불건전한 보수는 무엇인가?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냉전시대로 회귀시키려는 자들이다. 최병렬이 고별사(?)에서 ‘친북반미, 급진좌파’ 운운한 것도 그렇다. 최병렬구하기에 올인한 조갑제의 발언들도 그렇다.

문제는 한나라당을 말아먹은 그 불건전보수의 수괴 조선일보가 최병렬을 팽하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상식으로 돌아가자. 조갑제는 오판하고 있고 조선일보가 바로 보았다. 한나라당의 살길은 이념의 아집을 버리고, 색깔론의 편견을 버리고, 과거에 그들이 이회창을 영입했던 것과 같이 밖으로 문호를 개방하는데 있다.

열려야 한다. 열린우리당처럼 활짝 열려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닫혀버렸다. 닫힌한나라당이 되었다. '빨갱이가 우려된다'. '친북좌파가 걱정된다.' '반미자주가 우려된다'면서 안으로 문을 닫아걸고 달팽이처럼 껍질 속으로 숨어버렸다.

조, 최의 이념적 집착이야 말로 문을 닫아거는 행위로써 한나라당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을 여는 자가 승리하고 문을 닫는 자가 패배한다.

왜 이념에 집착하면 망하는가? 이념이 경쟁을 회피하는 구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을 빌미로 문을 닫아걸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이 그렇듯이 열려야 한다.

이념이 경쟁을 회피하는 구실로 기능할 때 망한다
냉전 이후 현실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식자들은 다투어 ‘이념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한마디씩 했다. 물론 좌파를 겨냥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념의 종언’을 외친 자들이 집단으로 휴거되고 있다. 이런 기가 막힌 역설이라니..

본질을 보아야 한다. 김동렬식으로 말하면, ‘보수는 없다.’ 역사적 맥락으로는 오직 진보가 있을 뿐이며, 보수는 ‘진보를 제외한 기타 잡동사니들’로 규정될 수 있다. 즉 보수는 있어도 그 분명한 ‘이념적 실체’가 없는 것이다.

보수주의를 이념의 형태로 정립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한다. 조중동이 그러한 헛된 작업을 되풀이 한 결과가 한나라당의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념은 ‘코드’다. 코드는 교육을 통해서 성립한다. 교육을 하는 집단은 둘이다. 하나는 학교이고 하나는 교회이다. 유럽에서 보수의 아성은 기독교다. 기독교의 폐해를 목도한 이들이 여기에 대항하고 있는데 그 구심점은 ‘학계’이다.

유럽에서 코드를 생산하는 주체로 학계와 기독교계가 있을 뿐이며, 학계는 노동자와 결탁하여 진보를 하고 있고, 기독교계는 자본과 결탁하여 보수를 하고 있다. 이것이 대강의 밑그림이다. 이는 유럽의 사정이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어떤가? 종교집단도 있고, 봉건귀족의 잔재도 있고, 유교주의 정서를 이어온 농민집단도 있다. 핵심은 물론 자본이다. 사회의 성공한 졸부들이 그 중핵을 이루고 있다.

왜 일본좌파는 망가지는가? 일본 좌파도 학계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결탁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곁가지고 본질은 학계다. 학계는 유교주의에 기초한 위계서열이 엄격해서 경쟁하지 않는다. 일본 좌파는 노인이 100살 까지 해먹는다. 우리의 민노당도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보수가 강하다. 이유는? 내부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주체는 주로 ‘사회의 성공한 졸부’들이다. 우리는 보통 ‘자본’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하지만 본색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이문열이다. 사회 각 분야의 성공한 졸부그룹에 속한다.

그 안에는 관료도 있고, 재벌도 있고, 군인출신도 있고, 소설가도 있고, 변호사도 있다. 경쟁을 숭배하는 다양한 ‘성공시대의 주인공들’을 망라하고 있다. 좌파들이 이들을 ‘자본’의 이름아래 한묶음으로 처리하는 것은 ‘노동’과 대비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이다.

김강자경찰서장이 민주당으로 가는 이유 또한 이문열이 한나라로 가는 이유와 같다. 김강자는 졸부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다. 홍준표나 김홍신들도 그렇다. 그들의 공통점은 경쟁을 통해 승리해 왔으며 명성을 팔아 벼슬을 사려는 자들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보수가 득세하는 이유는.. 이들 성공한 명망가들, 혹은 졸부들을 영입하여 끊임없이 새 피를 수혈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쟁을 숭배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이들이 대단한 이념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명성을 팔아 벼슬을 사려는 자들 
한나라당이 맛탱이가 간 이유는, 한때 그들이 성공했던 이유와 같다. 지난 10여년간 그들은 두 번에 걸친 공천혁명을 성공시키고 총선과 지자체에서 압승했다. DJ의 민주당은 패배했다. 왜?

지역에 똑똑한 인재가 있다고 치자. 우리당이, 혹은 DJ의 민주당이 공천을 주겠다고 해도 들어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에는 잘도 들어간다. 왜? 코드 때문이다. 엘리트 중에는 범생이가 많다. 그들은 우리당의 당료들과, 보좌관들과, 의원들의 기질과 성향을 두려워 한다.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정당의 문화가 다르다. 우리당은 의원들도 그렇지만 보좌관들도 운동권출신이거나 혹은 좀 놀아본(?) 애들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도 그렇다. 범생이들이 이런 거칠은 사람들과 부대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코드가 맞는 한나라당으로 간다.

사실이지 정당에는 난닝구들이 좀 필요하다. 그들 엘리트들은 당료라는 이름의 난닝구들을 싫어한다. 그들은 DJ시절 민주당의 이런 정서를 피해서 한나라당으로 갔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총선에는 이겼지만 대신 한나라당이 범생이의 당으로 환골탈태하여 망한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이재오 김문수 등 몇몇 난닝구들이 있다. 하지만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관료주의다. 오세훈, 남경필, 원희룡, 등 젊은 층일수록 더하다. 강재섭, 권오을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난닝구분위기를 혐오해서 한나라당으로 갔던 그 범생이들이 지금 최병렬을 찍어내는 선봉장이 되어 환골탈태를 외치고 있다. 과연 이들 범생이들이 한나라당을 구할 수 있을까?

경쟁의 문화, 난닝구의 문화
정당에는 난닝구가 있어야 한다. 범생이의 당이 되면 100프로 망한다. 꼭 일본 사회당처럼 망한다. 경쟁이 없으면 망한다. 경쟁그룹은 둘이다. 보수는 성공한 졸부 혹은 명망가들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고, 진보는 운동권 출신들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좌파가 망한 이유 .. 학계를 중심으로 범생이의 당, 관료주의당, 노인당이 됨.
한나라당이 깨지는 이유 .. 범생이의 당, 관료주의당, 노인당이 되어서 망함.

한나라당은 두 번에 걸친 공천혁명을 성공시켰지만 난닝구는 이재오 등 약간을 수혈하고 있을 뿐 대개 범생이를 공천하였다. 그들은 정치를 하러 정당에 입당한 것이 아니라 실은 관료로서 한나라당에 취직한 것이다.

민정당이 망한 이유도 범생이의 당이었기 때문이다. 민주계 난닝구를 수혈하여 잠시 살아났다가 두 번에 걸친 공천혁명으로 난닝구를 학살하고 범생이의 당으로 환골탈태시켜 망쳐먹은 그들이, 또다시 환골탈태를 주장하고 있으니 또한 우습지 아니한가?

역설이지만 우리당이 하는 짓은 전형적으로 ‘난닝구 짓’이다. 당을 깨고 새 당을 만드는 일 말이다. 운동권이나 하는 짓이다. 범생이들은 이런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로지 회창님을 모시고 관료조직으로 상의하달, 명령복종 밖에 모르는 자들.

정리하자. 당이 살려면 경쟁을 해야한다. 나쁘게 말하면 난닝구다. 두가지 경쟁그룹이 있다. 하나는 사회의 성공한 졸부 혹은 명망가들이다. 이문열, 김홍신, 김강자, 홍준표, 최불암, 이주일.. 명성을 팔아 벼슬을 사려는 자들 말이다.

이들을 영입하여 성공시킨 예가 일본 자민당이다. 또 하나는 운동권이다. 이들을 영입해서 성공한 예가 과거라면 DJ와 YS였고 지금의 우리당이다.

본질은 경쟁이다. 어떻게든 경쟁을 하면 흥하고 경쟁을 안하면 죽는다. 모든 패자들의 공통점은 이념을 빌미로(민노당과 한나라당), 혹은 정통성을 빌미로(민주당) 경쟁을 회피하며 교묘하게 문을 닫아왔다는 점이다.

열리면 살고 닫히면 죽는다.

경쟁하기 위해서는 열려야 한다. 열면 쏟아져 들어오고, 숫자가 많으면 경쟁을 해야한다. 요는 어떻게 경쟁을 할 것인가이다.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 선한 경쟁을 해야한다. 자본의 물리력을 앞세운 폭력을 경쟁으로 미화시켜서 안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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