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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01 vote 0 2004.03.24 (14:42:03)

한나라당이 망한 이유는 본질가치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망한 이유는 본질가치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조중동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본질가치는 우파이념이다. 이게 틀린거다. 한나라당의 본질가치는 유교주의 전통이다.

『 드뎌 찾았으니 오늘로서 본부를 해산하는 바입니다. 』

탄핵의 패륜은 한나라당의 본질가치인 유교주의를 시궁창에 처박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문중이 종가집 불천위어른의 사당을 불태운 것과 같다. 제사가 끊어지고 문중이 망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본질은 따로 있다. 그 본질을 바로보아야 한다. 조중동이 한나라당을 망쳤다. 그들은 우파이념을 강제하여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그들의 본질인 유교주의를 팽개치도록 만들었다.

적들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서프가 우리당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멸망사'를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

다시 읽는 한나라당 멸망사
한나라당의 자산가치는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유교주의 관습과 전통이다. 여기에 자본주의이념으로 벌어들인 수익가치가 더해져서 한나라당의 내재가치를 구성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자산가치는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유교주의 관습과 전통이다.
● 한나라당의 수익가치는 조중동이 강조하고 있는 자본주의, 우파이념이다.
● 한나라당의 상대가치는 이러한 내재가치의 기조하에 확대된 한나라당의 외연이다.

한나라당이 망한 첫번째 이유는 조중동 쥐떼들의 선동에 현혹되어 수익가치에 전념하느라 자산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동양반이 불천위어른의 사당을 무너뜨리고 신주단지를 시궁창에 던져버린 것과 같다.

한나라당이 망한 두번째 이유는 최병렬이 노무현과 정동영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이미지 위주의 상대가치 획득에 주력하느라 본질가치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외연이 차단되고 말았다.

이회창이 선전한 이유
이회창은 한나라당에 두번의 총선승리와 한번의 지자체선거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만하면 밥값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회창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성공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 기조를 밀고 나갔어야 했다.

왜 이회창인가? 이회창은 대단한 우파 이데올로그가 아니다. 그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의 본질은 전통과 권위와 서열을 중시하는 유교주의다. 예컨대 이런거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가장 효과적인 선거구호는?

"이번에는 형님인 이회창이 하고 다음에는 아우인 노무현이 하면 되잖아."

이 구호가 부동표들을 움직였다. 굉장한 파괴력이 있었다. 실제로 노무현에 우호적인 많은 사람들이 이 구호에 현혹되어 이회창에 투표했다. "노무현? 좋지. 그러나 아직 덜 여물었어. 5년간 더 공부하고 와. 담엔 꼭 찍어줄께" 이랬던 것이다.

무엇인가? 실제로 한국인들을 움직이는 것은 조중동이 강조하는 우파이념이 아니다. 유교주의 연공서열 문화다. 한나라당이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핵심자산인 것이다. 이거 잃으면 종가집 제사 끊어지고 한나라당 문닫는다.

예컨대 이런거다. 불천위어른의 기일이다. 문중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사당 앞 마당을 가득 메운다. 두번 절하고 방문 닫아걸고 멍석위에 부복하여 엎드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의 고민은 언제 일어나는가이다.

맨 앞줄에 회창어른과 무현형님이 있다. 두 사람 중 누군가의 헛기침을 신호로 하여 일제히 일어난다. 이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 중에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 관습이며 정서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거다.

한나라당의 헛기침 신호 .. 온건, 합리, 포용, 관용, 서열중시, 전통존중, 질서, 예의
반대당에 덧칠하는 색깔 .. 폐쇄, 배타, 극단, 끼리끼리 해먹는, 편협, 옹졸, 독선

이것이 묵시적으로 통하는 한나라당의 코드이다. 그들만의 헛기침 신호이며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입소문이다. 영화를 홍보하더라도 그렇다. 광고비를 몇십억 써도 흥행이 안된다. 확실한 것은 입소문이며, 입소문은 코드가 맞아야 한다.

그 코드를 생산하는 것이 곧 유교주의 정서다. 그 유교주의라는 자산을 탄핵이라는 가장 반유교적인 패륜행위로 하여 말아먹은 것이다. 그들은 자기 손으로 문중의 종가집 사당에 불을 지른 것이다.

한나라당의 마지막 구원투수 김문수
한나라당이 사는 유일한 방법은 김문수를 당 대표로 하는 것이다. 왜? 예의 코드를 사용하려면 오직 김문수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문수는 이른바 '과거빨갱이'다. 유교주의 프레임에 의하면 이거 전혀 문제 안된다. 조선왕조 500년 당쟁사의 노하우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온 전통이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운동권출신이 성공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빨갱이? 젊은 사람의 기백을 보여준 거지 .. 그게 뭐 어때서?"

돌아온 탕자의 논리가 있다. '그 사람 젊었을 때는 패기있게 좌파운동도 하더니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개과천선하고 새 사람이 되었다네. 빨갱이도 개과천선 하는 한나라당이야 말로 위대한 당이 아닌가?' 이런 논리가 있는 것이다.

과거빨갱이 김문수를 포용하므로서 한나라당의 그릇은 두배로 커진다. 이는 경상도당인 한나라당이 전라도에서 성장한 이회창을 포용하므로서 그릇 크기를 과시한 것과 같다. 한나라당의 본질가치인 '온건, 포용, 관용, 예의, 전통존중, 질서'의 논리에 맞다.

500년 당쟁사의 노하우가 축적된 유교주의
유교주의 예법의 작동원리를 모르고 한국에서 정치할 수 없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은 허울좋은 것이다. 유교주의는 커다란 용광로와 같아서 좌파건 우파건 그 안에서 다 용해된다.

조선왕조 500년 당쟁사의 노하우가 응축되어 있다. '이회창 다음은 노무현'이라는 구호로 마찰을 피해가는 수법이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예법이고 서열이다. 불천위 어른의 제삿날에는 여당이고 야당이고 하나가 되는 문화가 있다.

실제로 여러분들은 김해 김수로왕릉의 김해김씨 문중제사에서 정치적으로 극과 극인 김대중과 김종필이 나란히 조복을 입고 제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유교주의 전통에는 여야를 초월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다.

조선왕조 500년 사림들이 무수한 당쟁을 통하여 얻은 지혜와 경험이 응축되어 있는 그 모든 노하우와 자산을 한나라당은 탄핵 하나로 말아먹은 것이다.

97년 다수의 경상도인은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 된다.'는 슬로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이인제를 찍었다. 그들은 유교주의 예법의 작동원리에 따라 김대중의 당선을 방조한 것이다. 그 표가 무려 500만표다. 이 500만표를 잡는 사람이 승리한다.

큰 승리를 위하여 큰 집이 필요하다
물론 유교주의 전통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500년 당쟁사의 노하우는 배워두어야 한다. 여야를 초월하고 좌우의 이념을 초월하는 예법의 작동원리가 있다. 그 거대한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불천위어른 제사에서 한나라당의 헛기침 신호로 사용되어 온 .. '온건, 합리, 포용, 관용, 서열중시, 전통존중, 질서, 예의'의 코드를 우리당의 이심전심 코드로 이용해야 한다. 반대로 적들에게는 '폐쇄, 배타, 극단, 끼리끼리 해먹는, 편협, 옹졸, 독선'의 이미지를 덧칠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소수가 아니다. 우리가 다수파이고 우리가 여당이다. 우리가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다수를 제어하는 코드'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가 소수일 때는 열린사회의 이념이나 개혁의 명분만으로 행동통일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수일 때는 다르다. 필연적으로 내부혼선이 일어난다. 유교주의 전통을 우습게 봐서 안된다. 500년 당쟁의 지혜가 녹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유교주의의 폐단도 많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 중 긍정적인 부분만 받아들여서 우리의 자산가치로 삼고 더하여 개혁의 이념을 수익가치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의 서민적 정체성과 정동영의 폭넓은 동선은 상대가치로 삼아 플러스 알파를 이루어야 한다.

큰 승리를 하려면 큰 집부터 지어야 한다. 우리당은 막강 200석을 바라보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200석을 아우르는 이심전심의 코드와 전략이 지금 일찌감치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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