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말 꺼내봤자 본전도 못 찾는 거 알지만 그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한마디 해보기로 합니다. 아래는 걍 참고로만 받아들여 주기 바랍니다.
 

정치는 ‘게임의 법칙’에 지배된다. 싸움이 치열하게 붙으면 50 대 50의 구도로 간다. 쇼트트랙의 김동성선수처럼, 마지막 순간에 반걸음만 더 내딛으면 이길 수 있다. 민노당 포함 PK의 6석은 그 반걸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이기게 되어있는 싸움이다. 이기는 싸움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번에는 작게 이겼지만 다음에는 더 크게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민노당이 우리당의 호남석권도 지역주의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웃기는 짜장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지역에서 될 사람 찍어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노동자는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당에 투표하는 것이 맞다. 그것은 이기적인 결정이며, 그 이기와 이기를 경쟁시켜 최대다수의 이익을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다.
 
지역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선택이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윗선에서 진행되는 모종의 속임수에 현혹되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무모한 게임에 불가피하게 끌려들어 가는데 있다.
 
막말로.. 지역주의를 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은 된다. 그러나 독재국가라면 몰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역주의는 반드시 지게되어 있다. 왜? 정치는 제휴이기 때문이다.
 
‘제휴의 법칙’ 상 지역주의 방식은 제휴에 실패하므로 해서 항구적으로 패배하게끔 세팅되어 있다. 독재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지역주의는 무조건 진다. 특정 지역이 쪽수를 믿고 뭉치다가는 역포위를 당한다.
 
문제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가 손해보는 장사임을 모르는데 있다. 깨우쳐줘야 한다. 그 방법은 TK를 거듭 패배시키는 거 뿐이다.   
 
열린 시각에서 보자.
본질을 보자. 지역주의라는 표현은 남용되고 있다. 김해사람이 우리당 찍은 것은 지역주의가 아니다. 차원을 달리해서 보자. 지금은 지역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씨족이 있고, 학벌이 있고 연고가 있다.
 
비유로 말하면.. 네티즌은 인터넷이라는 공간 안에서 네티즌지역주의를 하고 있다. 인터넷지역이 있는가 하면 종이신문지역도 있다. 기독교지역이 있는가 하면 불교지역도 있다.
 
서울대지역이 있는가 하면 연고대지역도 있다. 학벌과 혈연과 지역.. 그 총체적인 연고주의의 바다 위에 외로운 돛단배 하나로 상고나온 사람의 지역도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그 나라의 TK가 하나씩 있다. 나라마다 그 나라의 TK를 관리하는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다.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일본도 그 나라 안에 쪽수를 믿고 발호하는 집단이 하나씩 있다.
 
그런대도 선진국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나름대로 그들 내부의 TK를 관리하는 노하우를 축적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축적된 노하우로 지역주의를 관리하므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본질은 파쇼적 거대관심
지역주의가 문제되는 이유는 파시스트적 ‘거대관심’ 때문이다. 미시주의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영남과 비영남의 대결이 지역주의라면, 조갑제가 선동하고 있는 남북한의 대결은 또 무어란 말인가?
 
박근혜가 TK지역주의로 먹고 있다면, 조갑제는 남한지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 김정일은 북한지역주의로 해먹고 있다.
 
김해시민이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파쇼적 거대관심이 아니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광주와 전북사람이 우리당에 몰표를 던지는 것도 역시 현명한 선택이다.
 
문제는 현실성 없는 거대망상에 있다. 조갑제의 망상을 보라! 이게 조금 더 스케일을 키우면 ‘외계인이 침략한다. 지구인은 단결하라’ 뭐 이렇게 된다.
 
영남이 단결해서 대한민국을 접수한다? 거대망상이다. 노무현이 호남을 죽이려 한다? 남프들의 거대망상이다. 파시즘이다. 우리의 관심을 소박한 미시의 일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민노당이 주장하고 있는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말기’ 이런 것도 좋다. 보다 작은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좀 더 현실성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보다 작은 곳으로 눈을 돌려라
문제는 인간들이 죽어보자고 현실성 없는 큰 곳으로 눈을 돌린다는 점이다. 왜? 무관심이다. 실은 정치에 무관심한 인간들이.. 전혀 진지하지 않는 인간들이 현실성 없는 문제로 도피하는 것이다.
 
예컨대 집안에서 생활이 잘 안되는 사람이.. 휴거를 기다리며 광신적인 종교로 도피하듯이 말이다.(종교인에게는 죄송.. 적당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아서)
 
호남인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진지하기 때문이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영남인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신경하기 때문이다. 당해보지 않았고 절박하지 않다는 거다.
 
눈앞의 일상적인 문제에 신경쓰기를 귀찮아 하는 인간들이 공연히 씩씩거리며 터무니 없이 거대한 문제에 집착하는 현상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다. 조갑제다. 갑제 왈
 
“난 말야! 국제적으로 노는 편이지. 김정일과 한판의 머리싸움을 하고 있다구. 어제는 김정일이 내 글을 읽고 무서워서 오줌을 쌌다더군.”
 
이런 식이다. 한마디로 인간이 맛탱이가 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는데 있다. 기어이 지구를 구하고야 말겠다는 독수리 오형제들 주변에 많다. 부시가 대표적이다.
 
이라크를 응징하여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고 말겠다는 미국인들의 거대망상도 본질에서 파쇼이며 지역주의도 맥락에서 이와 같다.   
 
조선일보는 남북한의 대결이라는.. 그들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떡고물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일보 독자들에겐 그러한 과대망상이 취미생활이 된다. 휴거를 기다리는 광신도들의 망상과 본질에서 같다.
 
한나라당은 영남과 비영남의 대결이라는.. 그들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떡고물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아마 그것을 어쩌지 못하고 두 팔로 끌어안은 채 죽어갈 것이다.
 
인간들이여! 진지해져라. 현실에 관심을 가져라. 소박하고 작은 일상의 것으로 눈을 돌려라. 그러면 승리할 수 있다. 장애인 문제, 여성문제, 일용직 근로자 문제.. 다 작고 표 안나는 것이다. 진짜다.
 
제휴의 법칙을 이해하라
지역주의는 영남성 안에 고립되었다. 이제 고삐를 채우고 관리하는 일만 남았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또한 제휴의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정치는 제휴다.
 
1) 게임의 참여자는 자신의 개입을 유의미하게 하려고 한다.
2) 이러한 유권자의 균형감각이 약자에겐 동정, 강자에겐 견제로 나타난다.
3) 유권자의 개입이 내시균형을 이루어 양 극단으로의 평형수렴 효과를 낳는다.
4) 평형수렴 원리에 의해 기본적으로 판은 50 대 50의 구도로 간다.
5) 50 대 50의 팽팽한 상태에서 역동적인 소수가 제 3세력(부동표 혹은 중도파,  외부세력)과 제휴하여 승리를 쟁취한다.
 
이것이 제휴의 법칙이다. 제휴의 양대 축은 우둔한 다수와 역동적인 소수로 나눠진다. 이회창이 우둔한 다수라면 노무현은 역동적인 소수이다. 한나라당이 우둔한 다수였다면 우리당은 역동적인 소수였다.
 
판세가 50 대 50으로 팽팽해지는 평형수렴의 효과는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자체와 같은 작은 싸움은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지만 대선과 같은 치열한 싸움에서는 평형수렴효과가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때 역동적인 소수가 외부세력 혹은 중도세력 혹은 부동표와 제휴해서 김동성이 결승점에서 왼발을 내밀어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듯 아슬아슬한 승리를 이끌어 내곤 한다.(간발의 차이로 보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당과 민노당이 PK지역에서 얻은 6석은 김동성의 왼발과 같다.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이다. 이 구도를 유지한다면 한나라당이 영남성에서 탈출하지 않는 한 항구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우리당이 지향하는 방향
노무현과 우리당은 지금까지 역동적인 소수의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었다. 선거때 마다 제휴에 성공했고, 싸울때 마다 이겼다. 그러나 총선에서 152석을 얻은 지금 우둔한 다수가 될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프앙들이 우리당에서 한 발을 빼고 독립세력으로 남는 방법으로 우리당 내부에 강한 긴장감을 유발시켜야 한다.
 
● 민노당 - 이념으로 경직된 소수
● 민주당 - 지역주의로 경직된 소수
● 한나라당 - 지역주의로 경직된 다수
● 우리당 - 역동적인 소수(총선 후 우둔한 다수가 될 위험)
 
민노당은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제휴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총과의 관계정립에 성공한다면 장차 역동적인 소수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다.
 
민주당은 지역주의에 발목이 잡혀 어느 세력과도 제휴를 성사시킬 수 없다. 한나라당은 덩치가 클 뿐 아니라 지역주의로 경직되어 있어 제휴가 불가능하다.  
 
TK의 몰락은 어쩌면 숙명이다.
제휴를 위해서는 발빠른 행동통일이 필요하다. 호남이나 충청, 제주는 숫자가 많지 않으므로 순발력 있게 의견통일을 이뤄내곤 한다. 이번 총선에서 충청과 호남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 그러하다.
 
TK는 인구가 많다. 이 경우 행동통일이 쉽지 않다. 선거 초반 TK는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쪽으로 행동통일을 꾀했다. 그러나 쪽수가 많아서 의견통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해 버렸다.
 
대신 박종의 딸에게 줄을 서는 것으로 행동통일을 성공시켰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쪽으로는 행동통일을 못하면서 박종의 딸에 매달리는 쪽으로는 쉽게 행동통일을 해내는 이유는?  
 
예컨대 10명의 군중과 100명의 군중이 있다고 치자. 지하실에 화재가 났다. 위험을 알려야 한다. 열명이라면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다. 100명이라면? ‘불이야’ 하고 외치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한나라당이 탄핵을 감행했다. 누군가가 ‘불이야!’ 하고 외쳤다. TK는 아비규환에 빠져버렸다. 이래서는 질서있는 탈출이 가능하지 않다. 이 때의 방법은?
 
총을 쏘아야 한다. 쾅! 하고 총소리가 나면 모두 바닥에 없드릴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 질서를 잡을 수 없다. 박근혜의 눈물이 그 총성의 효과를 내었다. 그들은 질서있는 행동통일에 성공했다.
 
열명이면 그냥 탈출하면 된다. 백명이면 특별히 엄격한 질서가 요구된다.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 ‘질서! 질서! 질서!’ 하고 외쳐야 한다. 이 경향은 숫자가 많을수록 더욱 심해진다.
 
1) 제휴를 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2) 내부에 강력한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가 행동통일을 해야한다.
3) 다수가 행동통일을 하려면 누군가가 신호탄을 쏘아줘야 한다.
4) 숫자가 많을수록 그 신호탄은 더욱 강력한 것이어야 한다.
5) 박근혜의 눈물과 정동영의 실언이 신호탄이 되었다.
 
TK는 쪽수가 많으므로 항상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항상 경직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유연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제휴에 성공할 수 없다.
 
TK 안에서 제법 알만한 사람이 있어서 지도자로 떠올랐다고 치자. 그가 제휴를 시도하는 순간, 즉시 TK 안에서 소수로 몰려 팽을 당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TK는 구제가 불능이다.  
 
지역주의, 해결은 안되어도 관리는 가능하다.
정리하자.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그 나라 안에 TK 비슷한 것이 하나씩 있다. 쪽수가 많은 집단이 있다. 그리고 쪽수가 적은 집단이 제휴를 통해 쪽수가 많은 집단을 견제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두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하나는 민노당을 본 받는 길이다. 과대망상에 가까운 거대관심을 버리고 미시적인 분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둘은 소수인 호남과 충청이 제휴하여 TK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휴를 통하여 TK를 포위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민노당을 키워서 영남을 잠식하게 하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 또는 우리 인터넷세력이 영남인들을 깨우쳐서 파쇼적 거대관심을 버리게 하고 미시관심으로 돌려세워야 한다.
 
덧글.. 이상의 이야기는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냥 참고로만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민감한 부분인 만큼 용어를 절제해야 하는데 실제로 쉽지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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