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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866 vote 0 2004.05.10 (14: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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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장이 네티즌과의 대화를 자청하고 나선 모양이다. 뜻밖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평가해주기로 한다. 생각난 김에 몇 마디 덧붙이기로 한 것이 제법 길어졌다.
 
아래는 정동영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배려’다. 우리당은 진보와 보수가 6: 4 비율로 제휴하고 있다.(의원 설문기준) 제휴 파트너를 배려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정치력은 ‘배려의 기술’에서 드러난다. 정동영의장 4개월로 드러난 정의장의 정치력을 점수로 환산하면? 대략 60점을 주고 싶다. 낙제는 면했지만 분발해야 한다. 차기대권과 관련된 분석이 적절하지 않지만 재미로 읽어주기 바란다.

정동영은 언제까지 노무현에게 업혀 다니려는가? (원판 dcinside)

 
정치는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필자가 유교주의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교주의에는 정치술의 요소가 다분하다. 유교를 알면 정치가 보인다. 공자의 유가를 한마디로 집약하면 ‘예’다. 예란 무엇인가? 제휴 파트너를 배려해주는 것이다.

 
실상은 어떤가?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한 행위가 실제로는 상대를 무시한 결과로 되기가 다반사이다. ‘과공비례’라 했다. 내딴에는 성의를 다했는데 상대방은 삐치고 토라지기 일쑤다.
 
타인을 배려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DJ와 노무현의 관계에서 나는 그 배려의 극치를 본다. 겉으로는 서로 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로 그렇지 않다.
 
노무현은 DJ의 정치적 양자가 아니다. 둘은 대등한 위치에서 제휴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사돈지간’으로 볼 수 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했다. 노무현은 영원히 DJ의 손님이다. 불가근불가원이다.
 
노무현과 DJ는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극도로 배려하고 있다.(신문의 행간들에서 그러한 모습이 읽혀진다) 노무현과 DJ가 수시로 만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지자들 기분은 좋겠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 셈이 되어 상대의 입장을 곤란케 하는 수가 있다.   
 
이 경우는 배려가 아닌 것이다. 반드시 뒷탈이 나고야 만다.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仁(인)이다. 인은 二+人(이인)이다. 두 사람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면 반드시 트러블이 생겨난다. 필요한 것은 배려다. 그것이 곧 예이고 현실에서는 정치다.
 
노무현과 DJ는 二人이다. 둘이 가까와지면 1.5인이 되거나 심지어 1이 되는 수가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잡아먹는다. 태양과 달의 관계이다. 달도 나름대로 존중을 받지만, 태양 근처에 가면 낮달이 되어 빛을 잃는다.
 
정동영과 노무현은 2인이다. 지금 두 사람의 사이는 밀접하다. 즉 1+1이 원래 2였는데, 지금은 1.5로 줄어들었고 더 가까와지면 1이 된다. 위험하다. 달은 태양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자기를 보존하는 길이 된다.  
 
불과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정동영은 거의 확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박근혜에게 밀리고 있다. 그 사이에 상전이 벽해되고 말았다. 하긴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했으니 뭐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정동영 입장에서 두어번의 반전기회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노.정의 찰떡현상이 가속화 되면 그의 미래는 없다.  
 
정동영이 차기로 1순위였던 데는 3가지 이유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어 그 3가지가 모두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1) 세력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정치는 큰 틀에서의 구도가 결정한다. 정동영은 그 구도의 한 축이었다. 김근태에게는 없고 노무현에게는 있는 것을 정동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정의 찰떡현상으로 그 축이 붕괴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권을 잡으려면 국민의 51을 잡아야 한다. 당내경선에서 승리하려면 그 51의 과반인 26을 잡아야 한다. 그 26의 절반인 14의 확고한 핵을 만들어야 대권주자로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골수의 14를 확실하게 잡고 있으면 선거과정에서 저절로 세가 불어나 51을 얻는다. 그런데 처음부터 100을 잡으려는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친구가 많은 사람에게는 평생을 함께 할 진짜 친구가 없는 법이다. 무리하게 세를 불리면 진짜 친구인 그 14의 핵이 죽는다. 정동영은 원래 그 14를 가지고 있었다. 노무현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그 14는 녹아없어지고 만다.
 
2) 노무현과 가깝고도 먼 포지셔닝이 좋다
DJ가 설계도를 그렸다. 노무현이 기초공사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노무현이 닦은 터 위에다 집을 짓는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라. 노무현과 거리가 멀어야 그러한 인식이 주어진다.

 
노무현과 가까울수록 국민 입장에서 보면 노무현이 해놓은 기초공사를 두번 하는 셈이 된다. 그건 불필요하다. ‘노무현 2기정권’으로 인식된다. 안좋다. 유권자는 괜히 손해본 기본이 된다.
 
노무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인식이 주어져야 국민 입장에서 뭔가 얻는 것이 있다. 정동영은 원래 여러가지로 노무현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금 급속하게 가까와졌다. 점차 불리해지고 있다.
 
3) 새정치라는 무기가 있다
어떤 선거에서도 국민은 뭔가 하나쯤은 바꿔놓으려 한다. YS는 문민정부를, DJ는 정권교체를, 노무현은 정치개혁을 각각 구호로 내걸었다. 차기 주자도 뭔가 하나를 들고나와야 한다.

 
한때 뜨거웠던 정동영효과는 새정치 이미지였다. 과거의 3김정치와 노무현의 승부사정치는 국민 입장에서 스트레스다. 차기주자는 승부사의 이미지, 9단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팀플레이를 하고 형평과 조화를 중요시 하는 인화 중심의 정치를 한다면 크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벌써 천신정이 깨지고 있고, 유시민은 등을 돌렸다. 임종석은 김근태 쪽에 붙는다.
 
이런 식이면 정동영의 장점은 사라지고 만다. 인화가 뒤집어져 고아가 되었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장점이 뒤집어져 단점이 되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노무현에의 정신적 의존 때문으로 본다.(동의하지 않을 분도 많겠지만)
 
몽이 졸도하고 추가 달아나고
정리하자. 원래 정동영에게는 3가지 장점이 있었다. 그는 유력한 차기 주자였다.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면 정몽준이 충격을 받아 자살해 버렸고, 놀라자빠진 추미애는 살아남기 위해 민주당으로 튀었다.

 
몽이 까무러치고 추가 도망칠 정도로 정동영의 입지는 좋았다. 우리당 창당과정에서의 정동영효과 까지가 좋았다. 결정적으로 박근혜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 불행이었다. 스탠스가 엉키기 시작했다.
 
정동영이 왕자라면 박근혜는 공주다. 왕족끼리 붙으면 진짜 왕족이 이긴다. 박근혜가 오리지날이고 정동영은 짝퉁왕족이다. 정동영은 하루속히 왕자 이미지를 벗어야 산다. '왕자와 거지' 동화를 연상시키는 민생투어를 그만두어야 왕족 이미지에서 벗어난다.
 
드골이 닉슨을 두고 한 말이 있다. ‘닉슨은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막을 건너온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사막을 건너온 지도자이다. 정동영은 아직 사막을 건너오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사막을 건너와야 한다. 생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총선과정에서의 시련이 어쩌면 그 사막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동영이 청와대의 전화나 기다리는 식으로 오아시스로 도망치려 한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정동영이 다시 살아나려면 아래 다섯가지를 지켜야 한다. 비단 정동영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김근태라도 마찬가지고 유시민이라도 마찬가지다. 강금실도 있고 천정배도 있다.(신기남은 서울대당 대변인이므로 논외)
 
1) 이미지쇼 하지마라. 식상한 인물된다
이미지쇼 하다가 망한 사람이 ‘앨 고어’다. 그도 정동영처럼 너무 일찍 떴다. 인터넷 붐에 편승하여 인터넷의 대부인양 이미지조작을 시도하다가 거짓말쟁이로 몰려서 거덜난 것이다.

 
최고의 이미지는 신비주의다. 유권자 감질나게 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텔레비젼에 자주 나오는 사람을 싫어한다. 텔레비젼 출연 회수와 대권은 반비례한다. 노무현은 텔레비젼에 안나오는 방법으로 성공했다.
 
필자가 박근혜를 우습게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박근혜 이 인간은 추미애병에 걸려서 하루라도 텔레비젼에 못나오면 안달복달하는 유형이다. 박근혜처럼 철학이 없는 정치인은 어떻게든 텔레비젼에 계속 나오려고 별짓을 다하게 마련인데 그게 다 자기 점수를 까먹는 짓이다.
 
지금은 박근혜가 정동영을 따라하는지 정동영이 박근혜를 따라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뭏든 좋지 않다. 지금까지 정동영을 키운 8할이 TV였다면 앞으로 정동영을 해치는 8할도 TV일 것이다.
 
2) 노무현과 친하지 마라. 2인자 이미지 굳는다
최고권력자와 가까와서 재미본 인간은 없다. 떠오르는 태양 박철언, 황태자 김상현, 리틀 DJ 한화갑, 일인지하 만인지상 박지원 등 대통령 혹은 권력자와 가까웠던 2인자 중에 뜬 사람 아무도 없다.

 
한번 2인자로 낙인찍혀 버리면, 평생 2인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2인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총리 김종필이다.
 
필자가 정동영을 유력하게 본 이유는 노무현과 나와바리가 겹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빈번하게 청와대에 출입하는데 안좋다. 물론 대권욕심이 전혀 없다면 대통령과 친해도 상관없지만.
 
눈치 빠른 유시민은 벌써 깨닫고 요즘 청와대와 모른척 하고 있는데 아주 잘하는 일이다.(역시 유시민이 머리는 좋아^^;. 이해찬 옹호는 굴밤 다섯대를 맞을 짓이지만)
 
3) 있는 것을 지키고 없는 것을 취하라
정동영은 이미 보수적인 이미지를 얻고 있다. 거기다 보수를 더해서는 얻는 것이 없다. 오른쪽을 차지했으니 당연히 왼쪽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근데 지금 정동영 주변인물은 거의 오른쪽이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두가지를 해야한다. 첫째 이념을 분명히 해서 핵심 지지자그룹을 만들 것, 둘째 안티집단을 만들지 말 것이다. 정동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만들어져 있는 지지자그룹을 자기손으로 해산하고 비토그룹을 만들고 있다.
 
4) 최후에 말하는 사람이 되라
리더가 자기 의중을 흘리고 다니면 자도자의 자격이 없다. 절대로 의중을 감추어야 한다. 리더의 의견은 언제나 전체의 의견이어야 한다. 전체가 의견을 모아오면 그 전체의 의견을 자기의견으로 하는 것이다.

 
리더의 의중이 사전에 파악되어버리면 그때부터 회의는 산으로 간다. 아무도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회의는 의장의 속마음 알아맞히기 게임이 된다. 결국 역할분담이 안되고 팀플레이가 죽는다.
 
정동영이 주재하는 회의는 어떤가? 실제로 토론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위에서 결정한 것을 통보하는 자리인가?
 
회의가 격론이 없이 받아적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이미 속을 읽혔다는 뜻이다. 리더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 후흑학을 연마해야 한다. 노무현도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정동영은 얇다. 이회창처럼 표정이 다 읽히고 있다.
 
5) 100만병을 통제하는 비결을 배워라
정동영에게는 몇만 병이 적당할까? 한신은 ‘다다익선’이라 했다. 열명을 지휘한다면 형평이 중요하다. 선생님이 열명의 제자들 중 특정인을 편애하면 그걸로 끝이다. 팀이 무너진다. 골고루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 그러나 100만명이라면?

 
100만명을 통제하려면 역으로 가야 한다. 어차피 100만명 모두에게 관심을 쏟을 수는 없다. 유비가 제갈량 한사람에게 전권을 몰아주듯이 단 한사람만 통하는것이 100만병을 통제하는 비결이다.  
 
실용주의는 열명 정도를 통제하는 데 유효하다. 100만 병을 실용주의로 통제하려다간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100만 병이면 어떤 경우에도 리더의 지시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므로 그 점을 사전에 고려하고 상징적인 제스처를 해야 한다.(100만 병을 통제하는 테크닉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다음에)
 
정치는 국민들에게 스트레스 안주는 것
정리하자! 정치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근데 다들 정치를 너무 못한다. 김근태, 신기남이 왜 서울대당에 입당해서 스트레스를 주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치 좀 배워서 국민들 스트레스 줄여주기 바란다.

 
정치는 쉽다.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안주는 것이 비결이다. 그러나 막연히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가다간 더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한 두 명이 아니고 100만명이 큰 길을 가는 것이다. 이정표가 분명해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필자가 정동영에게 기대한 것이 있었다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줄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근데 결국 이렇게 스트레스를 준다. 노무현은 승부사스트레스, 김근태는 고문관스트레스, 정동영은 왕자병스트레스. 강금실 밖에 없나?
 
좀 살자! 정치인들아. 제발 정치 좀 잘해라. 정치는 제휴다. 제휴하고 있는 파트너를 배려하라. 정치는 '예'다. 국민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국민을 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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