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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37 vote 0 2004.06.14 (14:19:10)

『진보여 깨어나라!』


엊그제 길거리에서 아주머니가 나눠주는 전단 한장을 받았다. 전단에는 기독교 계열에 속하는 어느 ‘사이비’한 종교단체의 선전이 담겨 있었다.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아직도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백성을 속이려는 어둠의 무리가 있다니.. 근데 장난이 아니다. 전단을 읽어보니.. 의외로 교세가 막강하다. 세계 일백여국에 지부를 두는 등.. 대단하다.
 
그러나 곧 안심하게 되었다. 이 종교단체는 TV에도 소개된 바 있는 문제의 그 교회다. 수천명이 동시에 예배를 보는 초대형 교회.. 교회의 천장에서 가끔 천사가 나타나 휘파람을 분다는 그 교회 말이다.  
 
그런데 전단이 이렇게 조잡하다니.. 북한에서 날려보내는 전단도 진화를 거듭해서 상당히 발전하고 있는 판인데(최근 사라졌으나.. 평양교예단의 활약상을 실은 컬러인쇄의 세련된 전단도 많이 보았다.)..
 
무엇인가? 이 종교집단은 마이너리그를 제패한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로 승격할 의사가 없는 것이다.
 
지하에서 사채업으로 거금을 번 알부자와 비슷하다. 알부자가 주식을 공개하고 재벌로 행세하려 든다면 몰라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서 조용히 돈만 벌 요량이라면 우리가 그를 경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앉은뱅이를 걷게하고 소경을 눈뜨게 하는 등 사이비한 방법으로 대성공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작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왜? 이유가 있다. 하여간 전단내용은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소경이 눈뜨게 하는 재주가 있다면.. 당연히 제자를 양성하고 치료법을 공인받아 병원을 세움이 마땅하다. 하룻밤 부흥회로 수백명을 치료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의료면허를 내주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SBS TV의 ‘도전! 백만 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에 출연하며 랜디의 100만 달러를 앗아가는 방법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상금도 탐내지 않고 명성도 탐하지 않으며.. 조잡한 전단(전단내용은 너무나 유치뽕)이나 뿌리는 식으로 마이너리그에 안주하려 드는 것이다. 왜?
 
이 쯤 해두고..
 
씨네21에 실린 진중권의 글을 읽고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진중권에 따르면 민노당은 사이비 종교집단에 접수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웃을 뿐이다. 서해교전 때 연평총각의 주장과 관련하여 그의 호들갑을 지켜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 사이비의 교세가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선전전단의 조악함을 보고 안심을 했듯이.. 진중권의 말대로 주사파가 민노당을 장악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당분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려 들지 않게 되어있다.
 
민노당이 사이비함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승격을 원한다면 먼저 랜디박사의 100만 달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절대로 피해갈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양식있는 상식인들로 부터의 검증이라는 관문을.
 
민노당 선거에서 NL이 PD를 이긴 모양이다. 당연하다. PD가 당을 장악하면 민노당은 100프로 깨진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NL이 장악하면 적어도 당이 깨지지는 않는다.
 
진중권이 길길이 날뛰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듯이 PD는 NL을 용납하지 않지만, NL은 PD를 용납한다. 당원들이 NL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민노당 사정을 모르는 필자가 예견할 정도라면 뻔한거.. 하긴 내가 민노당 내부의 시시콜콜한 문제를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쯤 하고..
 
둘 중의 하나다. 민노당 지도부가 사이비한 집단에 의해 장악되었다면 그들은 절대 자진하여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민노당을 틈새정당으로 만들어 놓고 작은 권력에 안주할 것이다. 그들은 집권의 의사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그들이 메이저리그로의 승격을 꾀한다면.. 진중권이 걱정을 안해도 민노당 내의 주사파들은 저절로 걸러지게 되어있다. 정당이든 종교집단이든 혹은 사회의 어떤 단체이든 생물과 같아서 내부에 자정능력이 있다.
 
요는 ‘인간’을 믿는가이다. 진중권은 인간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왜 인간을 믿느냐가 중요한가? 국가보안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여 성립된 악법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별로 믿을만한 존재가 되지 못하므로.. 예의 그 사이비집단이 교세를 점차 확장하여 대한민국을 접수할지도 모르므로..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자. 필자가 그 사이비의 교세가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비가 대한민국을 접수할 일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하듯이.. 인간을 믿는다면 주사파 따위가 대한민국을 접수할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시민된 상식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을 믿으므로.. 그것이 우리의 시민된 상식이므로. 우리 내부의 자정능력을 믿으므로.
 
그러나 극우가 인간을 믿지 않듯이.. 인간을 믿지 않으므로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을 믿지 않고 상식수준을 믿지 않듯이.. 그래서 주사파 따위 사이비집단이 대한민국을 접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듯이.. 진중권도 인간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까놓고 진실을 말하자. 우리 인간을 믿어야 한다. 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개별적으로는 약하지만 공론에서는 강하다. 사이비집단이 세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중졸이하의 학력을 가진 이들에게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저학력자들은 이 사회 안에서 주도권이 없다. 그들이 메이저리그의 양지로 기어나오는 순간 랜디의 100만달러에 걸려 일망타진이 되고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이비집단이 날로 소경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한다 해도 수수방관할 수 있다.
 
왜? 인간을 믿으니깐.
 
불행하게도 진중권에게 없는 것.. 국가보안법 철폐에 반대하는 자들에게 없는 것..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박홍류, 김동길류, 이문열류 얼뜨기들이 날뛰는 것도 기본적으로 인간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므로 타인도 믿지 못하고 이 사회도 믿지 못한다.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듯한 진중권의 호들갑을 보라. 진중권은 자기 자신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이 사회의 자정능력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 사회를 움직여 가는 주류집단의 역동성과 상식수준을 믿는다는 것이다. 주사파 혹은 사이비 집단이 음지에서 암약을 해도 그들이 양지로 기어나오지 못함을 믿는다는 것이다.
 
덧글.. 사이비는 광장을 싫어하고 음습한 골목을 좋아한다. 사이비는 개인을 각개격파 하려들 뿐 결코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은 광장이다. 도래하고 있는 광장의 시대에 사이비가 설 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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