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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72 vote 0 2005.03.02 (15:35:04)

전략이 어떻고 전술이 어떻고.. 말로는 잘 줏어 섬기지만 정작 승부처가 왔을 때는 그 때가 승부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 일진광풍이 휘몰아가고 난 다음에 ‘아하 그때가 승부처였구나’ 하고 깨닫지만 늦는다.
 
읍참마속의 고사와도 같다. 책상물림으로 이론에 밝은 자가 정작 현장에서는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밑바닥 출신의 노장에게 깨지는 이유는.. ‘타이밍’을 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 승부처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명박이 지금까지는 필자가 코치해준 대로 잘 하고 있다.
 
12.12는 소리없는 쿠데타였다. 그들은 밤중에 은밀히 루비콘강을 건넜다. 그 때 그들은 자기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선참후계라 한다. 일단 사고를 쳐놓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본다. 그들이 정권을 잡는 데는 8개월이 걸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배일도 등 신군부 4인방의 총장공관 습격이 이명박 각본 이심전심 쿠데타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이명박은 필자가 지난번에 가르쳐 준 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형 쿠데타다. 일단 리더의 얼굴에 침을 뱉어서 개망신을 시켜놓으면 이후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게 되어 있다. 리더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해 놓고 만인 앞에서 전시하는 것이다.
 
조폭의 방식이다. 조폭이 ‘가오’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오늘 이후 ‘박근혜는 약하다’ 하고 모두가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박근혜가 살아남는 방안은? 또한 정해져 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맨 먼저 한 일은 친위대(SS)를 시켜 히틀러의 오른팔 에른스트 룀이 이끌던 돌격대(SA)를 기습한 일이다. 룀을 비롯한 수백명의 자기 부하를 처형해 버렸다.
 
충격요법.. 이 한건으로 독일사회를 경악시켰음은 물론이다.
 
자기의 왼팔(SS)로 자신의 오른팔(SA)을 잘랐다. 사회주의와 결별하는 제스처로 군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작을 꾸민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얻어맞는 돌격대 역할을 해줄것인가이다.
 
독재자들은 원래 정기적으로 측근의 목을 날린다. 박정희가 JP를 치고 김형욱을 친 예와 같다. 박근혜는 오바맨 전여옥의 귀싸대기를 때리는 방법으로 위신을 세울 수 있었다.
 
독재자들은 의도적으로 오바맨을 키운다. 손님이 찾아오면 오바맨을 보내 손님을 망신시킨다. 손님이 화를 내고 돌아가려 하면 뒤늦게 헛기침을 하고 나타나서 오바맨의 귀싸대기를 때려 징치하는 방법으로 용서를 구한다.
 
예컨대.. 왜란직전 통신사로 간 학봉 김성일이 무례하게 가마를 타고 만나러 온 토요토미를 꾸짖자 토요토미가 그자리에서 즉시 부하의 목을 베어 무례를 사과하는 방법으로 점수를 딴 예와 같다. 근데 일본에서 이건 공식이다.
 
이때 오바맨과 손발이 척척 맞아야 연극은 성공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여옥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이지 않은 것이다.(조폭이 정기적으로 부하를 구타하는 방법으로 권위를 세우는 이치에 대해서는 여러번 썼다.)
 
그들은 지켜본 것이다. 전여옥이 분수에 넘는 망동을 저질렀음에도 박근혜는 측근을 징치하지 않았다. 그게 그 자체로 하나의 사인(sign)이 된다. 곧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이재오, 김문수, 배일도, 박계동 등 신군부 4인방이 박근혜의 약함을 보고 이명박 옹립을 위한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이 사건으로 하여 모든 한국인들은 ‘박근혜는 약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2002년 몽이 거사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당을 만들었는데 민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리로 날아가지 않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개망신이 된 것이다.
 
이미지로 뜬 자는 이미지가 무너져서 간다. 박근혜는 한방에 간다. 그리고 그 한방이 지금 박근혜의 얼굴을 향해 날아온 것이다.(이명박이 제 정신이 있다면 자신이 신군부의 쿠데타를 사주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4인방의 망동을 비판해야 한다.)
 
어쨌든 히틀러는 자신이 끔찍히 아끼던 부하 수백명을 살해하는 방법으로 ‘히틀러는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토요토미도 그렇게 했고, 박정희도 그렇게 했고, 모든 독재자들이 그렇게 했는데도 박근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두환일당의 쿠데타도 대관식 까지 8개월이 걸렸다. 이명박의 쿠데타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오늘로 박근혜는 확실히 갔다(정치적인 의미에서)는 점이다. 게임끝.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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