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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47 vote 0 2021.05.24 (12:57:47)

    인간은 원래 암시에 걸리는 동물이다. 환경이 무의식적으로 암시를 건다. 집단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갑이냐 을이냐 하는 사회적 권력관계에 따라 주눅이 들기도 하고 기세등등해지기도 한다.


    심리학은 부정적인 암시를 지양하고 긍정적인 암시를 하는 것이다. '네 잘못이 아냐.' 하고 말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이 암시를 건다는 점이다. 환경을 바꾸지 않고 사회적 권력관계를 바꾸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는 억지 자기암시는 의미가 없다. 불교신도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염불하고 기독교 신도가 주기도문을 외우는 정도의 효과는 있겠지만 말이다.


    정신분석학이라는게 원래 히스테리를 연구하다가 생겨난 학문이다. 그리스어로 hysteria는 자궁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궁이 몸속의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의 뜨거운 기운이 머릿속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처녀가 시집을 못 가서 히스테리에 걸린다는 괴설이 유포되었다.


    히스테리는 스스로 암시에 걸리는 것이다. 남자도 히스테리에 잘만 걸린다. 한국의 화병과 인도네시아의 아묵amok이 유명하다. 아묵은 부족민이 길거리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정글도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고 자해를 하는 것이다.


    하품이 전염되듯이 히스테리도 전염된다. 아묵도 전염된 것이고 화병도 전염된 것이다. 공황장애라는 말이 없을 때는 괜찮았는데 공황장애라는 말이 방송을 타자 연예인 40명이 한꺼번에 공황장애에 걸려버린 예가 그러하다.


    자기암시가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일제히 전염되면 집단 히스테리다. 다양한 집단 발작사태가 알려져 있는데 어떤 수도원의 수녀들이 일제히 야옹 하며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게 된 사건이 유명하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웃음병이 터져서 소녀들이 일제히 웃게 되었는데 최장 16시간까지 웃음을 멈추지 못한 소동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히스테리가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상담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 실신하지는 않았느냐고 의사가 물으면 다음번 상담 때는 실신했다고 말한다. 경련은 없었느냐고 물어보면 다음에는 경련을 동반한 증상을 호소한다. 대소변을 실금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그 증상을 만들어온다.


    꾀병과 다른 것은 실제로 아프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기암시를 걸어서 신체적인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쇠약해져서 죽을 수도 있다. 히스테리는 원래 다른 사람을 조종할 의도로 짜증을 내고 까탈스럽게 구는 것인데 그게 반사되어 거꾸로 자신이 암시에 걸려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암시에 따른 히스테리 증상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면 그게 조현병이다.


    한강의대생 사건에서 그러한 집단의 광기를 볼 수 있다.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다. 인간이 어리광을 부리고 자해를 하고 관종 짓을 하는 것은 약자가 암시를 걸어 타인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여성이 약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히스테리는 오랫동안 여성의 전유물로 오해되었다.


    집단과의 간격이 떨어졌을 때 밀착을 유도하는 호르몬이 나오는 것이다. 호르몬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본인들도 모른다. 동물은 물리적으로 밀착시켜주면 안정감을 느낀다. 오줌 냄새를 맡게 해주면 동물원 사육시설 안에서 일어나는 왕따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일부러 나무상자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다. 고양이만 상자를 좋아하는게 아니다.


    물리적 밀착이 어려울 때는 깨달음을 통한 심리적인 밀착도 필요하다. 인류의 편, 진리의 편, 천하의 편, 역사의 편, 진보의 편에 서는 것이 그것이다.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을 훈련해야 한다. 천하와 내가 긴밀하게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원래 암시에 잘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히스테리에 걸린다. 집단 안에서는 역할이 암시를 건다. 미션과 포지션이 필요하다. 역할을 잃어버린 안철수가 자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집단의 사건 안에서 호흡해야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인간의 모든 심리문제는 자기 암시의 문제다. 우울증, 신경쇠약, 심리불안, 화병은 모두 반복적인 자기암시의 결과다.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 요구하는 것은 첫째, 권력의 생성이다. 둘째, 그 권력의 사용이다. 문제는 둘의 방향이 반대된다는 점이다. 권력의 생산과 소비는 반대다.


    권력을 생성하려면 집단 속으로 쳐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권력을 사용하려면 독립해야 한다. 여기서 진보와 보수가 가는 방향이 갈린다. 보수는 기득권이 권력을 사용하려고 하고 진보는 젊은이가 권력을 새로 생성하려고 한다. 권력을 생성하는 방법은 집단과의 밀착이고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강한 개인이 되는 것이다.


    진보의 여러 정책은 인간과 인간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거기서 권력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보수의 여러 정책은 서로 미워하고 혐오하며 대칭을 만들어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권력을 잡으려는게 아니라 실감나는 권력의 흐름 속에서 호흡하려는 것이다. 권력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자해를 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추상의 권력을 눈으로 보려는 것이다.


    태극기 할배나 땅굴 할배들의 행패는 소동을 부려서 권력이 자신을 토벌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매를 벌어서 권력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토벌하지 않으니 그들은 불안하다. 양치기 소년은 없는 늑대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이 일제히 달려온다. 그때 권력의 존재를 느낀다. 소년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보수가 걸핏하면 북한의 남침임박설을 퍼뜨리는 이유다.


[레벨:6]나나난나

2021.05.24 (17:15:20)

젊은이들이 오히려 혐오와 증오로 서로 거리를 벌리는 성향이 생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늙어서 더이상 진정한 의미의 젊은이들이 태어날 수 없는 환경이 된건 아닐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5.24 (18:43:11)

형제가 없으니 타인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서로 네가 먼저 내게로 와서 말을 걸어달라 이러고 엉기는 거지요.

혐오와 증오는 가짜고 사실은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려고 자극하는 것이며

밀착하라는 호르몬의 명령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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