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40 vote 0 2022.08.01 (20:45:58)

    명량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쨌든 관객이 들었으니까.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필자다. 한산은 여러모로 명량보다 나아졌다고 한다. 비판하는 사람이 있어야 나아지는게 있다. 다음에는 노량을 만든다는데 업그레이드되는게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순신인데.


    영화 보고 온 사람에게 듣자 하니 한산도 멀었다. 관객은 들겠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신파 빼고, 국뽕 빼고 실력으로 승부할 때가 되었다. 솔직히 명량은 판타지도 아니고 어휴!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창피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전쟁을 그렇게 하면 진다. 이기는 방법을 보여줘야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놓고 근데 이겼다고 선언하면 납득이 되냐? 기적이 일어났다고? 적의 실수 때문이라고? 운이 좋아서라고? 그럼 우리도 운이나 바라고 기도나 하면 윤석열 삽질이 해결되나? 정신력으로, 오기로, 깡으로, 억지로 전쟁을 이기는 수 없다.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


    쿨하게, 당당하게, 멋있게, 근사하게 통쾌하게 가야지 찌질하게 어휴! 고증을 잘해서 각종 총통을 쏘는 방법만 세밀하게 보여줘도 관객이 온다. 오르가즘 느껴준다. 총통을 쏘는 과정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특히 가스가 새지 않게 틀어막는게 고급기술이다. 현대의 기술로도 못 따라잡는다.


    방송국에서 흑색화약으로 천자총통이나 승자총통을 재현한다고 하는데 한 번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다. 사거리가 옛날 기록만큼 나와주지 않았다. 백 번쯤 실험을 반복해서 가스가 새지 않게 잘 틀어막아야 신기전이라도 원하는 사거리가 나와주는 것이다. 한국인은 뭐든 대충 얼버무린다.


    왜 일본은 노벨상이 나오는데 한국은 안 되는가? 대충 하니까 안 나오는 것이다. 돈도 많은 방송국이 왜 대충하느냐고. 영화를 찍어도 마찬가지다. 고증 좀 제대로 하자. 일본인들이 비웃잖아. 한국넘들은 저러니까 노벨상도 하나 못 얻어걸리지 하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냥 총통을 쏜다고 나무로 만든 배가 깨지겠는가? 대장군전은 박히고 돌은 튕겨낸다. 목선이 쉽게 침몰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포탄이 폭발하는 것도 아니고. 한산에서는 화약무기로 왜선을 불태웠지만 왜군도 다음에는 화공에 대비한다. 거리에 따라 단계적으로 격파해 가는 과정이 있다.


    이 거리에서는 무엇을 쓰고 근접하면 무엇을 쏘고 하는게 있어야 한다. 한산에서 패배한 후 풍신수길은 해전금지령을 내렸다. 보통이라면 이길 가능성이 10퍼센트만 있어도 어떻게든 이길 방법을 찾아내라고 다그친다. 이순신이 왜군의 해전 승리가능성을 정확히 0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인간은 원래 포기를 모르는 종족이고 풍신수길은 더 악독한 자다.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은 관백의 지위에 오를 수 없다. 그런데도 풍신수길이 포기한 이유는 그만큼 이순신이 완벽하게 이겼기 때문이다. 그 완벽함을 보여줘야 한다. 정신력이나 지략에서 밀리면 왜군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오기로 더 덤빈다. 뭐라고? 우리 용감한 왜군이 용인에서 1500 대 5만으로 깨진 허접한 조선군에게 정신력이 밀려서 졌다고? 용서할 수 없다. 이놈들아. 일단 빳다 500대씩 맞자. 다시 싸워서 반드시 이겨. 머리를 쓰라고. 이기지 못하면 돌아올 꿈도 꾸지마. 정신력 하면 사무라이지. 이런다.


    병사와 무기는 허접한데 지휘관 한 명이 뛰어나다면 적이 포기하지 않는다. 기술로 이겨야 그 앞선 기술을 배우려고 고개를 숙인다. 당시 조선군은 전함에서, 무기에서, 전술에서 모든 조건에서 앞섰고 이순신은 그 장점을 활용할 능력이 있었다. 왜군이 이길 가능성은 0이었고 실제로 그랬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386 밸런스의 힘 김동렬 2023-07-09 2192
6385 구조 속의 구조 김동렬 2023-07-08 2081
6384 구조가 다섯인 이유 김동렬 2023-07-07 2987
6383 구조는 왜 다섯인가? 김동렬 2023-07-06 2610
6382 사냥꾼의 관점 김동렬 2023-07-06 2619
6381 역사의 고통 김동렬 2023-07-06 2606
6380 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7-05 2797
6379 전쟁을 막은게 성과다 1 김동렬 2023-07-04 3204
6378 존재는 액션이다 김동렬 2023-07-03 3007
6377 진보냐 폭력이냐 1 김동렬 2023-07-03 3063
6376 장미란 최윤희 추미애 2 김동렬 2023-07-02 3273
6375 에너지의 초대 김동렬 2023-06-29 3585
6374 윤씨의 폭언정치 1 김동렬 2023-06-28 3805
6373 이순신 장도 진품 맞다 3 김동렬 2023-06-27 3607
6372 모든 것의 어머니 김동렬 2023-06-26 3803
6371 푸틴의 실패와 좌파의 각성 김동렬 2023-06-25 4070
6370 인간은 왜 멍청한가? 김동렬 2023-06-25 3592
6369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3-06-22 3885
6368 최성봉의 죽음 김동렬 2023-06-21 3968
6367 상대성이론이 이상해? 1 김동렬 2023-06-21 3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