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644 vote 0 2014.04.23 (23:25:06)

 

    의사결정을 잘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략을 쓰면 된다. 중요한 점은 어떤 전략을 쓰는게 아니고 그냥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여러 전략들 중에서 어떤 하나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부는 작살을 쓰고, 농부는 낫을 쓰고, 장사꾼은 주판을 쓰고, 포수는 총을 쓴다. 도구를 쓰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전략이라는 도구를 쓴다. 전략이란 서로가 공유하는 토대를 건드리는 것이다.


    토대라 불리는 도구를 쓰기다. 토대의 공유란 둘이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말이다. 상대를 공격하면 지고 그 배를 이용하면 이긴다. 문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거다. 토대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둑으로 치자. 고수는 포석을 한다. 그것이 전략이다. 하수는 포석을 하지 않는다. 왜? 바둑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바둑을 두기로 하자. 바둑판이 보이는가? 보이지가 않는다.


    하수의 바둑은 눈을 감고 두는 바둑이다. 바둑판이 보이지 않으므로 대신 바둑알을 본다. 상대방이 둔 바둑알 근처에 자신의 바둑알을 놓는다. 왜 바둑판이 보이지 않을까? 판이 크기 때문이다.


    개미가 바둑을 둔다고 하자. 개미는 눈의 위치가 낮아서 바둑판 전체를 볼 수 없다. 그림의 소실점을 보지 못하듯이 전모를 보지 못한다. 바둑판은 361로가 있다. 만약 바둑판이 무한히 크다면?


    바둑판의 크기는 의사결정 단위를 나타낸다. 단위는 개인이거나, 또래거나, 친구관계이거나, 가족이거나, 부족이거나, 회사거나, 국가이거나, 인류거나, 신이거나 바둑판의 사이즈가 정해져 있다.


    포석은 연역이다. 바둑판 전체의 사이즈를 알고 의사결정영역을 단계적으로 좁혀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바둑판의 크기를 모르면? 포석을 할 수 없다. 손따라 두는 수 밖에 없다. 연역을 할 수 없다.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은 진법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진법을 쓸 수 없다. 진법은 병사를 흩는 것인데 병사를 흩으면 도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대대, 중대, 소대의 편제를 두어야 한다.


    편제가 없으면 진법을 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의사결정단위가 없으면 전략을 쓸 수 없다. 부족주의를 깨고 가족화, 개인화 시키지 않으면 아프리카를 근대화 할 수 없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부가 고기를 잡는 방법은 그물을 치고 몰이하는 것이다. 그물이 없다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 포수가 사냥하는 방법은 몰이꾼을 동원하고 목을 지키는 것이다. 몰이꾼이 없으면 사냥할 수 없다.


    바둑판을 발견해야 한다. 공유하는 토대의 존재를 발견해야 한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질은 바둑판을 세팅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둑판이 원래부터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계에 고도의 긴장이 걸려야 시스템은 작동한다. 세팅해줘야 한다. 문제는 가장 큰 바둑판에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활문제를 풀 때는 화점이 있는 작은 귀퉁이만 보면 된다.


    바둑판 안에 더 작은 바둑판이 있다. 더 작은 바둑알이 있다. 포석을 하려면 큰 전체 바둑판을 먼저 봐야 한다. 개인이 바둑알이면 가족이나 부족은 사활문제를 결정하는 바둑판 안의 한 귀퉁이다.


    인류와 진리와 신은 바둑판 전체다. 큰 바둑판 전체를 먼저 보고 그 좌표 안에서 귀퉁이 사활문제를 봐야 한다. 문제는 바둑판 전체를 볼 일이 없다는 거다. 전체 단위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20세기라면 2차대전이 벌어져야 인류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19세기 이전까지는 아예 그럴 일이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인류의 존재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미국인은 그래서 해외여행도 안 한다.


    미국 안에만 해도 가볼 것이 터무니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월드컵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 시대다. 저커버그나 어샌지가 어디서 무슨 짓을 꾸미는지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다.


    세계를 먼저 보고 다음 국가, 부족, 가족, 개인의 순으로 내려와야 하지만 세계를 먼저 볼 일이 없다. 그런 일은 세계적인 이슈가 터질 때에나 관심을 가질 일이며 그런 일은 10년에 한 번 꼴이다.


    지식인은 다르다. 그들은 매일 세계의 문제에 신경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내일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일베충은 전혀 관심이 없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세계라는 바둑판, 역사라는 바둑판, 진리라는 바둑판, 인류라는 바둑판의 존재를 먼저 발견해야 하며, 그것을 발견하게 하는 세계 단위의 사건은 10년에 한 번 꼴이므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간단하다. 전략을 쓰면 이긴다. 그런데 전략을 쓰기가 쉽지 않다. 바둑알을 상대하면 지고, 귀퉁이를 상대해도 지고, 바둑판을 상대하면 이긴다. 그런데 바둑판 전체의 존재를 발견한 사람은 적다.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원래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겁낼 일은 없다. 세계의 일을 개인이 다 알 필요는 없다. 단지 포지션만 지정하면 된다. 세계 단위로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사2 105.jpg


    어떤 전략을 쓸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전략을 쓰면 됩니다. 전략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병법을 쓰려면 대대와 중대와 소대가 있어야 합니다. 전략을 쓰려면 의사결정단위가 있어야 합니다. 이제부터 그 의사결정단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은 이때 상부구조로 올라가서 높은 단계의 의사결정 단위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대를 먼저 만들고 중대와 소대를 편성해야 합니다. 원시인이 수확한 과일을 공평하게 나누는 문제를 만났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셈을 하면 됩니다. 어떤 셈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셈을 하는 것입니다. 불행은 원시인의 언어에 숫자가 없다는 거. 전략의 문제는 당신의 사고에 높은 단계의 의사결정단위인 인류, 진리, 역사, 자연, 완전성의 개념이 없다는 거. 바둑알은 있는데 바둑판이 없다는 거. 원시인이 숫자를 만들듯이, 군대가 대대와 중대와 소대라는 편제를 만들고 각 단위의 장을 임명하듯이 이제부터 그 단위를 만들면 됩니다. 지금부터 만드세요. 숫자도 안 만들고 셈을 하려는 무리수는 곤란합니다. 

   


[레벨:5]msc

2014.04.24 (12:12:20)

오늘부로 달이,생각,세상 구조론 4권을 독파,,,,돈오가 가장 직장생활에 다가옵니다,,,,다시 잃는중

프로필 이미지 [레벨:13]JasonKim

2014.05.02 (03:00:43)

의사결정단위...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327 방향성이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2-10-21 7796
3326 구조론의 개요 image 김동렬 2016-10-03 7788
3325 김기덕 감독 image 김동렬* 2012-10-21 7778
3324 대칭을 훈련하라 image 김동렬 2015-08-06 7774
3323 전략, 전술, 전투 image 4 김동렬 2014-04-30 7767
3322 신과 나의 관계가 나를 규정한다. image 3 김동렬 2014-11-17 7762
3321 진화의 방향성 image 김동렬 2015-02-12 7751
3320 글쓰기는 캐릭터가 9할이다 1 김동렬 2014-09-21 7743
3319 리얼 액션을 해보자. 5 김동렬 2018-07-08 7737
3318 의사결정구조의 세팅 7 김동렬 2014-04-25 7722
3317 신과의 일대일 3 김동렬 2014-06-05 7714
3316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 image 1 김동렬 2016-04-11 7712
3315 곽거병의 성공과 위청의 실패 image 김동렬 2016-03-01 7680
3314 만남이 천재를 결정한다 6 김동렬 2019-05-15 7645
» 의사결정은 전략을 써라 image 2 김동렬 2014-04-23 7644
3312 양자구조론 김동렬 2007-11-17 7636
3311 강자 포지션과 약자 포지션 3 김동렬 2014-08-04 7633
3310 구조주의 언어학 image 김동렬 2016-09-19 7625
3309 신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14-04-11 7625
3308 사랑은 상호작용이다. image 김동렬 2016-09-23 7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