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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481 vote 0 2011.07.19 (23: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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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막연히 무언가를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잃어버림에 의해 진화가 일어난다. 최초의 단세포생물이 지구에 출현했을 때 지금과 같은 고도의 진화는 확률적으로 예비되어 있었다.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아미노산의 우연한 조합에 의해 처음 생명모듈이 만들어졌고, 두 생명모듈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내부로 침투하면서 폭발적인 포지션 조합이 일어났다. 생명은 진화정도가 낮은 초파리 단계에서 이미 현생인류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많은 숫자의 게놈유전자를 획득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비례로 늘어난 방해자에 의해 진화의 상당부분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유전자 풀 내부는 진화를 방해하는 여러가지 쓰레기 유전자로 채워졌다. 그러나 언젠가 진화를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외부환경의 자극에 의해 그 진화의 방해자들을 잃어버릴 때 마다 비약적인 진화가 일어났다. 세월이 흘러 많은 환경변화가 일어났으며 그러한 유전자의 잃어버림은 환경변화와 맞아떨어졌을 때 유의미한 것이었다.

 

방해자인 쓰레기 유전자는 속도조절의 역할을 담당한다.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진화를 해도 쓸모가 없다. 예컨대 인간이 어류와 같이 물 속에 산다면 팔다리의 등장이 무의미하다. 물 속에서는 팔다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변화 없는 진화는 불필요한 것이다.

 

너무 빨리 방해자를 잃어버려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게 되면 환경이 변해도 거기에 맞는 유익한 포지션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진화는 중단되고 공룡처럼 멸종하고 만다.

 

진화는 방해자인 쓰레기 유전자의 손실과 외부 환경변화간의 적절한 교감에 의해 이루어졌다. 무언가 잃어버릴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추진력을 일으키는 중요한 자산임을 알아야 한다.

 

돈이 좋은 것은 언제든지 그것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잃어버릴 수 있다. 없는 사람은 잃고자 해도 잃을 것이 없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1) 처음 불완전한 생명요소 ○●들이 있었다.
2) ○●들의 충돌에 의해 최초의 생명모듈 ◉이 탄생했다.
3) 에너지 작용으로 생명모듈 ◉는 무한복제 되었다.
4) ◉간 포지션 조합으로 엄청나게 많은 잠재적 ♤♠♡♥♧♣들이 탄생했다.
5) 방해자 #도 동시에 증가했으므로 ♤♠♡♥♧♣는 현실화 되지 않았다.
6)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하였다.
7) 환경의 자극으로 방해자 #를 하나씩 잃으면서 진화가 일어났다.
8) 방해자가 없는 경우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다.
9) 진화는 환경과의 교감이며 잠재적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10) #를 천천히 잃은 종이 많은 환경변화를 겪으며 가장 많이 진화한다.

 

진화의 큰 자산은 환경이다. 가장 많은 환경을 획득한 자가 가장 많은 진화를 이뤄낸다. 어류처럼 물속환경만 갖거나, 새처럼 공중환경만 가지거나, 원숭이처럼 나무 위에서만 생활해서는 충분히 진화할 수 없다.

 

많은 환경을 획득하려면 환경과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남겨두어야 한다. 너무 빨리 진화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무 깊숙히 진화해도 곤란하다. 환경과 너무 깊은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물가에 살며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숲 근처에 살며 나무 위로 올라가지 않았고, 언덕에 살며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여러 환경과 접촉할 뿐 그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 역시 진화를 유발하는 핵심 유전자를 거의 잃어버렸다. 공룡은 소행성의 충돌 때문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 소행성의 충돌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대응할 유전자가 없었기 때문에 멸종한 것이다.

 

진보한다는 것은 더 이상 진보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진보한 문명은 반드시 몰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집트는 망했고, 그래서 소아시아는 망했다. 지중해도 망했고, 그리스도 망했고, 로마도 망했다. 그 다음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을 거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지금 한국까지 차례가 왔다.

 

문명이 돌고 도는 것은 문명의 꽃을 피움과 동시에 잠재적 가능성을 잃어먹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그 가능성을 잃어먹지 않고 아껴두었으므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디어의 소스들이다. 한국은 그것이 쌓여 있고 유럽은 이미 소모하였다. 유럽의 아이디어 소스는 전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그리고 게르만 신화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http://gujoron.com




[레벨:3]Spike

2011.07.20 (12:26:55)

마이너스 설명이 구조론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레벨:15]오세

2011.07.20 (16:17:37)

전송됨 : 트위터

기업들은 자기가 존나게 열심히 일해서 경제에 플러스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사실은 자본주의 나무에 빨대 꽃아 그동안 국민들이 축적한 사회, 문화, 경제적 역량을 쪽쪽 빨아먹은 것, 고로 본질은 마이너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1.07.20 (17:08:19)

 

그래서 기업들은 부자되고 국민은 피폐해지고...뺏기기만 하고 얻어지는 것은 적으니... 있긴 있네..돈주고 산 컴들과 스마트 폰.... 그런데 그것마저 빨리고 있으니... 현재구조가 전 국민이 기업들에게 몰아주고 있는 구조라서 ...

 

그래서 개인이 군더더기 털어내고 자기역량을 극대화하려고 하는가 보오.

개인과 환경과의 만남으로 무에서 유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사람..환경과의 교감 능력

하지만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

하나의 포지션을 극대화하면 다른 것은 잠재되어 숨어버리거나 혹은 쓸모 없게 되어 버리는 것,

그러나 반면에 하나의 극대화된 포지션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인지도...숨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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