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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02 vote 0 2022.12.31 (20:00:10)

    움직이는 동물을 찍으려면 카메라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자연은 움직이는데 인간의 생각은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와 같으니 자연의 활발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인간의 인식체계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플라톤이 생각한 동굴의 비유다. 쇠사슬에 묶여서 동굴에 갇힌 신세로는 그림자만 보게 된다. 자연에서 전달되어 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능동적으로 자연으로 쳐들어가서 내막을 알아봐야 한다.


    사건 - 사물
    변화 - 불변
    에너지 - 물질
    유체 - 강체
    디지털 - 아날로그
    필연 - 우연
    절대성 - 상대성
    내부상수 - 외부변수
    연역 - 귀납
    동動 - 정靜


    동動과 정靜이 있다. 모드가 다르다. 자신의 눈을 동적 모드로 설정하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


    사건의 눈과 사물의 눈이 있다. 사건의 눈을 떠야 한다. 변화를 보고, 에너지를 보고, 유체를 보고, 디지털로 보고, 필연으로 보고, 절대성으로 보고, 내부 상수로 보고, 연역으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보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이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태초에 탄생이 있었다. 태초에 물질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틀렸다. 물질은 탄생의 결과다. 원인이 결과에 앞선다. 물질은 한참 사건이 진행한 다음의 이야기다.


    태초에 물질은 없었고 성질이 있었다. 성질이 물질에 앞선다. 어떤 도구가 먼저 있고 다음 인간이 도구에 기능을 부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인간 중심의 사고다. 기능이 먼저 있고 그 같은 기능이 반복되면 도구를 개발하여 효율에 따른 편리를 추구한다. 수요가 공급에 앞선다. 기능이 도구에 앞선다. 필요가 발명에 앞선다.


    태초에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성질이다. 물질은 그다음이다.


    물질은 관측자인 인간의 입장이 개입한 것이다. 이는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오염된 정보다. 인간을 주체로 놓고 물질을 객체로 대칭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눈에 무언가 포착되면 그것이 물질이다.


    존재와 부재의 차이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면 존재다. 물질은 관측자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다. 즉 공간의 자기 위치를 지키는 것이 물질이다. 반응하지 않으면 그것은 없다. 있다면 반응해야 한다.


    태초에 공간과 시간이 없었으므로 물질은 없다. 자기 위치를 지킬 수 없다. 태초에 물질을 만들어내는 성질이 있었다. 물질과 공간과 시간은 그 성질이 만드는 것이다.


    태초에 아기는 없고 자궁이 있었다. 아기의 탄생은 그다음이다.


    태초에 탄생이 있었다. 탄생은 절차가 있다. 과정이 있다.


    태초에 성질이 있었고 그 성질은 변화다. 변화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멈춘다. 멈춤은 변화가 계 내부에 숨은 것이다. 열역학 1법칙에 따라 변화는 새로 생겨나지도 않고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는다.


    변화가 척도와 나란히 움직이면 멈춘 듯이 보인다. 태초에 변화가 있었는데 그 변화 중에 일부는 서로 충돌하여 나란해졌다. 그것이 물질이다. 우리가 아는 물질은 나란한 변화다. 변화가 계 내부로 숨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숨은 변화를 들추면 에너지다.


    태초에 물질의 자궁이 있었다. 그리고 물질이 만들어졌다. 공간과 시간은 그 물질이 관측자의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존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변화가 내부에 감추어진 것이다. 감추어진 변화를 끌어내면 에너지다. 에너지가 계에 갇힌 것이 물질이다.


    태초에 자궁이 있었고 그 자궁에서 사건이 탄생했다. 자궁에서 탄생까지 가는 전개가 사건이다. 태초에 사건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빅뱅과 물질과 공간과 시간은 그다음에 오는 소식이다.


    문제는 탄생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 봤을 때는 이미 탄생한 다음이다. 사건의 탄생은 닫힌계 안에서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단계를 거쳐서 일어난다. 그것은 닫힌계에 의해 닫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볼 수 있다. 모든 사건은 동일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진다. 우주는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며 닫혀 있으므로 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탄생은 같다.


    중요한 것은 우주가 곧 탄생의 집합이라는 사실이다. 우주에 다만 탄생이 있을 뿐 다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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