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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752 vote 0 2011.12.14 (22:12:26)

 


구조적으로 생각하기

 

구조론은 감정 빼고 건조하게 뼈대를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갔다면 이유가 뭘까?

 

◎ 보통생각 - 화장실을 고칠 목적이다. 수리하기 위하여. (위하여)
◎ 구조생각 – 똥 싸려고 화장실 갔다. 똥마려움에 의하여. (의하여)

 

여기서 중요한건 화장실이 아니다. 핵심은 ‘의하여’다. ‘의한다’는 것은 한 차원 위에 원인이 있다는 거다. 상부구조가 있다. 그러므로 위를 봐야 한다. 그런데 안 본다. 왜? 본능이다. 원래 안 보게 되어 있다.

 

문법을 의식하고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입에서 어떤 단어가 튀어나올지는 자기 자신도 모른다. 컨셉만 잡으면 말은 저절로 튀어나온다. 왜? 언어에는 언어의 결이 있기 때문이다. 결 따라 간다.

 

마찬가지다. 생각은 자동모드로 세팅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다. 화살은 과녁을 향하게 되어 있다. 원래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 디폴트값으로 주어져 있다. 생각은 무조건 목적어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목적어가 ‘위하여’다. 그냥 ‘뭐를 위하여’라고 생각해 버린다. 초등일기는 무의식적으로 ‘나는 오늘...’로 시작해 버린다. 그래서 망한다. 뒤집어야 한다. 의식적으로 뒤집으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

 

◎ 생각의 방향 : 전제 → 진술 (화살이 과녁을 찾는다.)
◎ 깨달음 방향 : 전제 ← 진술 (활을 쏜 궁수를 찾는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머리 속에 모형이 들어있어야 한다. 화살을 쏘는건 활이다. 활을 당기는건 궁수다. 궁수를 움직이는건 전쟁이다. 계속 위로 올라가야 한다. 더 넓은 지평을 만나야 한다.

 

최종단계는 세력이다. 그 세력의 확장이다. 똥 마려운 거다. 진중권은 왜 나꼼수를 씹었을까? 똥마려워서다. 한나라당은 왜 단체로 화장실로 직행했을까? 똥싸러 간 거다. 사슴은 왜 풀을 먹을까?

 

◎ 보통생각 - 진보주의 사슴이 지구의 환경오염을 걱정해서다.
◎ 구조생각 – 사슴이 초식동물이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건조하게 메커니즘을 보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씨가 똥 싸기 전에 이미 똥마려웠다. 상부구조에서 다 결정되어 있다. 사슴은 원래 풀을 먹게 되어 있다.

 

계에 스트레스가 걸려 있다. 밀도가 걸려 있다. 팽팽한 긴장이 형성되어 있다. 활시위는 이미 당겨져 있다. 곧 센터가 결정되고 축이 움직이면 대칭의 포지션이 나눠진다. 각자의 역할이 부여된다.

 

시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스템은 작동을 시작한다. 똥마렵다. 왜? 위장의 사이즈는 제한되어 있는데 밥이 들어오니, 뱃속의 밀도가 증가하여, 배에 스트레스가 걸린 거다. 결국 똥을 싸고 만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사실을 잘 모른다는 거다. 전쟁이 일어난다. 설문조사를 해 보자. “전선으로 달려가서 싸우겠습니까?” 대략 반수가 ‘도망치겠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은 오판했다. ‘배부른 미국놈들이 죽기살기로 덤비는 일본군을 어떻게 당해?’ 오산이었다. 미국인들이 외려 일본군보다 더 악착같이 덤볐던 거다. 배부른 미국인들이 왜? 똥마려웠기 때문이다.

 

똥마려우면 결국 총을 들게 되어 있다. 전쟁 스트레스 엄청난 거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인터뷰에 이런 증언이 나온다. 마을에서 서너명이 자살했는데 그 이유는 전쟁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얼마나 똥마려웠으면 전쟁 못해서 자살을 하겠느냐 말이다. 전쟁에 가기 위해 나이를 속이고 하는건 흔한 이야기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 잘 묘사되어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거 모른다는 점.

 

흔히 ‘광기’라는 편리한 단어 하나로 해결해 버린다. ‘미쳤어.’ 특히 지식인들이 광기라는 단어를 쓰는 지점은 도피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미쳤을까? 천만에. 그렇게 말 하는 놈이 미친 놈이다.

 

일만마리의 양떼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멈춰설 수 없다. 그 상황이 스트레스가 걸린 상황이다. 계에 밀도가 걸리면 그렇게 된다.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폭주가 시작된다.

 

메커니즘의 문제다. ‘양의 되먹임’이 나타나면 누구도 거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 그 상황은 물리학이다. ‘미쳤다’는 표현은 사람들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건데 천만에. 양의 되먹임은 판단이 아니다.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는 거기가 미끄럼틀이기 때문이지 딴거없다. 미쳐서 미끄러지는게 아니고 미끄러워서 미끄러지는 거다. 똥마려운 놈들은 답이 없다. 똥은 다른 똥으로 대체될 뿐이다.

 

동료가 짜증을 부리면 ‘너의 판단이 틀렸어!’ 하고 설명해줘야 할까? 그건 진중권부류의 멍청한 생각이다. “아침에 뭐 잘못먹었니?” 혹은 “어디 아프니?” 하고 묻는게 맞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새끼 딸린 엄마곰이 공연히 히스테리를 부리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곰이 쫓아오면 엎드려서 죽은척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엄마곰은 단지 새끼를 보호할 생각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엄마곰이 호르몬 때문에 이미 스트레스가 걸려있고 그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거다. 이미 분비된 호르몬을 도로 주워담을 방법은 없는 거다. 스트레스를 발산하게 해주는 수 밖에.

 

알아야 한다. 공동체가 하나의 위장이다. 그리고 똥을 싸는 거다. 미국이 왜 저럴까? 처묵처묵 처먹어서 똥싸지르는 거다.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약탈하기 위하여가 아니다. 이건 음모론적 시각이다.

 

◎ 보통생각 –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약탈하기 위하여 침략했다.
◎ 구조생각 – 처먹고 똥 싼다. 이라크 아니라도 어딘가 쌌을 거다.

 

수구꼴통은 왜 북한과 싸우려들까? 625때 받은 스트레스를 아직도 배설하고 있는 거다. 그들을 다스리는 방법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거 뿐이다. 다른 이슈를 터뜨려 물타기 하는 수 뿐이다.

 

여기서 핵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가, 학교가, 국회가, 재벌이, 유엔이, 지구가 하나의 똥공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거다. 인구가 너무 많고, 다툼이 너무 많다. 밀도가 걸려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똥을 싼다. 공동체는 똥을 싼다. 국회는 똥을 싼다. 재벌은 왕창 싼다. 지구는 계속 싼다. 처묵었으니 쌀 밖에 없다. 우리가 판단의 오류라 여기는 문제들 대부분은 물리학 문제다.

 

체한 사람은 바늘로 따 주면 내려간다. 호르몬 변화로 스트레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물리학이다. ‘정신차려!’ 하고 귀싸대기를 한 대 때려주면 정신차리는 바보들도 있는데 역시 물리가 먹힌다.

 

덕산의 방, 임제의 할이 이유가 있다. 공동체도 체한다. 양의 되먹임이 나타나서 똥마려울 때는 다른 쪽으로 출구를 열어 스트레스 압력을 낮추거나 더 큰 스트레스를 걸어서 정신차리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물리학이다. 판단이 틀린게 아니라 뱃 속에 들어찬 가스가 덜 빠졌거나 혹은 매를 덜 맞은 거다. 민주당은 한 곳에 모여 있어서 탈이 나니 분산해서 체력을 회복했다. 가스 빼준 거다.

 

유시민이 큰 일을 했다. 만약 진작에 민주당 중심으로 뭉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강력한 스트레스가 걸렸어 개박살이 났을 거다. 집구석은 조그만한데 식구가 많으니 탈이 안 날 수가 있나 말이다.

 

의석은 고작 80석 작은 집이다. 식구는 민주당 구파 박지원. 민주당 신파 손학규. 친노적자 유시민. 친노입당 안희정, 친노중립 이해찬, 친노시민 문성근, 거기에 민노당과 재야까지 더해서 미어터졌다.

 

인물은 많은데 평수는 비좁으니 탈이 나고야 만다. 이때는 분산해야 한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안철수, 박원순이 운신할 틈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시민 없었으면 민주당에 눌려 다 죽었다.

 

흩어져서 계에 걸린 밀도를 낮춰주는 방법으로 진보세력은 살아났다. 반면 한나라당은 좀 맞아야 한다. 얘네들은 인물이 너무 없어서 문제다. 병력부족인데 시베리아까지 쳐들어간 독일군 신세다.

 

만슈타인의 건의를 받아들여 빠르게 후퇴함으로써 전선을 좁히고 밀도를 높여야 보급이 원할해진다. 한나라당은 허벌나게 패줘야 살아나게 되어 있다.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알고 조 팬다.

 

신성일은 왜 쓸데없는 헛소리를 해서 매를 벌까? 같다. 구조론으로 보면 결혼이 먼저고 사랑은 나중이다. 여기서 결혼은 그 결혼이 아니다. 상부구조다. 신성일은 덜 결혼되어서 상부구조가 약했다.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합강도, 곧 에너지 밀도가 낮았던 거다. 그러므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상대 입장을 덜 배려한 것은 에너지의 밀도가 낮고 상호작용의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때는 맞아야 된다.

 

왜 매를 벌까? 맞아야 증세가 멈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병과 신성일병은 정확히 같다. 애초에 친연성이 약했다. 금이 가는 거다. 망치로 때려서 그 부분을 메꾸어야 한다. 역시 물리요법이 통한다.

 

상부구조가 있다. 위를 봐야 한다. 그런데 안 본다. 원래 안 보게 되어 있다. 인간의 생각은 쏘아진 화살과 같아서 목적어만 따라가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통해서 이를 뒤집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필자는 1초만에 판단한다. 방향을 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주의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본다. 상대방이 목적어를 따라가면 이미 땡이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첫 소절도 들어보지 않고 바로 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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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ujoron.com




[레벨:2]호롱

2011.12.14 (22:57:56)

추측상 10분만에 써진 글이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14 (22:59:24)

세줄씩 끊어서 글자 수 맞추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리오.

[레벨:2]정청와

2011.12.15 (11:59:38)

동렬님은 궁수,수 많은 글들은 화살

궁수는 전쟁나서 활 쏘는데 동렬님은 무엇에 의하여 그러신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15 (12:59:23)

전쟁이 난 거죠. 

총들고 싸우는 전쟁은 아니라도.


전쟁은 모순 때문에 생기는 것이오. 

신대륙을 발견하면 정복전쟁이 시작되오.


일단 신대륙으로 건너갈 배부터 만들어야겠지요.

[레벨:11]garanbi

2011.12.14 (23:53:28)

그러고 보니, 세줄씩 끊어 놨구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1.12.15 (11:19:52)

항상 트러블을 해결해 나가야하는 입장에 놓인다.

상대방의 사고방향에 휩쓸리지않으면서,

상대방이 뭔가 손해보지않도록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구조론적 사고밖에 없다.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는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 에서 찾아야한다.

트러블 해결로 내가 이익을 보지않거나, 약간의 감수가능한 손해를 보면서

트러블 자체를 해결하면,  이미 큰 이익이다.

[레벨:7]아바미스

2011.12.15 (12:21:35)

구조론 연습문제 100선~!


이렇게 문제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레벨:2]정청와

2011.12.15 (15:35:41)

수학이라면 Text가 있고 문제집이 있죠

총서시리즈4권이 텍스트고 사이트 모든 글들이 문제집 역할하는거 같습니다

 

구조론을 알게된지 약10개월   텍스트는 각각 2-3회정도 보았고 문제집은 수시로 찾아봅니다.다 보지는 못했어도 거의...

 

구조론자체도 1심2날이 있고 글의 성격도 질에서 양까지 다양해서 전모를 보고자 했습니다.

 

만약 98%의 동의가 100%동의와 같은거라면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1%는 신의 영역이고 나머지 1%는 저의 것이죠)

 

한 사람의 그 치열함,일관성,성실함. 인간존엄의 떨림이 있습니다.김동렬선생!

 

저의1%로 갚겠습니다,받은 것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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