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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759 vote 1 2013.11.22 (18:40:57)

     우주의 모형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노자는 유(柔)를 제시했고 탈레스는 물을 제시했다. 불교의 색즉시공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를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그리고 모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있다.


    과학은 입자모형을 제시한다. 구조론은 입자에 선행하는 질의 모형을 제시한다. 입자는 단단하고 질은 무르다. 입자는 자기 위치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질은 자기 위치를 버림으로써 형태를 유지한다.


    세상은 변한다.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이어야 한다. 과학의 입자모형은 변화하는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은 과감하지 않았다. 나무만 설명하고 숲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땐 그래도 되었다.


    과학은 계속 발전한다. 내가 아니더라도 훗날 누가 대신 설명해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훗날의 누군가에게로 미루면 된다. 그러나 지금 과학은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쯤에서 납득할만한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과학자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세에 와서 천동설로 퇴행했다. 원래 달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태양력이었다.


    중간에 태음력으로 퇴행해 버렸다. 서구도 마찬가지다. 원래 태음력을 쓰다가 로마의 카이사르가 이집트의 태양력을 수입한 것이다. 태양력을 모르고는 달력을 만들 수 없다. 처음에는 태양력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인쇄술이다. 종이가 없던 시대에 태양력으로 책력을 만들어서 나눠줄 형편이 안 되니까 실용적인 태음력으로 바꾼 것이다. 밤 하늘의 달은 굳이 책력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지식은 소수의 아는 사람들 사이에만 통하는 것이었다. 지식이 대중화 되면서 퇴행현상을 일으킨다. 옳은 모형을 버리고 나쁜 모형으로 바꾼다. 옳은 모형은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동설보다 천동설이 더 실용적이다. 지동설로는 왕이 민중을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가 왜 도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경우 인간은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식을 낮춘다.


    이 패턴은 동서고금에 공통된다. 어떤 사상의 시조는 일원론을 표방하지만 점차 이원론으로 변질된다. 차별을 만들어내고 사탄을 만들어내야 차별과 죄악이 만연해 있는 세상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리를 왜곡한다. 진리가 시장원리에 지배된다. 진리시장에는 거짓된 대중지식만 판매가 된다. 홍수를 막는 지식보다 홍수를 일으킨 마녀를 응징하는 지식이 더 잘 팔린다.


    과학이라서 다를까? 천만에. 누구나 직관적으로 과학의 입자모형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천동설이 편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돈다는건 왕이 돈다는 것이다. 돌아버린 왕을 누가 섬기나?


    왕은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민중을 제압하고 국가를 통치하기엔 천동설이 실용적이다. 진리를 원한다면 그 실용성을 버려야 한다. 지식은 시장과 싸워야 한다.


    우주의 모형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쉽게 시간과 공간의 무한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진리에 무한은 없다. 모든 무한은 언어적 도피다. 전염병이 돌면 그게 다 마귀 때문이라고 말하는게 편하다.


    마녀사냥으로의 도피다. 무한개념을 부정해야 진리에 다가설 수 있다. 무한은 하나의 수학적 장치일 뿐 자연의 본모습이 아니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양자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모든 존재하는 것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자궁을 통과해야 하며 그 자궁은 대칭성이며, 대칭이 불연속성을 가진 양자이기 때문이다. 무한개념은 연속성을 가지므로 자연에 없는 허구다.


    빅뱅이전, 우주의 탄생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인간이 상상할 수 없다. 빅뱅이전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은 자체모순이다.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빅뱅이전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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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인식은 굳이 말한다면 밑도 끝도 없는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으로 끝이 없고 공간으로 끝이 없는 무한의 바다에 툭 던져진 모양이다. 엄밀히 말하면 모형이 없다.


    원시인들이 지구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런 형태가 될 것이다. 막연하게 세상이 무한히 크다고 여기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로 무한하고 사방으로 무한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양자론에 따라 무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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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이후만 생각하면 이 모형이 된다. 이 모형은 기독교의 창세기 모형과 유사하다. 세상은 시작과 끝이 있으며 시작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문제는 하느님 뒤로 숨었다는 거다.


    하느님의 창조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는 진리를 직시하지 않으려 하는 비겁한 태도다. 두 눈 뜨고 정면으로 태양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ab4.jpg


    영원히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는 순환구조모형도 생각해봄직 하다. 빅뱅이후 우주가 팽창하다가 어떤 한계점에 이르면 다시 축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빅뱅과 수축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 모형은 불교의 윤회모형을 연상시킨다. 아이디어가 신선하지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 모형은 빅뱅이전을 논하므로 부자연스럽다. 빅뱅이전은 시공간이 없었으므로 논할 수 없다.


    ab.JPG


    구조론의 우주 모형이다. 우주는 무와 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 무와 유는 입자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생과 사로 보아야 한다. 존재는 작은 알갱이들의 뭉쳐져 이루어진 덩어리가 아니다.


    커다란 하나가 다양한 모습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본래 하나이던 것이 내부에서 복제되어 널리 펼쳐진다. 입자는 그 출렁임들이 꼬인 것이다. 꼬임이 풀리면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사라진다.


    세상은 꼬임이 얽히면 살아나서 형태를 이루고, 꼬임이 풀리면 죽어서 형태를 감춘다. 꼬임이 풀리면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고 물질도 없다. 파도는 가라앉고 물거품은 사라져도 바다는 남아있다.


    우주는 물질과 진공으로 이루어졌다. 공간에서 모든 입자를 빼버리면 그것이 진공이다. 그런데 입자를 빼면 무엇이 남는가? 질이 남는다. 어떤 것을 배제하면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것이 남는다.


    공간은 의사결정방향이고, 시간은 의사결정순서이며, 물질은 의사결정단위다. 의사결정단위를 빼면 의사결정순서와 의사결정방향이 남는다.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의사결정으로 설명한다.


    물질이 양이면, 운동은 시간이고, 힘은 공간이다. 물질 이전에 시간이 있고, 시간 이전에 공간이 있다. 공간 이전에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 이전에 복제가 있다. 복제시스템이 최종적인 종착지다.


    ◎ 복제≫에너지≫공간≫시간≫물질


    최종적인 것은 일의성의 복제시스템이다. 생물로 치면 유전자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생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백질은 세포를 만들고, 세포는 조직을 만들고, 조직은 인체를 만든다.


    ◎ 유전자≫단백질≫세포≫조직≫인체


    인간에게서 몸통을 빼면 유전자가 남는다. 우주에서 물질을 빼면 일의성이 남는다. 장난감에서 부품을 빼면 접착제가 남는다. 건물에서 집을 빼면 설계도가 남는다. 일의성의 복제구조가 최후에 남는다.


    최초에 일의성이 있었고, 그것은 복제구조이고 하나였으며, 둘로 쪼개지고 넷으로 쪼개져서 무한히 복제된 것이 우주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수학적으로 존재할 뿐 구체적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칭의 붕괴에 의해 방향과 순서가 특정되면 존재가 성립한다. 최종적으로 물질을 남긴다. 유는 무에서 나왔으나 무에서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유는 유에서 나온 것이며 그 유는 다른 유여야 한다.


    유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유가 태어나는 절차가 있었다. 과거로 계속 가면 어디에 닿을까? 빅뱅에 닿는다. 그 이전에는? 공간과 시간과 물질은 무한복제된 에너지의 대칭성 붕괴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주가 태어나기 전에는 우주를 만드는 자궁이 있었다. 그것은 휴화산처럼 죽어있거나 아니면 살아있다. 빅뱅 너머의 우주는 큰 바다와 같고 빅뱅이후의 우리우주는 그 바다의 작은 물거품과 같다.


    파도가 출렁이면 물거품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우리우주는 빅뱅으로 생겨나서 언젠가 사라진다. 그것은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창세기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히 있다.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시작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우리 우주 바깥에도 많은 물거품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물거품들은 각각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있다. 물질은 우리 우주 안에서만 적용된다.


   



[레벨:2]손작

2013.11.23 (01:27:13)

"커다란 하나가 다양한 모습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본래 하나이던 것이 내부에서 복제되어 널리 펼쳐진다."


최근에 우연찮게 스피노자 관련책을 읽었는데.. 진리는 맥락이 다 통하는 것 같아요.

스피노자는 그 시대에 묻히긴 안타까운.. 현대성을 갖고 있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필연 속에 자유가 있고, 오히려 고독(고립) 속에 자유가 없다는 명제..

항상 구조론 사이트를 통해 혼자 되뇌이고 위로를 받았던 그것이었는데 말이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11.25 (11:42:4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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