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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28 vote 0 2014.02.04 (14:52:21)


    이제는 추상하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상부구조가 있으므로 닫힌계 안에서 함부로 판단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거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반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법정에서 판단할 때는 신중해야 되겠구나 하는 교훈을 얻게 한다. 다만 정의가 무엇인지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쉿! 조심해. 함정이 있어.’ 하고 겁줄 뿐이다. 그 조심해야 할 상부구조가 무엇인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는다.


    정의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집단의 의사결정이며, 이때 의사결정단위의 건설이라는 숨은 전제가 노출되며, 그 전제가 충족되기 전에 하부구조에서의 섣부른 판단은 무의미하며, 그 전제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러므로 기계적 정의는 절대로 없으며, 정의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는 말하지 않는다.


    책은 두꺼워도 내용은 빈곤하다. 내용이 빈곤하므로 도리어 책이 잘 팔린다. 구조론은 반대다. 때로는 한 페이지가 열 권 분량을 압축한다. 이 안에 다 있다. 구조론의 각별함은 추상성에 있다.


    추상하면 복제되고 복제하면 응용된다. 모두에게 이로움을 준다. 그러나 책을 팔아먹으려면 추상하지 말고 사실해야 한다. 상부구조, 하부구조 대신 옳음right, 좋음good으로 표현해야 한다.


    다만 현실에서 도움이 안 될 뿐이다. 정의는 right와 good의 싸움이다. 하부구조의 정의는 상부구조의 개입에 의해 무효화 된다. 결정된 good을 뒤에 온 right가 뒤엎는다. 판정대상은 결과로 확인된 입자가 아니라 원인으로 진행중인 사건이며, 밑바닥에는 에너지가 걸려 있다.


    사건에 개입하여 판정해봤자 밑바닥 에너지의 요동에 의해 오뚝이처럼 제 자리로 돌아간다. 진정한 정의는 상부구조에 하부구조를 종속시켜서 옳음에 좋음을 가두는 것이다. 개별적 정의는 전체의 대의 안에서 호흡한다.


    대의는 너와 내가 한 팀인지 묻는다. 보통은 ‘그렇다. 우리는 가족이다.’는 식으로 대꾸하지만 속임수다. 다스베이더가 루크에게 'I am your father.‘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숨은 전제를 깨뜨려져야 한다.


    ‘내가 왜 너의 아들인가?’ 거꾸로 정의를 통해 대의를 만들어야 한다. good을 흔들어 right를 리빌딩해야 한다. 아버지인지 아들인지는 지금 내가 결정한다. 형과 아우 사이에서 공평하지 않으면 정의가 아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이 형제가 아니라면? 그것은 지금 이 현장에서 내가 조직한다. 단호한 의사결정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참된 정의는 부단히 상부구조를 건설하고, 보다 큰 계획을 만들어간다.


    상대성을 가둘 절대성, 작은 집단을 가둘 큰 집단, 소승을 품은 대승, 선善을 가둘 의義를 생산한다. 그래도 밑에서는 계속 삐져 나온다. 의義를 이탈한 선善이 보수주의다. 그 선善을 가둘 의義의 건설이 진보주의다.


    둘의 상호작용은 끝없이 되풀이된다. 점점 자라나서 커다란 형태를 이룬다. 이 모형을 품어야 한다. 그것은 완전성의 모형이다. 자연의 성장성을 반영한 살아있는 모형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4.02.04 (16:09:43)

[한 페이지가 책 열 권 이상의 분량을 압축한다.]

 

구조론의 장점과 단점을 한 줄로 표현한 정확한 문장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그 무엇을 한페이지로 압축했으니 얼마나 간단하고 명료한가.

하지만

그 한줄에 쓰인 단어 몇개로 그 뜻을 다 알았다고 단정짓는 순간 당신은 열권의 분량으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  설명을 못하면 당신이 알았다고 하는 것은 가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론을 좀더 대중화 시키기 위해서는 교과서적인 메뉴얼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 다음으로

메뉴얼을 설명하는 보조 설명서도 나오면 하는 바램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04 (16:56:30)

모두가 상대성이론을 알 필요는 없소.

세상에 그런게 있다는 정도만 알면 되는 거. 


그런게 없다고 하면 그게 더 허전하고 이상한거 아니겠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처럼 헷갈리는 것도 있어줘야 제맛이지


노방전도사가 지하철에서 옆자리앉은 사람에게 5분스피치로 성경풀이하듯이 

신통방통하게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거.

 

모두가 김연아나 메시가 될 필요는 없고 

일반은 알아보고 장단만 맞춰주면 되는 거. 


씨앗을 뿌려놓으면 그 다음은 흙이 알아서 키울 몫. 

구조론은 천 년에 한 번 나올 이야기라 천천히 보급되는게 당연하오. 


다만 구조론의 핵심은 쉬운데 

어떻게 쉬운걸 쉽게 납득시키느냐 하는 고민이 있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4.02.04 (17:50:24)

구조론은

지식이 아닌 지혜분야이며,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깨달아야 하며,

생각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와야 하며,

한번 느낌이 아니라 그 느낌의 연속성이라

 

아마 그 고민은 죽는 순간까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4.02.04 (17:43:3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레벨:11]비랑가

2014.02.04 (21:50:43)

'정의란 무엇인가?' 동영상 보다가 지루해서 죽을뻔 했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04 (22:09:22)

정의는 간단히 right로 good을 치는 겁니다. 

근데 가끔가다 삑사리가 나는 수 있습니다.


right는 아버지, good이 아들일 때 아들이 반기를 들고 

'나는 니 아들 아니다'고 기미독립선언서를 외기 시작하는 거죠.


이렇듯 법질서로 판정하기 애매한 상황이 있는데 


보수 -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

진보 - "이 자리서 정하자. 선택해라."


미아 패로는 판단을 집단에 떠넘겼고

순이 프레빈은 자신이 결정을 해버린 거죠. 


인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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