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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은 성공한 대통령이다?
낮의 김대중과 밤의 김대중 대결 5라운드를 점검해 보자.

지난 5년은 김대중 대 김대중의 투쟁이었다. 한 김대중은 청와대에서, 한 김대중은 조선일보 사옥에서 밤과 낮을 번갈아 통치하였다. 그들은 지난 5년간 지상과 지하에서 인터넷과 종이신문, 행정부와 의회, 개혁의 희망과 수구의 증오, 월드컵과 폭탄주, 노무현과 대쪽을 절반씩 나눠가졌다. 낮의 대통령 김대중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대중의 성공은 노무현에 달렸다

결과적으로 김대중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다. 뭘 성공 했느냐고? 김대중의 실패한 부분을 찾아서 오류를 시정하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이 노무현이다. 김대통령의 성공여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불확실한 것이며 노무현이 잘하면 김대중의 성공이 되고 노무현이 잘못하면 김대중의 실패가 된다.

중요한건 퇴임 후의 활동이다. 김대중이 성공한 크기 만큼 퇴임 후의 활동이 보장될 것이며 김대중이 실패한 크기만큼 김영삼이 되고 말 것이다. 퇴임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퇴임 후에 죽어지낸다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정될 것이다.

모른다. 권노갑과 김옥두, 박지원의 천문학적 비리가 밝혀지면 김영삼 마냥 구석에 숨어서 소리나 빽빽 지르는 신세가 될 지도. 김대중의 성공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성공인 것이다. 어쨌거나 김대중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느냐의 여부는 노무현에 달려있다. 자력우승은 못되는 것이다.

역사는 김대중에게 우호적이다

세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역사의 평가이다. 둘은 지식인의 평가이다. 셋은 대중 일반의 평가이다. 역사는 김대중에 우호적이다. 지식인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냉담하다. 대중 일반도 근소한 차이로 김대중에 우호적이다. 결론적으로 2 : 1 스코어로 김대중의 승리다.

역사의 평가부터 점검해 보자. 역사는 결코 중립이 아니다. 역사는 편파적이다. 역사는 역사의 편에 서는 사람의 편을 든다. 역사는 역사 자신의 기준이 있다. 역사가 들이미는 잣대는 역사의 진보 쪽에 편향되어 있다.

역사의 생명은 일관성이다. 역사는 기록된다. 과거의 기록이 미래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기록의 목적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역사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동일한 시행착오를 세 번 네 번 반복하므로서 역사의 일관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만약 역사가 진보와 보수를 왔다갔다 한다면 시행착오는 반복된다. 1차대전의 시행착오가 2차대전의 시행착오로 반복되고, 3차대전 4차대전으로 계속 반복된다면 역사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시행착오의 반복을 막는 방법은 일관된 진보 뿐이다.

역사는 부단히 진보하는 방법으로 시행착오의 반복을 막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 역사는 진보의 편에 서는 사람을 편든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편파적이며 역사의 일관성을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역사의 체면을 세워주는 사람의 편을 들어준다.

어떤 면에서 김대중은 명백히 역사의 체면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홍삼비리는 명백히 김영삼의 시행착오를 반복한 것이다. 똑같은 시행착오가 두 번씩 반복된다면 역사가의 체면은 똥이 된다. 역사는 바로 그러한 시행착오의 반복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김대중이 역사의 체면을 세워준 점도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정권에 의해 계속된 시행착오는 남북간의 대결정책이다. 박정희의 오류를 전두환이 답습하고 노태우가 물려받고 김영삼이 따라 배운다. 이건 역사를 똥으로 만드는 짓이다.

이렇게도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다면 역사학자들은 모두 직업을 바꾸고 포장마차라도 개업해야 할 판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역사학자들의 비위에 맞는 것이다. 마땅히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월드컵의 성공이나 IMF극복은 상대적으로 적은 점수를 받는다. 날이면 날마다 하는 월드컵은 아니다. 기록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 후세의 대통령들도 김대중을 본받아 월드컵을 유치하고 4강진입을 성공시키라고 쓰는 역사가는 없다.

월드컵의 성공은 역사의 본질과 동떨어지는 1과성 이벤트다. 이런건 역사가 알아주지 않는다. IMF 극복은 박정희와 김영삼의 시행착오로 기록된다. 김대중의 치적으로는 기록되지 않는다. 경제학자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역사가들은 좀 그렇다.  

김대중이 사상 처음으로 뭔가 표준을 세우고 후세의 대통령들이 그 김대중의 표준을 본받는다면 김대중의 업적으로 기록된다. IMF극복은 김대중이 처음으로 표준을 세운 것이 아니라 멍청한 김영삼이 허방에 빠진 것을 복구한 것에 불과하다.

지식인은 김대중에게 냉담하다.

김대중은 일단 역사로부터 1점을 얻었다. 두 번째는 지식인의 평가이다. 지식인은 대부분 김대중에 냉담하다. 좌파도 그러하고 우파도 마찬가지다. 김대중의 성공은 대통령 1인의 성공일 뿐 개혁세력의 총체적 성장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 진보-개혁세력은 여전히 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분열된 채 각개약진하는 형편이다.

김대중의 각종 개혁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가 축구시합을 벌이고 있다. 중요한건 심판의 편파판정이고 잘못된 것은 게임의 룰이다. 김대중은 언론이라는 심판과 민주주의라는 룰을 근본에서 건드리지 않았다.

김대중의 일부 정책은 진보적이고 일부 정책은 보수적이다. 김대중의 개혁은 그 진보와 보수의 시합내용에 관한 것일 뿐, 근본적으로 철학을 바로잡고 룰을 바로잡고 심판의 판정을 바로잡는 시스템의 개혁이 아니었다. 그 심판 노릇으로 먹고사는 지식인의 밥그릇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혀 평가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성장은 신지식인의 활동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도드라지지는 않았으나 수면 하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다. 이 자라나는 새싹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낼 때 지식인들도 김대중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설지 모른다. 그 과제를 물려받은 사람이 노무현이다.

노무현이 10만 신지식인을 양성하여 든든한 개혁주체세력을 형성한다면 몰라도 현재로서 지식인들의 김대중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이다. 김대중은 명백히 지식인을 소외시켰다. 김대중의 편중인사는 원맨쇼와 같다. 그는 팀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강준만도 우리의 서영석기자도 떡고물 하나 얻어먹지 못했다. 지도자는 개인플레이를 해서 안된다. 그 성공이 개혁세력의 총체적 성공이어야 한다. 여전히 지식인들은 배를 곯은 채 뒷골목을 서성거리며 투덜대고 있다.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는 여론시장을 지식인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언론개혁의 성공없이 노무현이 이 부분에서 평가받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대중은 지식인들의 밥그릇을 챙겨주지 않아서 1점을 잃었다.

대중들은 김대중에게 우호적이다

대중들의 평가는 지역감정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이 작용한 부분을 제외하고 볼 때 전체적으로 김대중에 우호적이라 볼 수 있다. IMF를 극복하고, 햇볕정책으로 전쟁위험을 줄이고, 월드컵을 성공시켰고, 인터넷을 건설하였고, 정권재창출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김대중정권 하에서 득 본 사람이 손해본 사람보다 많다. 물론 50~60대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지만, 내일을 살아갈 사람은 젊은 세대들이다. 젊은 세대의 밥그릇을 챙겨주고 인정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1점을 추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계를 내면 2 : 1로 아슬아슬한 승리이다.

김대중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권노갑과 김옥두의 천문학적인 비리를 감추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권노갑, 김옥두, 박지원은 충성심이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남아있거든 주군을 위해서 적당한 기회를 보아 자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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