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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012 vote 0 2017.01.22 (21:40:59)

     

    앨런 튜링의 여성혐오


    검색어 상단에 뜨기에 뭔 일 있나 싶어서 검색해 봤다. 앨런 튜링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였는데 한편으로는 격렬한 여성혐오자였다고 한다. 고개를 갸웃거릴 필요는 없다. 동성애자가 여성혐오를 내세우는건 페미니스트가 남성혐오를 표방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성애자이기도 했지만 여성혐오자로, 여성을 극도로 혐오했다고 한다. 인간의 사고를 남성적 사고와 여성적 사고로 나눈 뒤 여성적 사고의 특징을 전략의 부재라고 했으며, 물론 동성애자인 걸 자신이 고를 수 있는건 아니지만 서양권에선 튜링이 동성애자인 이유가 여자를 사랑하는 참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존재할 정도다.” [나무위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여성혐오일까? 여성혐오이지만 여성혐오가 아닐 수 있다. 필자가 동성애자와 대화해 본 경험으로 말한다면 ‘그럴 법 하다’는 거다. 그 친구는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붓는 어머니와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누나들에 둘러싸여 자랐는데 그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는 여성들 때문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그 친구는 여성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여긴다. 반대로 그 친구를 알뜰히 챙겨준 여성들은 좋은 일 하고 욕 먹게 된 셈이다. 그 친구는 여성들이 자신을 함부로 ‘소비했다(?)’고 여긴다.


    당신이 누군가를 끔찍이 사랑한다고 해도 그 대상자는 당신이 자신을 소비했다고 여길 수 있다. 소비된 입장에서는 불쾌한 것이다. 당신이 끔찍이 아끼는 누군가를 사랑이라는 핑계로 매우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소비하여 마침내 고갈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볼 일이다.


    사무실에 남성직원이 열 명, 여성 직원이 한 명 있다고 치자. 그런데 새로 한 명의 여직원이 들어왔다면? 두 여직원은 아주 친해지거나 아니면 원수가 된다. 나이차가 있거나 직급의 차이에 의해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신참은 고참의 시녀가 되거나 아니면 경쟁자가 된다.


    사무실에 남성직원이 다섯 명, 여성 직원이 다섯 명 있다고 치자. 여성과 남성 사이에 서열문제로 갈등이 있다면? 여성직원 중의 한 명은 두목이 된다. 남성을 증오하며 대결구도를 만들고 여권을 내세워 나머지 네 명의 여성을 지배하려 한다. 권력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남성권력에 대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지배하는 권력이기도 하다. 새누리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 대항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본질은 경상도를 독점지배하려는 것이다. 대항은 지배를 위한 권력측의 테크닉에 불과할 때가 많다. 뭐 복잡한 거.


    중요한건 역설과 역설의 역설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이다. 무엇인가? 앨런 튜링이 여성을 혐오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아 여성을 혐오하는구나 하고 단세포로 받아들이면 초딩이라는 거다. 그것은 앨런 튜링의 전략이다. 여성을 혐오하는 척 하는게 본인에게 더 자연스러웠던 거다.


    예컨대 어떤 한국인이 일본에서 먹고살기 위해 혐한서적을 출간했다고 치자.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때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은 가장 악랄한 혐한이 된다. 박정희를 관찰하면 된다. 악랄하게 친일하다가 빨갱이로 변신하고 다시 악랄한 빨갱이 사냥군으로 변신했던 거다.


    그게 자연스럽다. 혐한을 하려면 한국인 핏줄로 혐한해야 먹어준다. 일본인이 한국방송에 나와서 일본을 욕하면 먹힌다. 그건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불과하다. 앨런 튜링은 여성을 혐오한게 아니라 남성을 사랑한 것이다. 춘원 이광수는 사실 조선을 혐오한 것이 아니다.


    이광수는 일본을 사랑한 것이다. 일본을 사랑하기 위해 동족을 팔아먹은 행위는? 그 경우는 ‘에이 같은 동족끼리 봐줘야지. 뭘 그걸 갖고 그래? 아잉!’ 이러고 넘어간다. 박근혜도 그렇다. 위기에 빠지자 여성을 걸고 자빠진다. 같은 여성이 항의하면? 같은 여성끼리 좀 봐줘!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면 여혐이지만 여성(?)인 앨런 튜링이 여성을 혐오하면 여혐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을 혐오하는 페미니스트를 만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럴 수 있다. 같은 여성끼리 뭔 말을 못해? 흑인이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르는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백인은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흑인은 그래도 된다. 남성은 여성을 혐오할 수 없지만 여성은 여성을 비난할 자격이 있다. 일본인은 한국인을 비난할 수 없지만 한국인은 한국인을 비판해야 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는 남성적 가치를 강조하고 남성의 방법론을 쓴다.


    그럴 수 있다. 남자들이 하던 전쟁을 여성들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그렇게 여성이 남성의 방법을 쓰면 남성과 여성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라는 본질은 약화될 수 있다. 이건 복잡한 방정식이다.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의존증이 있는 거다.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심리가 부모에 대한 공격행위로 나타난다. 부모에게 생계를 완벽하게 의존하는 히키고모리가 자신을 돌보는 부모를 공격하는 일은 흔히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그 대상에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미성숙의 증거인 경우는 많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의존증이다. 그래서 결론은? 타자성을 훈련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침범하지도 말아야 한다. 증오나 의심은 침범이며 미성숙이다. 아기들은 원래 나와 타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엄마가 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사회에 대한 의존심과 어리광을 가지고 있다. 사회가 부모처럼 나를 돌봐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독립적 인격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한다면 남과 거리를 지켜야 한다.


    ###


    첨언하자면 호르몬의 판단과 전략적 판단이 있다. 이성애자가 이성을 사랑하는 것은 호르몬의 판단이다. 게이가 여성을 혐오한다면 전략적 판단이다. 여자 혹은 남자가 동성인 여자 혹은 남자와 연대하는 것은 전략적 행위다. 도움받을 일이 있다. 여성끼리 혹은 남성끼리 돕는다.


    게이는 여성에게 도움받을 일이 없다. 여성과 연대할 수 없다. 여성은 게이남자를 좋아한다. 피해입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게이는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돕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편하게 보기 때문이다. 앨런 튜링의 여성혐오는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상부구조가 뜨면 다르다.


    지도자가 나타나 같은 약자인 여성과 동성애자의 연대라는 방향을 제시하면 달라진다. 더 큰 목표가 제시되면 행동을 바꾼다. 앨런 튜링의 행동은 전략이지만 전략 위에 더 큰 전략이 있다. 한중일이 서로 혐오하는 것은 전략적 행동이다. 지도자가 떠서 더 큰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한중일이 힘을 합쳐 서구에 맞서자면 더 큰 전략이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전략적 행위지만 전통적으로 영국을 때려주기 좋아하는 프랑스는 반대로 간다. 영국이 빠져서 경쟁자가 없는 지금 프랑스가 EU를 다 먹을 찬스다. 프렉시트를 하고 싶지만 브렉시트의 이익챙기기가 먼저다.


   20170108_234810.jpg


    모든 혐오와 증오는 오줌을 싸서 보모의 관심을 끌려는 유아와 같이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의 의존행동입니다. 나와 타자 사이에 우주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간극이 있습니다.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의존심과 어리광은 때로 혐오 형태로 표출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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