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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431 vote 0 2010.11.01 (18:07:33)

 

  구조적 관점


  서구의 구조주의 철학은 잘 알려져 있다. 무멋보다 구조가 중요하며, 모든 것이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다들 막연히 그러려니 할 뿐이다. 대개 구조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며, 구조의 실체에 파고드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물과 공기가 소중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물과 공기에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잘 살아가듯이 말이다.


  서구 구조주의 철학자들이 진작부터 구조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는 축과 대칭 정도이다. 두 단어로 방대한 구조의 세계를 옳게 나타낼 수는 없다. 그들은 직관적으로 구조의 중요성을 눈치채고 대외적으로 구조를 표방할 뿐 실제로는 구조를 모른다. 그들은 구조를 설명하는 어휘를 갖고 있지 않다.


  구조는 에너지 작용에 따라 성립하는 것이다. 에너지 작용을 해명하는 인과율에 기초한다. 이 지점부터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기존의 알려진 인과율은 시간성에 기초한 개념이며 공간의 특성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잘못되어 있다. 인과율은 시간적 선후관계 뿐 아니라 공간적 방향관계에도 적용된다.


 석가의 연기법,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학이나 린네의 생물분류학, 헤겔의 변증법, 마르크스의 토대와 상부구조 개념 등이 일정부분 구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라 하겠다. 근래에 와서는 게임이론이 필자의 구조론과 유사한 점이 있다. 게임이론의 핵심은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 대칭원리다. 대칭이 축을 공유하여 구조를 성립시킨 상황이다. 여기에 합법칙성이 성립한다.


  대결하고 있는 두 플레이어가 하나의 축을 공유한 상황에서 자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필연성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론은 이 정도 수준에서 구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하나의 논리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여기에 축을 움직이는 논리가 더해져야 한다. 축을 움직이면 또다른 대칭이 만들어져 콜더의 모빌처럼 된다. 그러한 모빌구조가 점점 성장한다는 점에 착안한 시스템 논리가 도입되어야 한다. 축을 공유하며 대결하는 플레이어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형태로 조직이 발달하는 것이 시스템의 작동인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을 망라하고 모든 성장하고 발달하는 조직에 이 원리가 적용된다.


◎ 최초의 단서≫대칭의 성립≫축과 대칭의 구조≫축의 이동≫시스템의 성장


  구조는 외부 에너지 작용을 받아들여 내부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으로 발전하며 이는 조직의 성장과 발달로 나타난다. 국가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원리,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원리, 자본이 결집하고 증식하는 원리를 비롯하여 모든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스템의 진보를 구조원리로 해명할 수 있다. 


  구조론은 조직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원리를 해명한다. 세상을 구조와 그 구조에 에너지를 태웠을 때 일어나는 조직의 성장과 그에 따른 시스템의 작동으로 보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인간이 마음 안에도 그러한 구조가 있다. 마음 안에도 두 인자의 대칭이 있고, 둘을 통일하는 축이 있고, 축의 이동이 있고, 그에 따른 마음의 성장과 진보가 있다. 마음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하고 비약한다.


  그러한 마음의 성장과정을 감정≫생각≫의도≫의식≫정신으로 풀어낼 수 있다. 정신은 외부환경을 받아들여 마음의 시스템이 성장하는 것이며, 의식은 마음을 개인의 자유의지로 끌어가는 축의 이동이며, 의도는 외부환경과 맞선 축과 대칭의 구조이며, 생각은 그 대칭의 모순을 풀어낸 전개이며, 감정은 최종적인 그 대칭의 해소다. 감정이 외부의 자극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며 그것이 인간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은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의 진행과정을 통하여 외부에서의 자극을 처리한다. 인간이 외부환경의 작용을 내부에서 처리하여 이를 행동으로 대응하게 하는 것이다.


◎ 감정 - 외부자극에 의해 처음 단서가 주어진다.

◎ 생각 - 단서에 에너지가 투입되어 대칭을 성립시킨다.

◎ 의도 - 대칭이 제 3의 외부환경에 대응하여 내부에 축을 성립시킨다.

◎ 의식 - 마음이 외부환경에 대응하여 축을 움직인다.

◎ 정신 - 마음이 트리구조를 이루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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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는 외부에서의 에너지 작용을 처리하는 내부의 저울이다. 모든 존재에 구조가 숨어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존재는 곧 하나의 외부작용을 처리하는 단위이기 때문이다. 어떤 시공간의 지점에 외부에서의 에너지 작용을 처리하는 하나의 포지션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에너지로 작용해도 거기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은 외부에서의 자극을 처리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오면 마음의 밸런스는 무너지며 그것이 감정반응으로 나타난다. 화가 난다든가, 슬프다든가, 기쁘다든가, 즐겁다든가 하면,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므로 어떻게든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거기에 대응하는 것이 생각이다.


  인간은 생각하여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슬픔을 가라앉힐 수도 있고, 분노를 조절할 수도 있다. 나쁜 소식이 있어도 차분하게 계획을 세워 대비하면 분노는 가라앉는다. 옆에서 동료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면 금방 시샘하여 ‘나도 먹고 싶다’는 감정이 들지만 ‘조금 있다가 나도 사먹어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면 그러한 시샘은 가라앉는다. 


  그러나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는 수가 있다. 아뿔싸! 자신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돈이 없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외부의 여러가지 교란요인에 의해 다시 마음의 균형은 무너진다. 그럴 때는 축이 있어야 한다. 판단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다이어트의 날씬함 중에서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로 가꾼 날씬한 몸매를 과시하여 여러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면 다이어트가 더 중요하다. 그럴 때 마음의 시샘은 사라진다. 동료의 아이스크림이 전혀 부럽지 않다. 이것은 의도로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외부에서 또다른 저울이 들어와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내부의 저울과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에 방해된다’는 외부의 저울이 있다. 내부의 저울과 외부의 저울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고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이를 조정하려면 축을 이동시켜야 한다. 판단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축의 이동을 위해서는 마음 안의 저울과 마음 밖의 저울을 통일하는 제 3의 저울이 있어야 한다. 저울과 저울이 모여 더 큰 저울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의식이다.


  의식은 나를 점차 발전하고 진보하며 성장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 순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는 통일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고 일관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나다운가다. 당장 먹고보는 것이 나다운가 아니면 다이어트를 해서 칭찬받는 것이 나다운가를 결정하는 것이 의식이다. 의식은 자기다움을 따라간다. 그 자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아가 미성숙한 사람은 자기를 좁게 규정한다. 자아가 성숙한 사람은 자기를 넓게 규정한다. 외부의 타자를 내 마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민족을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하고 세계를 생각하고 인류를 생각하고 점차 사고의 범위를 넓혀가서 마침내 신에게 닿는다.


 


  ◎ 감정 -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 생각 - 나도 아이스크림 사먹겠다.(시간적 풀어내기)

  ◎ 의도 -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에 해롭다.(공간적 방향전환)

  ◎ 의식 - 나는 국가와 민족을 바라보며 성장한다.(내부 중심의 건설)

  ◎ 정신 - 외부의 자극이 인류의 다양성에 기여한다.(외부환경 포용)



  이렇게 자아를 키워갈 때 외부의 환경은 나를 살찌우는 양식이 된다. 이때 외부의 저울이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확대하며 트리구조를 이루어 점차 안정된다. 외부에서 어떤 새로운 판단기준이 들어와도 내 안의 항상성을 잃지 않는다. 당장 여야의 정치구도가 바뀌고, 미일중러와의 외교관계가 바뀌고, 매일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고, 날마다 새로운 사건이 터져가도 나의 일관성을 다치지 않는다. 외부에서 새로운 교란요인이 나의 내부로 투입될수록 나의 역동성과 활력은 더욱 커져서 더욱 담대한 자세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생각도 내 안에서 한 구석에 각자의 포지션을 할당받아 나의 넓고 큰 세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마음의 나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어떤 외부의 자극이 들어와도 각자 적합한 포지션이 지정되어 모순과 충돌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외부의 자극을 흡수하여 나를 살찌우게 하는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이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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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1.02 (17:17:23)


짱구와 심슨 만화는 심심하면 즐겨보는데...
만화 캐릭터를 넣으니 재미 있네요.
엉뚱한 짱구..그러나 알건 다 아는 천재인 짱구.^^와 엉뚱하며 사고 잘 치면서도 소심하고 게으름 피우기 좋아하는 심슨이 뭔가 통하는 거 같기도 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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