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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47 vote 0 2022.12.23 (18:25:55)

    책 선전인가 보다. 워런 버핏에게 큰 영향을 준 '찰리 멍거'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투자를 잘하려면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수학도 알아야 한다고. 투자하기 바쁠 텐데 이 양반은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하여간 좋은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는 뒤집어 생각하라.'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구조론에서 강조하는 역설의 법칙이다. 그런데 실제로 뒤집어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잘난 척하는 유명논객 중에는 아주 씨가 말랐다. 대부분 틀에 박힌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 


    물이 ‘반 컵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아직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를 두고 ‘봐라. 반 컵밖에 없잖아’ 하고 핏대를 세우거나 혹은 반대로 ‘아직 반 컵이나 남았잖아.’ 하고 고함을 지른다. 왜 그럴까? 추종자들에 아부하여 진영권력을 잡으려는 것이다.


    보수는 보수 안에서 헤게모니를 잡으려다 꼴통 되고, 진보는 진보 안에서 헤게모니를 잡으려다 꼴통 된다. 이성의 논리가 아닌 권력의 생리를 따르는 것이다. 한쪽 눈이 없어서 의안을 끼고 있는 찰리 멍거는 권력이 아닌 돈을 추구했기 때문에 바보를 피할 수 있었다.

   

    권력은 줄세우기다. 한쪽으로 몰아야 줄이 만들어진다. 뒤집어 보라는 찰리 멍거의 가르침을 뒤집어 보자. 한쪽만 바라보라. 그러면 당신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윤석열이 외눈박이 정치로 가는 이유다. 진보표는 포기하고 보수표만 노려야 당권을 잡고 공천을 한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 정답을 찾는 대신 확실히 불행해지는 길을 피하라.’ 

    ‘인도 발전의 임무를 맡았다면 어떻게 해야 인도에 피해를 줄까’를 생각하라.  

   ‘사람들은 똑똑해지려고 노력한다. 나는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 같은 말이다. 역지사지로 보자는 제안이다. 아닌 것을 제거하면 남는 것이 정답이다. 구조론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마이너스 원리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동전의 양면이다. 플러스를 뒤집으면 마이너스다. 그냥 마이너스를 결정하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주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계에 에너지가 걸려 있으며, 존재는 곧 사건이며 첫 단추를 잘 꿰면 두 번째 단추는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이며 자원들이 모두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간다는 대전제를 깔아야 한다. 그게 없으면 찰리 밍거의 말을 백 번 읽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유행하는 처세술 서적에 불과하다. 워런 버핏의 친구라는데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 왠지 워런 버핏이 된 거 같은 기분은 들 것이다. 아주 잠시 동안은 말이다. 닫힌계를 알아야 하고 조절장치를 알아야 한다. 그냥 마이너스가 아니라 조절장치의 마이너스다. 


    왜? 닫혀 있으니깐. 인간의 모든 실패는 에너지원과의 연결이 끊어져서 일어나는 것이다. 당신의 에너지원은 부모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학벌일 수도 있고, 회사일 수도 있다. 뒤에 받쳐주는 세력이 있다. 다들 뒷배를 믿고 세력을 믿고 기세등등한 것이다.


    인간의 실패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 연결을 끊어서 망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의 공급이 끊겨서 망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라내야 한다. 왜냐하면 자르는 방법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닫힌계 상태에서 플러스는 불가능하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 왈, '먹을 양식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분하고, 백성이 국가를 신뢰하면 그것이 잘하는 정치다.' 자공은 '셋 중에서 하나를 버린다면 먼저 무엇을 버릴까?' 공자 왈 '군비다'. '남은 둘 중에서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인가?'


    공자 왈 '양식이다'. 남은 것은 신뢰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린다는 것이다. 신뢰가 중요하다구? 신뢰를 플러스하면 되겠네. 신뢰가 정답이란다. 어서 기레기를 풀어서 신뢰를 모아라. 신뢰촉진대회 열어라. 


    이러면 망하는 것이다.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건희를 버리면 된다. 동훈을 버리면 된다. 기득권 카르텔을 버리면 된다. '나는 안 그런데?' '나는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사람은 뒷배가 있는 사람이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거다. 


    재벌 2세라면 버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언제나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칼럼을 써도 그렇다. 조회수를 버리고 자공을 얻을 것인가, 자공을 버리고 조회수를 얻을 것인가?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것이 구조론이 요구하는 마이너스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폭풍을 만났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겠는가? 첫째, 화물을 버려야 한다. 둘째, 배를 버려야 한다. 셋째, 남자를 버려야 한다. 마지막까지 남아야 하는 것은 아기다. 마이너스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닫힌계에 갇혔을 때 마이너스가 작동한다. 


    먼저 자신을 닫힌계에 가두어야 한다. 사건을 키우면 누군가 당신 앞을 막아선다. 그것이 닫힌계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닫힌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단은 열린계고 보스는 닫힌계다. 말단에게 좋은 말 해봤자 의미 없다.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삽질하는 이유는 자신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여 닫힌계에 가두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 거기까지 왔으므로 안해도 되는 행동을 굳이 한다. 바둑고수는 본능적으로 마이너스를 쓴다. 


    바둑판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묘수를 둘 수는 없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 묘수를 둘 때도 있지만 그 경우는 상대방이 판을 깔아줬을 때다. 알파고가 판을 깔아주지 않으면 이세돌도 묘수를 둘 수 없다. 묘수를 둬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 절대로 묘수를 둘 수가 없다. 


    어느 분야든 한 분야의 고수들은 나름대로 터득한 구조론의 감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다르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가 실수하는 이유다. 눈덩이를 굴리는 것은 마이너스다.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만 그렇게 할 수 있다. 


    중간까지 도달한 사람은 구조론이 필요 없다. 찰리 멍거의 빅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반드시 잡아야 하는 컨셉은 무엇인가? 우리가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무엇인가? 왜 주식투자를 하는데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수학을 다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아는게 있어야 버릴게 있다.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관심을 두지 말고 그가 진정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뒤집어서 생각하라는 말은 초딩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뒤집기가 어렵다고 찰리 멍거는 말하고 있다.


    찰리 멍거의 말을 뒤집자.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수학을 모르면 뒤집을 수 없다. 뒤집는 것은 밸런스다. 밸런스의 축을 장악한 사람만 뒤집을 수 있다. 뒤집는 것은 계에 걸린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에너지의 방향성을 알아야 뒤집을 수 있다.


    배를 뒤집는 것은 키다. 물리를 뒤집는 것은 거리와 속도의 상보성이다.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다. 생물을 뒤집는 것은 종의 생태적 지위다. 사회를 뒤집는 것은 동질성을 만들어내는 사회화 절차다. 심리를 뒤집는 것은 호르몬이다. 뇌과학이 심리학을 뒤집는다. 


    어느 분야든 컨셉을 정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빅 아이디어가 있다. 이쪽저쪽을 동시에 틀어쥐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판을 뒤집어 놓는 핸들 같은 것이 있다. 뒤집어 생각하기 전에 그 뒤집는 것을 장악하라. 부침개 뒤집듯이 확 뒤집어버리는 것이 반드시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SimplyRed

2022.12.23 (18:50:58)

사람의 인생은 하루씩 마이너스되어 결국 모두 죽는데, 사람들은 죽음을 고려하지않고, 무언가를 더해가는 것이 인생이라 여긴다.

근데 사실 살다보면 예전같지 않은 몸뚱이를 느끼고, 새로 산 차가 낡아가고, 가치도 상각되고, 젊음도 꺼져가는 와중에 다들 알고 있겠지. 다만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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