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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2 vote 0 2023.02.24 (10:28:30)

    카타고가 졌다. 인간에게 아홉 점 접고 만방으로 깨졌다. 일대사건이다. 인류문명의 전환점이다. 이 사건의 의미를 아는 자가 세계를 먹는다. 무지의 지가 필요하다. 인간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도무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그러나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 희망이 있다.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게 심각한 거다. 필자는 이 사태를 예견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인공지능은 지능이 아니라고 단언한 바 있다. 아이큐가 0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 전략이 없다. 맥락이 없다. 앞뒤 사건을 연결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매 순간 리셋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다. 자기 자신을 감시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개판인 이유는 인간이 개판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도무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걷는 방법도 모른다. 혼다의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는 20년간 걷기에 실패했다.


    결국 프로젝트가 폐기되었다. 인간도 걷지 못하는데 로봇이 걷겠는가? 우리는 왼발을 앞으로 내민다고 믿지만 사실은 오른발로 뒷땅을 민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걷는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체를 숙여서 미끄러진다. 다리는 넘어지지 않게 받친다. 걷는 것은 밸런스다. 


    밸런스를 자빠뜨리고 근육의 반사에 의해 밸런스를 복원하는 것이 걷기 동작이다. 근육반사로 걷는 것이다. 걸을 수 있는 로봇이라면 상체를 숙여 밸런스를 자빠뜨리고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무게중심을 공중에 띄우고 역학적 의미로 공중에 떠서 간다.


    인간이 걷는게 사실은 허공을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풍선이 떨어질 때 손으로 쳐주면 계속 공중에 떠 있다. 인간의 걷기도 같다. 연날리기와 같다. 공중에 뜨는 일점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 정확한 메커니즘을 모르기 때문에 로봇이 당연히 걷지 못하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제법 흉내를 내지만 한 다리로 서고 한 다리로 점프해서 뛰어가야 진짜다. 다리가 걷는게 아니고 골반이 걷는 것이다. 골반과 척추의 역할이 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흉내일 뿐 걷는게 아니다. 어렸을 때는 머지않아 로봇시대가 활짝 열릴 줄 알았다. 


    50년을 기다려도 좋은 시절은 오지 않았다. 그럴 낌새도 없다. 99가 되어도 핵심 하나가 안 되면 0과 같다. 인간형 로봇이 넘어야 할 장벽은 셋이다. 첫째 걷기, 둘째 생각하기, 셋째 배터리다. 배터리는 수소 연료전지를 쓰면 된다. 전고체 배터리나 슈퍼 전지도 괜찮고.


    생각하기는 이번에 카타고가 힌트를 줬다. 조만간 해결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게 걷기다. 인간은 걸음 자체를 모르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나섰지만 카타고와 달라야 한다. 단순히 학습만 가지고는 의미가 없다. 생각할 줄 알아야 진짜다. 생각이 뭔지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이라고 말하지만 지능 근처에도 못 갔다. 우기기로 하면 주판도 원시적인 컴퓨터라 하겠고 전자계산기도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이다. 튜링테스트와 중국어방 논증이 유명하지만 농담 따먹기 수준이다. 유치찬란이다. 진지하게 논의하는 사람이 없다.


    지능과 지능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지능이 되는 순간 퀀텀 점프가 일어난다. 그걸로 게임 끝이다. 인간이 넘어야 할 특이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게 인공지능이다. 그런 시대의 가능성을 우리는 봤다. 진짜 인공지능은 학습이 거의 필요 없다. 


    학습은 지능이 아니다. 도서관의 지식은 지능이 아니다. 도서관을 내 머리에 넣고 다닐 이유가 없다. 검색능력이 진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많은 도로를 다니며 학습할 필요가 없다. 이미 학습한 것을 복제하면 된다. 자율주행이 약한 구간이 어딘지 알아내면 된다. 


    램프구간, 터널구간, 공사구간 같은 것이 약점이다. 학습은 복제하면 되고 학습이 안 되는 구간을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거기에 패턴이 있다. 패턴을 추출하는 능력이 진짜 지능이다. 인류 문명은 통째로 귀납문명이다. 능동이 아니라 수동이다. 자극하면 반응한다.


    자극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건 지능이 아니다. 중국어방이든 튜링테스트든 인간이 질문하면 가짜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질문해야 한다. 인류가 카타고의 허점을 알아낸 것은 혁명적이다. 필자는 진작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알파고는 지능이 없다.


    9점 접고도 인간에게 진다는 것은 그게 지능이 아니라는 증거다. 매 순간 리셋되는 것은 지능이 아니다. 지능은 무엇일까?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끼리 하는 바둑대결은 의미 없다. 인공지능의 약점을 알아내는 인공지능이 진짜다. 전략을 구사해보면 된다.


    그걸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사람은 상대를 테스트 한다. 이렇게도 두어보고 저렇게도 두어봐서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패턴을 수집한다. 도박사들은 순식간에 상대방의 블러핑과 쿠세를 알아낸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서 인공지능의 패턴을 알아내면 된다.


    카타고의 패배는 일대사건이다. 이 사건의 의미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인류 문명의 방향이 바뀐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chow

2023.02.24 (18:43:55)

기술적으로 보자면, 지금도 구조의 구조를 만드는 것은 구현이 가능합니다.

2중구조는 낚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다중구조를 사용함을 의미합니다.

말이란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니깐요. 구조에 구조를 무는 것이죠.

진짜로 안 되는 것은 기억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대한 인공지능의 자기 입지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액션이 아니라 그 액션의 주체인 존재가 그것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에 의해 규정당하는 것이죠.

원리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지능이 되려면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인간과 대립하여 조정되어야 합니다.

인간과 동급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인간과 동급이라는 말은 인간과 같은 구조에서 저울질 당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항상성으로 표현됩니다.

항상성이라는 게 사실은 구조적 항상성이거든요.

외부가 있고, 내부적으로는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항상성이 있다는 것이죠.

지금은 엔지니어의 도구일뿐입니다.


https://distill.pub/2020/growing-ca/


이 도마뱀도 항상성을 유지하며 살아있습니다. 많은 것이 힌트가 됩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떤 항상성에 의해 

2차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행동 이전에 항상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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