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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14 vote 0 2022.02.18 (19:52:03)

    모델을 앞에 앉혀놓고 데생을 하는 것과 그냥 생각으로 그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현세는 그냥 그린다. 백날 그려봤자 의미 없다. 1만 번을 반복한다. 그래봤자 허영만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 차이를 인정하느냐다. 보통은 절대 인정 안 한다. 고집을 부린다. 


    서구의 그림도 르네상스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르다. 게르만족은 추운 동네에 살아서 사람의 누드를 본 적이 없다. 평면적인 그림이 된다. 수준차가 있다. 이현세는 명색이 교수인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만화가 되는데 누드모델 필요 없다고 생각할 거다. 


    캐릭터 죽는걸 모르고 말이다.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이 모두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골격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만화가는 될 수 없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는 목을 강조하여 그린다. 손가락 다섯 개를 나타내려고 한다. 


    그림이 아니라 기호의 집합이 된다. 도제식으로 배운 만화가들이 그런 함정에 빠진다. 만화에만 있다는 만화고기 현상 말이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피사체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어떤 둘의 연결부위가 문제가 된다. 목은 머리와 몸을 연결한다. 연결부위에서 어색해진다.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된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하늘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으로 가져왔다. 그것이 소실점이다. 그것은 음악에도 있고 스포츠에도 있고 어디든 있다. 


    그것은 화음이 되고 무게중심이 되고 밸런스가 된다. 반드시 대칭이 있다. 대칭을 만들고 파격을 만든다. 파격도 대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즈는 대칭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역시 대칭에 포함된다. 격식과 파격이 대칭되어야 파격이지 그냥 파격은 염병이다.


    이성과 감성이 있다. 이성은 하늘에 있고 감성은 땅에 있다. 이성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고 감성은 주변환경에 있다. 플라톤은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킨다. 구조론은 상호작용이다. 바흐는 대칭을 발견했고 재즈는 그 대칭을 부정하는 대칭이다.


    이성과 감성은 대칭이지만 상호작용은 또다른 대칭이다. 공자의 중용이든 석가의 중도든 그것은 대칭의 축이다. 그 축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더 높은 대칭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이성이 아니면 감성이 아니고 이성과 감성이 아니면 상호작용이다. 


    소실점은 그곳에 있다. 이데아는 그곳에 있다. 원형을 만들고 변주해야 한다. 대칭을 통해 원형에 이르고 파격을 통해 또다른 대칭으로 도약한다. 수평의 대칭에 교착되지 말고 교착을 타개하는 또다른 대칭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것은 평면에서 입체로의 도약이다.


    왜 이 점이 중요한가? 왜 이발소그림은 그림이 아니고, 지하철 시는 시가 아니고, 김봉남 패션은 패션이 아니고, 뽕짝은 음악이 아닌가? 가만 놔두면 인도영화처럼 춤만 추고 노래만 한다. 중국 경극처럼 장국영의 원맨쇼가 되어버린다. 패왕별희에 다른 인물도 있다.


    장국영 하나면 조명된다. 일본 애니처럼 눈만 크게 그리고 코를 그리지 않으면 캐릭터가 죽는다. 점점 협소해진다.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100가지라면 그중에 하나만 살아남고 모두 거기에 올인한다. 씨름기술이 300가지라도 오로지 체중늘리기만 하다가 스모된다. 


    요리에 설탕만 친다거나 조미료만 넣는 식이다. 밸런스가 무너진다. 다양성이 소멸한다. 외부와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이렇게 된다. 필연적으로 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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