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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38 vote 0 2022.01.25 (14:39:24)

    과학자는 일반인과 뇌구조가 다르고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사고방식이 달라야 한다. 과학자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맨눈으로 보는 것과 현미경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그냥 생각한다는건 말이 안 되고 방법적 사유라야 한다.


    과학적 사유와 차별화 되는 일반인의 사유로 민간어원설을 들 수 있다. 이성계가 눈이 쌓인 곳을 따라 한양에 도성을 쌓고 눈의 울타리 곧 설울雪鬱이라고 하였는데 와전되어 서울로 변했다고. 동네 아저씨가 심심풀이로 지어낸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개소리에는 의외로 질긴 생명력이 있다.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토리가 들어가면 거짓말이다. 스토리는 기억되기 좋고 전파되기 좋다.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으면 거짓말이다. 왜? 소인배의 권력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농담으로 한마디 했는데 백만 명이 낚였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애초에 낚을 의도가 있는 것이다. 언어는 권력이다. 권력의 논리가 앞서면 거짓말이다.


    문제는 언어학계의 공식 입장인 자의성설이 민간어원설과 같다는 점이다. 자의성설이 틀렸음은 부바키키 실험으로 입증된다. 언어는 누군가에 의해 자의적으로 명명되는게 아니고 뿌리로부터 싹이 터서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개인적으로 말을 지어내면 유통되지 않는다. 민간어원은 창작해봤자 유통되지 않는다.


    궁극적인 단계까지 추구하자면 모든 언어의 뿌리는 의성어, 의태어다. 보디랭귀지다. 동사가 먼저 나오고 명사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다. 덮다가 먼저 나오고 덮개는 나중 나왔다. 명사는 동사를 비틀어 다른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외국의 단어를 수입하면서 슬쩍 비틀어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식으로 파생된다. 파생어의 어근은 결국 의성어 아니면 의태어다. 그것은 혀와 입술과 구강과 턱짓으로 동작을 흉내내는 것이다.


    개미, 까마귀, 거미, 가마우지, 곰의 어원은 모두 검다는 뜻이다. 검은 것은 구멍이다. 구멍 속이 깜깜하다. 대표적인 구멍이 가마솥을 거는 아궁이 구멍이다. 새카맣다.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면 캑캑거리다가 검이 발음된다. 한자로 입이 구口인 것은 입이 굴이기 때문이다. 구멍의 옛말은 굼이다. 굴과 굼은 어원이 같다. 뚫린 것은 굴이고 막힌 것은 굼이다. 움집의 움은 막혀 있다. 상자를 뜻하는 함函도 어원이 같다.


    언어의 뿌리를 궁극적인 단계까지 추궁하고 보면 모두 입과 연결된다. 혀와 턱과 목구멍과 입술이다. you와 me는 입술로 상대방과 자신을 가리키는 동작이며 너와 나는 혀와 턱으로 가리키는 동작이다. 너라고 할 때는 턱을 밀어 상대를 지목해야 하고 나라고 할 때는 턱을 당겨 자신을 가리켜야 한다.


    한국인이 영어를 어렵게 배우는 이유는 어휘에 숨은 동작을 따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작을 따라하면 묵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어를 쉽게 암기한다. know에 k는 묵음이지만 원래 꺼낸다는 뜻이고 목구멍 속에서 밖으로 꺼내듯이 코맹맹이로 발음해야 한다. 아는 것은 꺼내는 것이다. know는 can과 같다. 꺼낼 수 있다는 뜻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언어를 처음 발명한 원시인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구멍 속에 숨은 오소리를 꺼낼 수 있을까? 하수도 구멍에 빠진 휴대폰을 건져낼 수 있을까? 언어의 원래 의미를 알면 지식의 대량추수가 가능하다.


    언어는 소리의 느낌과 동작을 살리는 100여 개의 보디랭귀지 기본형에서 파생되어 진화한 것이다. 갓난아기도 언어의 의미를 알아채는 부바키키 실험으로 구조론의 언어진화론은 입증되었다. 인간의 공감각적인 동작모방에서 언어가 유도된 것이다. 강아지도 두 팔을 벌리면 다가와서 안긴다. 그냥 아는 것이다.


    과학자의 개소리는 매우 많다. 아니 거의 전부다. 과학의 역사는 근거 없는 개소리와의 싸움의 기록이다. 솔직히 지구평면설이나 평행우주설이나 정적우주론이나 뭐가 다른가? 구조가 같다. 구조가 같으면 같은 것이다.


    계몽주의적 의도의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면 일단 개소리로 보면 된다. 상대방을 꺾겠다는 권력적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에 겁도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잔다르크의 활약을 부정하는게 대표적이다. 우파가 잔다르크를 숭배하므로 좌파는 맞대응 차원에서 잔다르크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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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미는 왜 작아졌을까? 피그미가 작아진게 아니다. 인류의 조상은 원래 작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부터 작았다. 잘 먹지 못해서 작아졌다는 설은 쉽게 부정되었다. 주변의 다른 부족도 못 먹고 있다. 근래에는 작은 신장이 정글에서 활동하기 좋기 때문에 작아졌다는 설이 대세다. 거짓말이다. 


    피그미는 정글에 살지 않았다. 코이산족도 키가 작은데 그들은 사막에 산다. 피그미는 키가 큰 부족에 쫓겨 정글로 도망친 것이며 영화 부시맨으로 알려진 코이산 족도 사막으로 쫓겨간 것이다. 세계 도처에 많은 소인족이 있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키가 작은 부족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피그미가 정글로 이주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철기문명에 의한 대량학살이 피그미를 정글로 몰아넣은 것이다. 구석기 시절만 해도 들판에서 평화로웠는데 말이다. 


    자연선택은 거짓말이다. 과학이 장난이냐? 자연이 선택하긴 뭘 선택해? 개소리는 그만하고 근거를 대야 한다. 피그미가 작은 이유는 밸런스의 문제 때문이다. 밸런스가 구조다. 구조문제 때문이다. 피그미는 키만 작은게 아니다. 9살에 결혼하고 20살에 노인 대접을 받고 40살 이전에 죽는다. 그쪽으로 생애주기의 밸런스가 맞추어진 것이다. 


    유전자를 조사해보니 두 피그미족이 전혀 다른 돌연변이에 의해 키가 작아졌음이 확인되었다. 작아질 확률은 언제든지 담보되어 있었다. 심지어 주변의 다른 부족보다 더 황인종 및 백인종과 유전적 거리가 가깝다.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피부색이 밝아서 한때 황인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우리와 유전적 거리가 멀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으면 생김새가 달라도 DNA는 가까울 수 있다. 


    원래부터 인간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키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가 많이 일어났다. 키가 커지는 이유는 성장, 임신, 출산, 육아의 생애주기 사이클에 따른 밸런스를 맞추는 문제에 있어서 키가 큰 편이 더 잘 맞기 때문이다.


    키만 커지는게 아니라 큰 키에 맞게 생애주기 사이클이 조정되어야 하는 것이며 키를 키우는게 더 사이클을 조정하기 쉽기 때문에 키가 커진다. 양의 피드백이 작용한 것이다. 작은 것은 더 작아질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큰 것은 더 키워도 된다.


    커지는 메커니즘과 작아지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작은 것은 원래 작았거나 돌연변이로 작아졌지만 커지는 것은 양의 피드백에 의해서다. 키가 큰 여성이 더 많은 아기를 낳은 것이다. 이건 돌연변이와 다르다. 네덜란드인이 프랑스인보다 키가 큰게 그렇다. 반대로 피그미는 키가 작은 사람이 많은 아이를 낳았는가? 아니다. 


    결론은 진화에는 방향성이 있으며 결국 밸런스를 찾아간다. 밸런스가 방향이다. 진화의 화살은 밸런스라는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환경과의 밸런스, 신체구조의 밸런스, 생애주기와의 밸런스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환경과의 밸런스는 자연선택과 유사하다. 그런데 다르다. 밸런스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우연히 하나가 선택되는게 아니라 적절한 변이의 생산과 환경과의 부단한 상호작용에 의해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생태적 지위다. 생태적 공백이 발생하면 그 공백을 메우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다. 제 지위를 찾아간다. 


    고래가 점점 커지는 것과 아시아인이 하체가 짧은 것과 크레타섬의 난쟁이 코끼리가 작은 것은 메커니즘이 다르다. 공통점은 어떻게든 밸런스를 찾아먹는다는 것이다. 밸런스에 도달할 때까지 변이를 만든다. 그 결과 잃어버린 고리가 적다. 잃어버린 고리는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의 하마가 물속의 고래가 되는 과정에 수심이 얕은 천해를 거쳤지만 그 중간화석은 발견하기 힘들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설 – 우연히 환경과 맞는 것이 살아남는다.

    밸런스 방향설 – 세 가지 밸런스가 맞을 때까지 변이를 생산한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도 그렇다. 암석행성과 가스행성과 소행성의 위치가 정해져 있다. 그 중간은 없다. 행성들은 적절히 자기 위치를 찾아간다. 어떤 균형점에 도달하여 멈춘다. 그 주변을 완전히 장악한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과학적 사유는 보급되지 않았다. 21세기에도 종교와 사이비가 판을 친다. 정치도 경제도 무당과 사이비가 득세한다. 민간어원설과 학계의 이론이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소인배의 권력적 의도가 개입해 있다. 딱 봐도 아니잖아. 필자는 진작에 알았다. 그냥 보인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뿐 딱 거부감이 들잖아. 어린이가 느낌으로 아는 것을 체계적인 수련을 받았다는 과학자가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세상을 밸런스로 이해하는 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밸런스는 쌍이다. 혼자라면 균형이 없다. 천칭저울의 접시는 두 개다. 새가 한쪽 날개로 난다면 이상하다. 민간어원설은 일방작용이다. 혼자 지어내는 것이다. 모든 음모론, 괴력난신, 허무맹랑, 견강부회의 공통점은 일방작용이라는 점이다. 자연이 일방적으로 선택한다고? 말이 되냐? 뭐든 어떤 둘의 관계로 설명되어야 조절이 된다. 조절장치가 없으면 거짓말이다. 굿을 하든 기도를 하든 일방적이다. 일방적인 것은 모두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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