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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id: 최호석최호석
read 4748 vote 0 2010.11.02 (22:22:13)

 대학 마다 중국 유학생들이 넘쳐 난다고 한다. 흐뭇하다. 벌써 적지 않은 중국 학생들을 내 손으로 한국에 보냈다. 나는 2005년도에 중국 남경에 왔다. 벌써 여섯 번째 난징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중국 강소성의 중심도시 난징이다. 사범학교로 유명한 남경효장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효장대에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해마다 100여명이 신입생들이 한국 유학을 선택한다. 중국에서 2년을 준비하고 한국에 건너가서 나머지 2년 대학 생활을 마친다. 학생들이 한국과 중국의 학위를 모두 받을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학생들은 한국이 잘 한다는 국제무역, 컴퓨터, 음악, 미술 관련 전공을 선택한다. 2년 동안 중국에서 전공과 한국어를 준비하고, 한국에 가서 계속 전공 학습을 심화한다. 2005년 첫해는 40명, 그 다음 해는 80명, 다음 해에는 150여명, 꾸준히 한국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증가했다. 생물 제약, 자동차, 컴퓨터디자인, 국제무역, 유통물류, 도시계획, 예술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중국유학생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멋, 한류의 공로를 말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들의 매력,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의 드라마가 한류의 주역이다. 한중의 경제 교류가 증가하면서 드라마에서 본 한국 제품들을 써 보니 과연 좋아할만 하다. 문화적으로도 서양이나 일본에 비해면 충격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류라는 꽃의 향기로움은 그 줄기와 뿌리에 연유 한다. 한국은 수많은 민중들의 힘으로 군사 정권 속에서 정치 민주화를 일궈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10년 동안 세계를 무대로 각 방면에서 빠르고 힘찬 한국의 멋과 자유로움을 선보였다. 남북 관계의 안정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리더쉽을 증명했다. 경제적으로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복지 선진국을 향해 부단히 노력했다.


 벌과 나비도 날갯짓도 달라졌다. 해마다 10%에 육박하는 중국의 위압적인 경제 성장률은 더 빠른 산업구조 재편과 더 많은 고급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14억의 70%가 농민인 농업대국이지만 2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3차 서비스 산업,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선두를 잡으려 벼르고 있다. 국내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빨아들이는 전략이 탁월했다. 올 가을 열린 공산당 회의에서는 국가는 부자인데 개인은 가난한 상황을 ‘포용적 발전’으로 혁신하겠다고 결정했다.


 한편 수많은 인재들이 늘어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너나없이 외국 유학을 떠나고 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니 몸값 올리기는 피할 수 없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적체된 인력들도 많다. 좋은 자리는 경쟁이 더 치열하다. 하지만 연해 지방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생겨날 일자리는 아직도 수없이 많다. 그들이 밖에서 체험한 것들이 앞으로 중국의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지 기대가 된다.

 

 중국 시장은 다양한 업종별로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학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영어권으로 간다.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폴 등이다. 영어는 기본이니 남들 안하는 걸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사람들은 비영어권을 선택한다. 일본과 러시아, 한국, 동남아로 떠난다.

 

 올해는 남경의 한 고등학교에도 한국어 특별반이 생겼다. 10여명 정도가 대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졸업 후 바로 한국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대학생을 포함한 전체적인 추세로 볼 때, 재작년부터는 큰 폭으로 학생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최고의 학생들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의 경우, 모두 남경시 거주자들이다. 보통 돈 있고 대학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한국 유학을 알아본다. 영어권에 비해 유학비용도 적게 들고, 장학금 혜택도 많다. 대학생의 경우는 강소성내 각 중소도시에서 큰 도시 남경으로 진학해 오는 학생들이 많다.

 

 돈 많아 유람 반, 유학 반 가보려는 학생이나, 성공을 목표로 빚 얻어 유학 계획 세운 학생이나 한국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주 무심해지는 고향 소식을 중국 학생들의 조심스런 질문으로 얻어 듣기도 한다. 수업 시간이 아니라면 궁금한 한국 이야기를 진짜(?) 한국인에게 들어 보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가수, 연예인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왜 수퍼주니어의 한경은 탈퇴했는지도 묻는다. 물가는 얼만지, 정말 한국 여자들은 모두 성형미인인지, 좀 심각하면 동북공정, 남북관계 등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돌아가셨는지, 한국 연예들은 왜 그렇게 자살을 하는지, 천안함 사건으로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왜 한국에는 미군이 있어야만 하는지... 왜 이명박은 미국, 일본이랑만 친한지...

 

 가능하면 긍정적인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일차적인 정보는 다들 얻는다. 내게서 해설을 듣고 싶어 한다. 이미지 관리 하느라 좋게 해석해 설명해 준다. 많이 곤란한 문제는 한국어가 급하니 말부터 배우고 천천히 토론해 보자고 어른다. 멍박이 등장 이후로 참 진땀나는 뉴스들 해설하느라 애 먹고 있다. 멍박이 똑바로 좀 하자.

 

 하루만 지나면 한국 드라마가 중국어 자막 달고 인터넷에 뜬다. 거의 실시간이다. 2005년도만 해도 불법 DVD가게에 가면 한국 영화, 드라마가 즐비했다. 작년부터는 확 줄었다. 한국 영화 자체가 별 볼일이 없어졌다. 불법 단속도 세졌다.

 

 무엇보다도 신나고 흥나는 한국 소식이 줄었다. 삽쟁이가 운전대 잡은 한국은 재밌는 일이 사라졌다. 삽질은 중국이 한수 위다. 배울게 없다. 한국이 배워가서 더 잘 보존한다는 중국의 흔적들에 더 관심이 있다. 한국이 잘한다던 민주주의, 새 교육, 혁신적인 시민들의 변화는 새 소식이 없다.

 

 강소성 내 대학만 해도 대한민국 대학들 개수와 비슷할 것 같다. 중국 전체를 헤아리자면 스무 배도 더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대학들이 있으니 중국 대학생 한국 유학 보내기는 식은 죽 먹기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한나라 시계차고 금니 반짝거리는 미소로 중국 학교들을 노크하고 다니는 학교재단 이사님도 애는 많이 쓰시고 있다. 이사님도 아시잖은가? 중국 친구들이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다는 점을? 줄 세우고 암기 시키는 거 오히려 이쪽 주특기다. 아무리 교육도 사업이고 말술 기울이는 친구 사이라지만, 한국 교육이 이 친구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면 술 깨고 나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대단히 실용적인 중국인들 자신의 필요에 의해 한국을 활용할 줄 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 한국과 북한은 기특하고(?) 또 특이한 나라일 뿐이다. 가고 싶은 나라, 배우고 싶은 멋진 한국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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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0.11.03 (10:20:32)

산업현장의 공동화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주듯이,
한국 대학의 공동화 (4차베이비붐 새대들이 3년 정도 지나면 모두 대학으로 들어가고 그 이후는 대학이 학생모집이 불가능함)를 중국인 학생들이 메꿔주고 있소.   대학이 계속 생존하자면 중국인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냐에 달려있을 것이오.  곧 현실화될것이오.   지방대는 이미 현실화되어있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0.11.05 (13:26:32)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 현식적인 대안이란 구석에서 잠깐 쓰고 폐기될 쥐박식 컨텐츠에 목숨거는 일을 그만두고
세계 인류가 만족할만한 자부심 넘치는 컨텐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오.
호랭이님 글이 단정하고 심플하고 좋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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