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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4314 vote 0 2010.02.23 (03:57:33)

1. 박찬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다. 

2010년 2월 22일 박찬호가 뉴욕 양키스 입단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한다. 집에 늦게 귀가하고, 뉴스를 놓쳐서 직접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가, 방금 인터넷을 통해서 사실을 확인하였다. 뭐 이렇게 말하면 누군들 그렇게 말 못하겠냐고 하겠지만, 사실 나는 박찬호의 양키스行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램이라기보다는 예측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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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시즌이 막 끝났을 적에는 박찬호가 필라델피아와 재계약 할 것으로 생각했다. 우승을 놓치긴 했어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여전히 강팀이었고, 박찬호도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에서 좋은 활약으로 입지를 굳혔기 때문에, 몇몇 다른 팀에서 러브콜이 날아오긴 할 지라도 결국은 필라델피아와 재계약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려니까 그리 된건지, FA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FA계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몸값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봉조건도 그렇지만, 그때까지만해도 필리스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았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필라델피아의 매뉴얼 감독이 박찬호는 연투능력이 떨어진다는 인터뷰 내용이 나오면서였다. 박찬호와의 재계약을 종용하는 지역언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지만, 정말이지 치사하기 짝이없다. 이로서 연봉협상은 고사하고 박찬호와 필라델피아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2. 언론의 설레발

필라델피아 외에도 박찬호를 원하는 팀은 최대 10개 구단이라고 알려져있다.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익숙한 구단을 말하자면, 시카고 커브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LA 에인절스 등이 있다.

당시 언론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박찬호와 인연이 있는 감독이 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갈 것이다.', '시카고 커브스에 가면 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것이다', '이러다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못할 수도 있다.', '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한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등 박찬호의 양키스 입단 바로 직전까지도 여러가지 기사가 난무했고, 게중에는 추측성 기사도 적지 않았다.

내가 박찬호가 계약을 한다면, 어느팀과 할까? 박찬호가 원하는 팀의 조건으로 1) 우승할 수 있는 팀  2) 선발투수로 뛸 수 있는 팀 (또 하나가 있었던가? 생각이 안나네...) 어쨌든 이 두가지는 확실히 생각이 난다.

일단 박찬호가 FA시장이 얼어붙어서, 또는 너무 높은 연봉을 부르다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못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은 현실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박찬호만큼 연봉대비 경험, 실력이 있는 선수는 드물다. 2009시즌 성적 뿐만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나이가 37살이 넘었는데도 빠른 구속을 유지하고 있고 (2009 포스트시즌에서는 97마일을 던진것으로 기억한다.) 또 구종이 많다.(포심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커터, 투심패스트볼, 서클체인지업 등) 이런투수는 어느구단에게든지 매력적이다.

많은 언론에서 박찬호의 양키스 입단을 예측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의례 박찬호에겐 선택권이 없다고 판단하고, 구단의 사정에 박찬호를 맞추었던 것이다. 그러니 매일 구단 관계자와 미국내 언론에서 들어오는 소식에 이렇쿵 저렇쿵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예측이 되건 안되건 언론사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다. 어쨌거나 이슈를 만들면 되니까.) 어느 팀이 선발이 부상이더라, 어느 팀에 누가 수술 받는다더라, 어느 팀이 어느 선수를 영입했으므로 박찬호 영입이 힘들어졌다더라 등...

박찬호의 가치로 박찬호가 팀을 선택할 꺼라는 생각을 애초에 배제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박찬호가 양키스를 선택하였다. 연봉이 어쩌건, 선발을 하건 못하건, 박찬호가 그의 가치로 선택한 것이다.



3. 한국인의 품 안에서

박찬호와 접촉이 있는 구단이 10개든, 20개든 정작 이번시즌 박찬호가 갈만한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로 아무구단도 박찬호를 원하지 않는다면 울며겨자먹기로 어느곳이든 가야할테지만, 연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구단을 선택하는 것은 박찬호의 선택에 있다면, 이것은 보다 명확해지는 것이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고, 어렵게 재기하였지만,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지, 은퇴를 하는 것이 올해가 될 지, 내년이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조건중에 최우선 조건은 아무래도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팀을 선택하는 것이다. 말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지, 사실 인구가 많은 도시가 한인이 많은 것이다.

미국에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라면 꼽을수 있는 곳은 세 곳 뿐이다. 박찬호의 미국 집이 있는 LA와 뉴욕, 그리고 시카고. 이곳을 연고로 하는 팀인 다저스, 양키스, 커브스에 박찬호의 집에서 가깝다는 에인절스까지 포함해서 4개 팀 정도다. 실제로 LA 다저스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2008시즌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뛰었고, 조 토리 감독과 생활을 해보았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어째 조 토리 감독과 궁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듯 하다. 이미 한번 해 봤서 아니라면 다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박찬호가 갈만한 팀은 아니었다. 보스턴 지역은 백인이 많고, 유색인종에 대해서 다소 보수적이다. 노장투수로 새 팀에 들어가는데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리스크까지 감당할 순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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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수준이 중요하겠지만, 박찬호 입장에서는 그것에 그리 개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돈이라면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에 연봉대박을 맞았고, 연봉만큼 값을 해야한다는 그 압박감에 부상과 함께 수 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어렵게 재기한 만큼 메이저리그의 마무리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팀을 원한 것이다.

선발에 욕심으로 선발이 가능한 팀을 찾다가 계약이 힘들어지지 않냐는 언론의 시큰둥이 애초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MBC스페셜 박찬호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보면 박찬호는 이미 선발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는 것을 그 말투와 표정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설령 그럴지라도 협상 테이블에서는 선발 욕심이 있다고 말을 한다. 그것이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4. 명예롭게 은퇴하기

박찬호가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을것이 어째 머리에 잘 그려지지는 않지만, 뉴욕은 LA 못지않게 한인이 많이 터 를 잡고 사는 대도시이고, 다민족의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이다. 양키스는 통산 27회 월드시리즈를 우승하였고, 2009시즌 우승에 이어서 2010시즌에도 우승후보이며,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배터리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다. 양키스 역시 선발투수 전력이 탄탄하고, 극강 마무리인 리베로 선수가 있지만, 중간계투에서 불안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박찬호에게 영입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요는 연봉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목표는 '명예롭게 은퇴하기' 이고, 비슷한 조건(연봉을 제외한)이라면 시카고 커브스 보다는 양키스 쪽이 끌릴 것이라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 10년 전이라면 커브스를 선택했겠지만, 지금의 박찬호는 그렇다. 명예를 선택했다. 시카고 보다는 뉴욕이 더 큰 도시고, 시카고 보다 뉴욕에 한인이 더 많고, 시카고 보다는 뉴욕이 더 우승 확률이 높다.  박찬호는 2008시즌 LA다저스에서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고, 팀이 필라델피아에 패배하고 시즌이 끝났을 때, 우승하기 위해 2009시즌을 필라델피아로 갔고, 또 우승하기 위해 2010 시즌을 뉴욕 양키스로 간다.


LA 다저스(2008) > 필라델피아 필리스(2009) > 뉴욕 양키스(2010)


박찬호가 2010시즌 어느 팀으로 갈 지 예측하려면, 2009시즌 왜 다저스에서 필라델피아로 갔는지를 알면 된다. 그의 목표는 그가 재기에 몸부림 칠 때부터 '명예롭게 은퇴하기' 였던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필라델피아에서 박찬호가 월드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 선택이 또한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가치와 기능이 있다. 그가 어느곳에 가치를 두는가가 그의 기능(선발, 혹은 불펜)을 결정한다. 그에겐 사랑스런 두 딸과 아내가 있고, 멋지게 마무리 하고 돌아갈 조국의 프로야구가 있다. 2010시즌 양키스에서 박찬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2.23 (10:26:45)

복잡한 사건이라도 아주 단순한 하나에 의해 결정되오.

깡패는 힘으로 제압하면 되고
먹물은 말솜씨로 제압하면 되고
장사꾼은 돈으로 제압하면 되고
예술가는 멋으로 제압하면 되고
한국의 스포츠맨은 자존심만 챙겨주면 되고
정치인은 공천권으로 제압하면 되고
맹바기는 고양이만 풀어놓으면 되고
동길이는 똥탕에 던져놓으면 되고
문열이는 석영이가 전화한통 넣어주면 되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2.23 (11:09:26)

블로그의 글을 구조론에 옮겨오기가 애매하오.
왜 긁어오면 띄어쓰기 간격이 달라지는지, 사진의 레이아웃이 바뀌는 지 모르겠소.
(서프라이즈에 올릴때도 마찬가지요.)

그래서 긁어온 후에 다시 띄어쓰기를 설정해야만 했소.
머 좋은 방법 없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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