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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홍당무
read 3641 vote 0 2009.10.27 (13:47:52)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것만 맞다고 하고 그것만 하라고 할까?..
그길이 다 맞고 그길로 가야하는것이 맞다면..
왜 이런길도 있고 저런길도 있을까?..

왜 강요하지?..
판단은 스스로 할수 있는것이 맞는것이 아닐까?

맞고 틀리고는 누가 결정하지..?
진짜 세상에 맞고 틀린것이 있을까?

다른사람들한테 피해가 가지않는 한에선 맞거나 틀린것이 없을듯한데..

한번은 친구가 중국어로 그랬습니다.
"넌 중국사람이 중국어도 못하는것이 쪽팔리지도 않냐"고..

난 항상 내가 중국어를 못해서 챙피했는데 그말 듣는순간 오히려 뿌듯(?)한 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너는 조선족이 자기 민족어도 못하는것이 자랑스럽나 보지?"하고..

그랫더니 그친구가 "중국에서 사는데 당연히 중국어가 필요한거 아니니"

그럼 사람은 어떤상황에서 살려면 어떤 상황에 무조건 맞춰서 살아야만 하는걸까?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항상 중국어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중국어땜에 많은 챙피도 당했지만,
조선족이라는 이유가 더 자랑스러웠기 때문에 기어코 중국어를 배우려하지 않았고 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것이 였던것일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10.27 (15:51:06)






길은 있습니다. 분명히 좋은 길도 있고 나쁜 길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분별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고 또 사회와 역사의 대세와 흐름과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순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부동산에 비유한다면 내 눈에 좋아보이는 땅이 있어도 그 땅이 특별히 가격이 싸고 남들이 기피한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호숫가에 그림같은 멋진 집이 있어서 ‘바로 이거야. 내가 꿈 꾸던 집이었어.’ 하고 덜컥 계약하고보면 처음 사흘간은 기분 째지겠지만 호수에는 늘 안개가 끼어서, 오전 중에 해 구경이 힘들고, 저온현상에 냉해가 있어서 살아보면 골탕을 먹기 마련입니다.

바닷가의 멋진 집도 마찬가지. 소금기 섞인 끈적끈적한 해풍에 시달려 보면 생각이 바뀌지요. 좋은 땅인데 가격이 싸다면 보통 맹지라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거나, 주변에 양계장이 있어서 냄새가 고약하거나, 목장이 있어서 파리가 꾀거나, 법적으로 얽히고 섥혀서 원수지간에 살인날 판이거나, 마음씨 고약한 심술영감이 이웃 살아서 대문앞에 똥거름을 가져다 놓거나 항상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편하게 목적을 달성하려면 남들 다 가는 길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능력있는 사람 하나 사겨두고 그 뒤만 졸졸 따라가도 됩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남들 다 가는 곳에는 이익이 적습니다.

남들 다 사는 주식 내가 사려고 보면 이미 가격 올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 내가 사기만 하면 상투잡이고. 만만한 중소형주 사고 보면 회사에 비리가 있어서 한 순간에 폭락하기 십상이고. 장투한다고 장롱속에 넣어뒀는데 알고보니 개잡주라 장롱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그러므로 남들이 어떻게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며, 그 이전에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며, 그 이전에 대세를 판단하는 눈이 중요한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리분별이 필요한 거지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진중권, 변희재들 좌우파 논쟁보면 깝깝한 것이 있습니다. 비단 그 두 양반이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많은 논객들이나 정치세력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물고기를 낚기 전에 미끼를 끼워야 하고, 미끼를 꿰기 전에 떡밥을 뿌려야 하고, 떡밥 뿌리기 전에 포인트를 잡아야 하고, 포인트를 잡기 전에 채비를 마련해야 하고, 채비를 챙기기 전에 일기예보를 봐야 하는데 아 이 화상들 보소.

낚시터에 빈 손으로 떡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내 잉어 어디갔어? 내 잉어 내놔라! 누가 가져갔어? 네놈이 범인이냐?” 눈알 뒤집고, 핏대 세우고, 침 튀겨가며 함부로 멱살을 잡는데 아 도대체 말이 통하지가 않아요. 한 숨이 나올 뿐.

사리분별 하고 제대로 진도 나가주는 사람이 이렇게도 없습니다. 도무지 길을 알고 가는 사람이 없어요. 이당이나 저당이나 진보나 보수나 인재가 너무 없습니다. 탄식할 뿐.

스스로 헤쳐가야 합니다. 호숫가에 그림 같은 집이나, 바닷가에 해풍 부는 집은 분위기 좋은 까페 지으면 대박이 납니다. 길 없는 맹지는 옆 땅을 사서 길 닦은 다음 건축허가 내면 되고, 심술영감은 소주 한 병 들고가서 살살 달래고, 법적으로 꼬인 문제는 전문가 자문 구해서 풀어내면 되고, 항상 문제해결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능력있는 사람은 오히려 남이 사지 않는 땅을 사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되지 않을 것을 되도록 만들지요. 무능력한 사람이 그렇게 하다가는 개털되는 거고.

일을 풀어가는 순서가 있습니다. 사리를 알아야 합니다. 알고 모험을 해도 하고 알고 도박을 해도 하고 알고 길을 찾아도 찾습니다. 협력하는 자세, 배우는 자세,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길은 이 길대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고 저 길은 저 길대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진보나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진보면 진보대로 보수면 보수대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리가 있습니다.

사리를 알고가면 진보로 가도 잘만 문화강국이요 보수로 가도 잘만 경제번영. 사리를 모르면서 무조건 목청만 높이고, 핏대만 세우는 자들. 아는 단어가 "싹죽여, 잡아쳐넣어. 조져. 밟아버려. 진압해." 뿐인 진성호, 전여옥, 이문열이 인류의 수치. 이 자들은 기본적으로 문제해결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 길이 아니면 다 죽어. 다른 길은 절대 안돼.'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어서 풀섶에서 개구리만 풀쩍 뛰어도 그것보고 놀라나자빠져서 경기를 하고 발작을 일으키고 끝내 사고를 치지요.

남들 다 가는 길을 갈 때는 욕심을 줄이고 조금만 먹겠다는 자세로 가면 되고, 남들 안 가는 길을 갈 때는 보험에 들어두고 분산 투자 하면 됩니다.

남들 다 가는 길을 뒤쫓아 가면서 턱없이 욕심을 내거나, 남들 안 가는 길을 혼자 가면서 보험도 안들고 아무데나 올인하면 오링 되지요. 결국 길의 선택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길을 가든 그 길에 맞는 추가적인 대응이 중요한 거지요.

첫 단추를 잘못 꿰어도 여러번 반복하여 단추를 꿰다 보면 운좋게 한 번은 대박이 나는 수가 있고,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그걸로 영영 끝나버리는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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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어를 하는게 상식에 맞겠지요. 어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그 이후의 추가적인 대응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합니다. 후속타가 나와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황에 맞춰 살기로 했으면 맞춰 사는게 맞고 맞춰 살지 않기로 했으면 자기 길을 개척하는게 맞습니다.

상황에 맞춰 살 생각이 없으면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개척하지도 않고 상황이 내게 맞춰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어느 쪽이든 결국 역사를 읽는 눈, 대세를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과 중국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지구촌 인류문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답이 보일 것입니다. 절대성은 항상 한 단계 더 높은 포지션에서 성립하는 법이니까.

http://gujoron.com

[레벨:0]홍당무

2009.10.28 (13:19:52)

답변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았던것 같습니다.
이제야  저의 머리속에 항상 떠돌아 다니던
 "왜 그래야만 하는데.."라는 생각들이  다 사라집니다.

앞으로 저의 사상에 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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