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291 vote 0 2007.11.06 (17:35:07)

문국현 실험 그만 끝내시지!
이건희 구속을 공약하는 배짱을 보여야’

슬프다. 문국현!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연민의 정을 느낀다. 콧대도 높다는, 그래서 범여권 후보단일화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그 대단한 문국현씨 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북 치고 장구 쳐서 문씨를 띄운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이 나라의 쟁쟁한 먹물 야심가들이 보여준 역량의 한계가 슬프다. 그 꼴 좋은 지지도 4.7프로가 슬프다.

4.7프로는 문국현 개인의 인기가 아니라 그 주변에 달라붙은 먹물떼가 짜낸 지혜의 총합이어서 더욱 문제다. 고작 그거 가지고 노무현 앞에서는 그리도 큰소리 쳤더란 말인가? 참여정부에 딴지걸기를 일삼던 반노군단의 총합이 겨우 그거였더란 말인가? 5년 내내 노무현을 가르치려 들던 그들이 다 합쳐도 노무현 한 사람을 못 당한다는 거다. 이게 드러난 진실이다.

이 지경을 당하여 이제사 정신들 차렸는지 모르겠다. 정신들 차려야 할 집단은 둘이다. 하나는 오만에 빠져서 연대의 정신을 버리고 단독으로 정권창출을 시도한 호남의 일부 비뚤어진 세력이다. 정확하게는 연청 멤버들이다. 책사를 자처하는 김한길, 이강래, 이강철, 염동연과 그 주변의 떨거지 식객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자기네들이 2002년에 광주의 기적을 점화시켰다고 믿는다. 자기네들이 일등공신인데 노무현이 그 공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그래서 화가 난 이 오만한 군상들은 2002년의 성공은 노사모나 개혁 네티즌 덕분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네들이 밀실에서 용의주도하게 일을 잘 꾸민 덕분이라 믿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번에는 고분고분 말도 잘 듣는 어리보기 정동영을 작업하여 외통수로 신당을 설계해놓고, DJ 힘으로 억지 써서 이해찬, 유시민을 바보 만들어놓고, 정청래, 이상호를 움직여서 국민경선을 농탕쳐놓고 그래서 겨우 얻은 지지도가 12프로다. 꼴 좋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신들 좀 차리기 바란다.  

또 하나 정신차려야 할 세력은 2002년에 노무현이 얼떨결에 지갑 주웠다고 믿고, 콜롬부스가 달걀 세우는 것을 보고 ‘달걀은 나도 세울 수 있어’ 하면서 문국현 달걀을 세워보려는 즉 5년 내내 대통령을 가르치려 들며 반노짓을 일삼던 얼뜨기 먹물들이다. 이제 정신들 차렸나? 물론 아직 정신차렸을 리 없다. 언제나 정신을 차리려나. 아마 영원히 정신을 못차릴 거다.

얼뜨기들이 문국현으로 노무현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과거 꼬마민주당이나 민중당, 장기표 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우습게 보고 헛짓거리 하던 것과 본질에서 같다. 맥락이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이래 30년 간 싸워온 역사가 있다. 이기택, 장기표, 이부영 등이 스스로 김대중급 인물이라 착각함은 그 30년의 역사를 무시한 것이다. 노무현에게도 청문회스타 이래 절치부심 16년의 역사가 있다. 문국현에게는 고작 1개월의 역사가 있다. 장난하나?

인물을 비교해도 문국현이 노무현 보다 나아보일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정책을 비교해도 문국현이 노무현 보다는 백배 나아보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없다. 뿌리가 없다. 신뢰가 없다. 문국현의 공약은 신자유주의 반대와 신자유주의의 정수라 할 FTA 사이에서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문국현과 노무현은 무엇이 다른가? 역발상의 정치를 못한다는 거다. 나는 문국현이 거짓말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발상을 하지 못하는 순진함이 냉엄한 정치의 현실 앞에서는 그를 거짓말장이로 비쳐지게 한다. 뭔가 솔직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지게 한다. 내 지지도가 곧 오를 건데 단일화를 왜 하느냐는 식의 말은 허경영도 할 수 있다. 노무현이라면 다르게 말했을 것이다. 까놓고 말했을 것이다.

나라면 ‘경제를 망칠 것이 뻔한 이명박 하나 잡기 위해서 나왔다.’고 겸손하게 말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성이다. 이것이 역발상이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표현을 빌면.. ‘원칙을 어긴 이인제 하나 잡으려다가 얼떨결에 이회창까지 잡고 덤으로 정몽준까지 잡아버린’ 것이다. 단지 3당야합에 경선불복의 원칙무시 이인제 하나를 잡으려 했을 뿐인데 눈 뜨고 보니 청와대에 들어와 있더란 말이다.

노무현처럼 자기의 역할을 좁은 범위에 한정 시키는 것! 이것이 진짜 겸손이다. 그냥 고개 숙이고 다니고 유권자 앞에서 큰 절 한다고 겸손이 아니다. 내가 당선되면 5년 동안 부패청산 하나만 확실히 하겠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기 역할을 좁혀놓는 방법으로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공이 되게 하고 자기는 조연만 하겠다고 포지셔닝 하는 것이 진짜 겸손이다. 슈퍼맨처럼 이것저것 다하겠다는 것이 바로 오만이다. 신자유주의 반대와 FTA 찬성 사이에서 양쪽을 다 만족시키겠다는 그 오만 말이다. 엄청난 오만이다.

노무현이 뜬 이유는 하나다. 소수의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노무현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영도자가 아니라 이회창을 제거하기 위해 긴급 투입한 즉 한 번 써먹고 버릴 킬러로 여겼다. 국민은 노무현을 전적으로 신임한 것이 아니라 단지 1회용으로 이용하려 했고 노무현 역시 자신을 대단한 지도자가 아니라 ‘그래도 고집 하나는 있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뜬 것이다. 다른 것은 못해도 탈권위주의 하나는 확실히 할 사람으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국민과 함께 더불어 무엇을 할 것인가? 딱 하나만 찍으라면 무엇을 찍을 것인가? 그걸 말해야 한다. 둘이면 너무 많다. 딱 하나만 내놓으라 이거다. 어처구니 없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라! ‘구린 이명박을 잡을 사람은 깨끗한(?) 창이다’ 이렇게 되어가고 있다. 정치인은 확실한 것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다.

왜 문국현은 안 되는가? 서민적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에게 있고 이명박에게도 있는 탈여의도의 비정치인 이미지 말이다. 그러나 문국현은 어떤가? 민노당 냄새가 너무 난다. 민노당의 특징이 무엇인가? 나름대로 논리가 탄탄해서 도무지 이빨이 안들어간다는 것이다. 고지식해서 임기응변을 못한다는 거다. 융통성이 없다는 거다.

문국현도 마찬가지다. 이 양반이 언뜻 보기에는 정치 초짜 같지만 나름대로 수 십년간 정치를 고민한 흔적이 있다. 그것이 민노당 냄새로 나타난다. 꽉 막혔다. 대화가 안 된다. 누가 무슨 아이디어라도 개진하려면 자기가 혼자 10년 간 고민해서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요상한 아이디어 3백개를 우르르 쏟아내어 상대방에게 말할 틈을 안 준다. 주변에 그런 사람 흔히 있다. 딱 그 캐릭터다.

민노류의 문제는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신변잡기주의, 지리멸렬주의를 앞세우는데 있다. 얽힌 실타래는 단칼에 잘라야지 내가 나서서 요렇게 풀고 조렇게 풀면 된다는 식으로 복잡하게 설명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지금 나오고 있는 문국현 공약들을 보라. 어떤건 왼쪽이고 어떤건 오른쪽이고 갈팡질팡인데 그 변명은 대부분 복잡하게 설명되고 있다. 요렇게 하고 조렇게 한 다음 요렇게 하고 조렇게 하면 된다는 식인데 이게 오만이다. 겸손한 정치인은 자기 역할을 좁은 범위에 한정시킨다. 요렇게 조렇게 복잡하게 하는 것은 정치의 과도한 개입이다.

안에서 꼬인 문제를 안에서 풀려고 해서 안 된다. 답은 언제나 바깥에 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도 구소련의 몰락에 의한 냉전의 해소, 올림픽 유치 등 바깥에서의 큰 흐름과 관련이 있다. 노무현의 당선도 인터넷의 등장이라는 바깥에서의 소식과 연결되어 있다. 노무현의 최근 지지도 상승도 FTA 및 정상회담, 북핵타결이라는 바깥에서의 소식과 관련이 있다. 바깥에서 새 바람을 몰고오지 못하는 좁쌀정치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정치신인이 데뷔 3개월 만에 대통령 된다면 그 자체로 국민을 바보 만드는 것이다.(전과 14범이나 차떼기도 국민이 바보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장난쳐서 민주주의는 뭐가 되는가? 이 글이 필자가 문국현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문국현도 나름대로 이용가치 있다. 다만 문씨 주변에서 먹의 장막을 치고 있는 먹물들은 차제에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국현이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국민은 노무현을 영도자가 아니라 한 칼 하는 자객으로 보았다. 정치신인 문국현에게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인에게는 신고식이라는 것이 있다. 전과 14범 정도는 단 칼에 베고 와야 한 편으로 인정해 주는 뭐 그런거 있다. 대한민국을 말아먹을 부패 3인방인 이명박, 이회창, 이건희 세 사람을 기필코 감옥에 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정도의 배짱을 보여준다면 5년 후에 문국현 당신을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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