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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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93 vote 0 2019.06.14 (14:45:37)

    영화 기생충이 천만을 넘지 못할 모양이다. 평론가들의 부정적인 결말부분 해석이 영향을 미쳤지 싶다. 기생충은 유쾌한 블랙코미디다. 지나치게 현실과 결부시키는 정치적인 해석은 좋지 않다. 보편성을 해치고 가치를 떨어뜨린다. 기생충은 과연 희망이 없는 우울한 결말의 영화인가? 어느 천년에 돈 벌어 문제를 해결하느냐고?


    스포일러 타령할 때는 지났다고 보고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목표를 얻은 것은 에너지를 획득한 것이며 전망과 비전을 얻은 것이다. 에너지가 중요하다.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그대에게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부채가 없이 잘 살 수 없고, 인간은 미션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고, 주인공은 목표와 과제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간파하는 것이다. 그래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괴로운 것은 임금이나 수당이 적어서가 아니고 남들이 나를 무시하고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사람을 무시하고, 깔아보고, 만만하게 보고, 괄시하고, 비웃고 따돌리는 이유는 그대가 맞대응을 못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비웃지 못하게 하면 인생은 성공이다.


    돈을 벌고 출세하고 으시대고 주름잡고 위세부려야 성공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콤플렉스의 보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목표는 공동체의 권력구조 안에서 호흡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동시에 권력을 쥘 수는 없다. 권력구조가 작동하는 동아리 금 밖으로 밀려나갈 때 고통을 느낀다. 주인공의 가족도 하나의 권력구조 동아리다.


    각자에게는 지켜야 할 동그라미가 있고 그 동그라미들은 위층와 아랫층에서 충돌한다. 맞대응할 수 있으면 위신을 지킬 수 있고 망신을 피할 수 있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그럴 때 인생은 성공이다. 재벌은 쪼아야 열심히 하고 인간은 흔들어야 정신을 차린다. 기생충의 부자들처럼 모든 일을 하인들에게 맡겨놓으면 위태롭다.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따끔하게 타격해서 정신차리게 해줘야 한다. 부자도 요리와 설거지 정도는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 겁도 없이 자기 목숨줄을 남들에게 맡겨놓고 혼자 편하게 살겠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에게 의지하면 그럴수록 리스크는 커지는 법이다. 부자의 약점은 지하실이 있는 거다. 영화는 약점을 폭로한다.


    부자는 냄새로 선을 지키는 안전장치를 삼다가 위태로워진다. 부자는 착하고 멍청한 것이 약점이고 빈자는 계획이 없고 목표가 없고 일관성이 없는게 약점이다. 지켜야 되는 선이 없는게 빈자의 약점이다. 지킬 것을 지키고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일관성을 얻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주인공들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근사하다.


    가족이 있고 동아리가 있고 그 안에 맞물려 돌아가는 권력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이 있으면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놀러갈 계획 아니면 술 먹을 계획이지만. 계획이 있고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좋은 삶이다. 실패는 타인의 참견과 방해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는 도처에서 차단당하고 가로막히고 밀려나고 주저앉히고 거절당한다. 그러므로 구조를 간파해야 한다. 안전한 위치선정이 중요하다. 2층 밑에 일층 있고 일층 밑에 지하층이 있다. 거기에 급소가 있다. 반지하는 머저리 박정희가 북한의 폭탄공격을 피한답시고 만들어놓은 서울의 애물단지다. 원래 이런 공간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부자의 약점을 알아낼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무리하지 않았다면 거의 장악할 뻔했다. 그들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를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 부자가 냄새전선으로 방어막을 친다는 것은 그들이 에너지를 잃었다는 증거다. 스스로 자기 동선을 좁히는 어리석음이다.


    모든 것을 남에게 의존하면서 편리하게 안전장치 뒤로 숨을 수는 없다. 세상은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다. 세상은 본래 위태로운 것이며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구조를 파악했다면 무기를 손에 쥔 것이다. 서로 엮여 돌아간다는 구조 말이다. 승산이 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개념 없는 평론가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챠우

2019.06.14 (17:38:52)

국내 평론가들에게도 대부분 9~10점이라는 압도적 호평을 받았다. 박평식은 8점이지만, 박평식의 평점은 10점을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기 때문에 9점이 사실상 만점이다. 게다가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8점이 최고점이었고.(나무위키)


평점 괜찮은디용?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6.14 (18:36:38)

평점을 말하는게 아니라

결말의 해석이 암울하다고 평했다잖소.

작품성이 아니라 결말의 해석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래 칸에서 상받는 영화는 다 결말이 비극적입니다. 

해피엔딩이면 아카데미로 가야지요. 

몇 자 고쳤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챠우

2019.06.14 (18:51:37)

동렬님의 메시지가 분명해졌네요. 감사합니다.


99E307375BACC32749.jpg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의명

2019.06.15 (00:09:04)

대학생들 기말고사 시즌도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06.18 (16:56:09)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계급이 고착화 되었다거나 희망이 없는 현실이라거나 그런 뉘앙스의 글들을 자주 마주쳤고

어떤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20.02.13 (02:38:21)

요즘 다시 이 글을 보니 새롭습니다. 영화를 본 후 김기택의 선택은 왜 그랬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 있는데... 칼부림이 일어날때도 코를 잡았던 박사장의 방어벽을 파괴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비로소 박사장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장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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