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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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108 vote 0 2009.07.03 (13:02:07)

 

 

<쾌남 노무현 - 추도사 전문>

나는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교동에서 독일 〈슈피겔〉 지와 인터뷰를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때 내가 그런 표현을 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온 과거를 돌아볼 때 그렇다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을 보고 아무래도 우리 둘이 나서야 할 때가 머지않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나는 상주 측으로부터 영결식 추도사 부탁을 받고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측에서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정부에 연민의 정을 느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한 추도사는 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영결식장에서 하지 못한 마음속의 그 추도사를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추천사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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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당신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 이 3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그래야 우리가 인생을 살았던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같이 유쾌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탁월한 식견을 가진 그런 지도자와 한 시대를 같이했던 것을 나는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동안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을 지켜주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조문객이 500만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그것이 한과 한의 결합이라고 봅니다. 노무현의 한과 국민의 한이 결합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억울한 일을 당해 몸부림치다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나도 억울합니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억울하고 분한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입니까. 1980년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1987년 6월항쟁을 전후해서 박종철 학생, 이한열 학생을 포함해 민주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그런데 독재정권, 보수정권 50여 년 끝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10년 동안 이제 좀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꿈같습니다, 정말 꿈같습니다.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각성하는 시민이어야 산다.”, “시민이 각성해서 시민이 지도자가 될 정도로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말해온 ‘행동하는 양심’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됩시다. 그래야 이깁니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됩니다. 인터넷 같은데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주의 안 하는 정부는 지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일 때, 그것조차 못한다면 좋은 나라와 민주국가 이런 말을 우리가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은 타고난, 탁월한 정치적 식견과 감각을 가진 우리 헌정사에 보기 드문 지도자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민을 사랑했고, 가까이했고, 벗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서민 대중의 삶을 걱정하고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일하게 자신의 소망으로 삼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당한 조사 과정에서 갖은 치욕과 억울함과 거짓과 명예훼손을 당해 결국 국민 앞에 목숨을 던지는 것 외에는 자기의 결백을 밝힐 길이 없다고 해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알고 500만이 통곡했습니다.

그분은 보기 드문 쾌남아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에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던 것을 영원히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바라던 사람답게 사는 세상,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적으로 사는 세상, 이런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뜻을 계속 이어가서 끝내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했다고 해도 서거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우리가 아무리 500만이 나와서 조문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그 한과 억울함을 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분의 죽음은 허망한 것으로 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에 영원히 살리도록 노력합시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비록 몸은 건강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까지,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뒷일을 잘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자랑할 것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후배 여러분들이 이어서 잘해주길 부탁합니다.

나는 이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가 그런 후배 여러분의 정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뷰하고 오연호 대표 기자가 쓴 이 책을 보니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후에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으로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공부하십시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재발견해 계승하고, 극복할 것이 있다면 그 대안을 만들어내서, 결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그 많은 정치인들 중에, 그 많은 논객들 중에 김대중만한 사람 하나가 없다. 어휘선택만 봐도 알 수 있다. 뭉기적거리지 않고, 조건달지 않고 바로 탁 탁 튀어나와주는 단어가 있다. 이게 진짜다.

김대중과 그 밖의 모든 인물을 비교하는 것은 마이클잭슨 춤과 한국 댄스가수들 손발이 오그라드는 춤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귀하다. 참으로 귀하다. 사람 귀한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 인간들아! 남은 사람 마저 사람 잃기 전에 정신 차리자.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7.03 (13:28:43)

참 위대하신 분들입니다.

육신의 반쪽까지도 나누어 기지셨으니,
그 아름다운 영혼의 소통에 무슨 걸림이 있겠는가.

비록 육신의 반은 무너졌고 나머지 반 역시 잦아들지언정,
그 육신에 긷든 아름다운 영혼은 깨어있는 국민의 가슴에 담겨, 영원히 영원히 살아남을 것.

우리들 가슴에 님들의 영혼을 담아, 년년세세 영원히 이어가리다.

090523_beautiful-bloom.jpg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09.07.03 (13:51:35)


 



노무현 대통령의 대해 가장 잘알고 잘표현한 추도사라 생각됩니다.
잘알고 잘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했다는 뜻이됩니다.

글 가져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09.07.03 (14:22:53)

심플하고 명료함. 거칠 것 없고 당당함!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당연히 물려받아야 할,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유산이오.

김구 노무현 김대중... 선각자들이 우리에게 준 가장 커다란 선물이기도 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7.03 (18:34:04)

하나를 터~억 부려놓고 논하시니 무슨 거칠 것이 있고, 무슨 막힘이 있겠습니까.

깨달은 자, 내공이 차고 넘치는 자에겐 구조론 공분들 더 무슨 소용이 있겠소.
허나, 배움을 도구로 뭔가 수작을 부려보겠다고 용을 쓰는 자들에게 구조론인들 무슨 도움이 될까 싶소.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7.03 (14:40:17)

가야죠. 아무리 개가 막아도, 기차는 가야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6]지여

2009.07.03 (16:26:31)

" 노무현 마지막인터뷰"    내용은 꼭 읽어보고,  내 생애 같이 산 두 대인의 뜻 이어받을겁니다
 
하지만 오연호 조폭똘마니 책장사는 돕지 않을겁니다.

( 인터뷰 언제 한건데 이제사 출판하는지? -----  죽여놓고 곡소리음반장사하는 것 같아?)

"여보 나 좀 도와줘 "= '오연호 !  나 좀 살려줘 '  너는 그때 그렇게 들렸어야 하고 들어야만 했다
사람목숨 살리는데 일분 일초 그 다급한 시간 뭐하다가 이제사................
그 분 살아생전 이 책 출판되었어야 한다!!!!!!!   이 살인마 !!!!!!!!!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07.03 (17:14:42)

인류 전체를 향해 말을 건낼 수 있는 사람.
신 앞에서도 "안됩니다" 할 수 있는 사람.
신과 팀플이 가능한 사람.
노무현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새로운 시대에 기점.
[레벨:1]부도지

2009.07.03 (20:42:56)

쳇!
김대중대통령님이 먼저 노무현대통령님깨  맞장을 신청 하셨군

제가 노무현대통령님깨 맞장을 신청 할러고 했는데

노무현대통령님 맞장 함뜨보이시더.............!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7.03 (21:14:33)

아.  정신차려야 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사래 긴 밭

2009.07.04 (01:43:38)

장례식날 권여사님을 붙잡고 구슬피 울음을 토하시던
김대통령님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철없이 당신을 능멸하던 20대 청년이 
마흔이 넘어서야 이놈의 자유대한에서 당신에게 진 크나큰 부채를 깨닫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술을 마시고
오늘도 우네요.

유행가 가사처럼
정주고 내가 우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07.04 (15:27:33)

끝까지 가 보는 사람.
뜻을 지킬 일을 하는 사람.
뜻을 나눌 말을 하는 사람.
끝을 보여주어 멈추게 하는, 돌이키게 하는 사람.
오래도록 함께 살아주었으면 참 좋았을 사람.
가도 보낼 수 없는 사람.

서거 1년 전, 봉하방문객에게(1/2)-지금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


http://www.youtube.com/watch?v=YTh1V3OKPsI

서거 1년 전, 봉하방문객에게(2/2)-언론과 다툼이 잦았던 이유


http://www.youtube.com/watch?v=iyPWqSs7nR0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7.04 (20:14:21)

관계라고 하셨네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니가 없으면 나도 없다 시네요.

사람과 짐승이 맞서 있으니,
사람 간의 관계가 더 없이 소중히 느껴지네요.

노통님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그런 분을 알아 봤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많이 행복했고 자랑스럽다오.

그분의 등짐 나누어 지고, 부지런히 진도 내야지요.
[레벨:0]연우아빠

2009.07.05 (15:04:49)

위대한 대통령 두 분과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리고 싶고
지지자 노릇 제대로 못했다는 것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지지는 하면서 나설 용기가 없는 소시민이지만
두 분의 위대한 정신과 유산이 제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우공이산, 노 대통령이 봉하로 내려가셔서 하셨던 것처럼
노력해야죠.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던 최선을 다해서.....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7.05 (23:35:13)

사람이 변하질 않습니다.

기존의 것들을 고수하려는 욕망이 크지요.

그걸 뛰어넘어 살아오신 두사람과 함께 살아왔다는것이

자부심이 됩니다.

서구인들이 아무리, 아시아의 비민주성을 비웃는다 하더라도,

김대중 노무현이 있는한

우리 자신있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하고 '호랑이 아버지에 개자식 (김대호 글에서)'소리
 
듣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꾸이맨

2009.07.07 (17:32:27)

젊은세대들에게 '민주화' 라고하는것은 광주혁명으로 일궈낸 소산 이라는 거대한 표현보다는,
학교에서의 두발자유화 열망과 같은 것들에 비길지언정
뼈져리게 흐느끼는 그 무언가가 없다.  유감이지만.
그것은 따놓은 당산이며
아무리 지금의 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그때그시절에 회복했다는 민주화라고 하는것에 태클을 건다해도
우리네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소리란, "간지럽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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