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743 vote 0 2007.10.30 (21:53:44)

한국인들 왜 이명박인가?
좌파정권 10년에 나라꼴이 이게 뭐냐고?

택시를 타면 가끔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좌파정권 10년에 나라꼴이 이게 뭐냐는 택시운전사의 항변이다. 아니 도대체 나라꼴이 어떻길래?

딴나라 영삼씨가 300선으로 곤두박질 시켜놓은 주가가 노무현 대통령에 와서 2000 고지를 찍으면 나라꼴이 말이 아닌 건가? 97년에 1천 4백억 불이던 수출이 3600억불에 이르고, 영삼씨가 30만 불 넣어서 건네준 통장에 외환보유고를 2500억불로 두둑하게 채워 넣으면 나라꼴이 잘못된 건가?

1인당 GDP가 늘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가던 대만을 마침내 추월하고, 국민소득이 꿈의 2만 불 고지를 찍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 나라꼴이 이상한 건가? 해마다 수백만 명씩 해외여행을 하고, 직장에 주 5일 근무가 정착되고, 미아리 집창촌을 재개발하여 그곳에 쌍둥이 빌딩이 들어서면 나라꼴이 이상한 건가? 아니 도대체 뭐가 어째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는 건가?

한국인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나라꼴이 잘못된 건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정례적으로 개최하면 나라꼴이 이상한 건가? 한국이 월드컵 4강을 하면 나라꼴이 이상한 건가?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으면 나라꼴이 잘못된 건가? 좌파정권(?) 10년에 나라꼴이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나라꼴이 말이 아니란다. 그래서 명박 씨를 찍겠단다. 그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나라꼴은 회창 씨가 말하던 반듯한 나라일 것이다. 반듯한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부정부패 없는 나라인가? 아니다. 부정부패로 말하면 한나라 차떼기가 으뜸이다. 성추문도 딴나라가 다 저질렀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그들이 좋아하는 반듯한 나라는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가 아니라 나라의 존재가 눈에 보이는 나라이다. 무엇인가? 국가의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거다. 이제는 경찰도 무섭지 않고, 공무원도 무섭지 않고 검찰도 무섭지 않다. 최루탄도 터지지 않고 이웅평의 실제상황도 연출되지 않고 북한에서 삐라도 날아오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미군을 봐도 쫄아서 속으로 굽실하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어색하다. 자연스럽지가 않다.  

수구들이 원하는 나라꼴은 나라의 존재가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100미터를 갈 때마다 한 번씩 검문을 당하고, 날마다 최루탄이 터지고, 40여명이 분신자살(노태우 살인정권)을 하고, 골목마다 새마을노래가 울려 퍼지고, 통반장이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고, 반공방첩 포스터가 길거리에 넘쳐나고 그래야지만 나라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거다. 그게 노예들이 바라는 번듯한 나라꼴인 거다.

캐빈 코스터너 주연의 워터월드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꿈에 그리던 육지를 발견했지만 땅멀미를 느낀 주인공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땅멀미라니? 물속에서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육지를 밟으니 멀미를 한다는 거다. 그렇다. 이건 민주화 멀미다. 수구 떼만 느낀다는 멀미다.

오후 6시만 되면 길거리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길을 가던 사람이 모두 부동자세로 선다. 그럴 때 국가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국민으로서 뭔가 국가에 기여한 느낌이 든다. 그래봤자 헛짓거리지만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제는 뭐 국기하강식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니 국가에 기여할 기회가 없다. 그들의 눈에는 국가가 실종된 것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도 공중파에서 볼 수 없고, 그 치열하던 전국체전도 시들해졌고 땡전뉴스도 없어졌다. 그들은 국가를 잃어버렸다. 국가가 국가답지 않다. 국가의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꼴이 말이 아닌 거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들 노예들에게 국가는 곧 힘이다. 그 힘의 보호에 의지해서 수구노예들은 오늘 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힘이 보이지 않고 거들먹거리는 완장들이 눈에 띄지 않으니 허전해서 뭔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긴장을 원한다. 동시에 이완을 원한다. 긴장시키지 않으면 이완시키지 못한다. 정치의 술수는 어르고 뺨치는 것이다. 겁주고 달래는 것이다. 긴장시키고 이완시키는 거다. 혼내고 상 주는 것이다. 노무현은 국민을 혼 내지 않았고 상을 주지도 않았다. 가부장의 권위주의를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이게 잘못된 거다. 마키아벨리는 위엄과 술수로 통치하라고 했다. 위엄으로 어르고 술수로 뺨쳐야 한다. 노예들에게는 그게 딱이다. 박정희는 그렇게 했는데 김대중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국가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란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들의 땅멀미는 오래 가지 않는다. 최근에 눈에 띄는 보도가 있었다. 철옹성 같은 남아선호사상이 급속하게 녹아내렸다는 거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민의 47프로가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는데 지금은 그것이 10프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10년 전 전국 남아선호 1위인 대구지역의 완고한 보수성을 보고 낙담했는데 이제는 그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거기서 희망을 본다.

세상은 무섭게 변한다. 국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한다. 10년 내에 한국인은 달라질 것이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지금 한국의 4, 50대인 박정희 세대는 조만간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 한국인을 믿어야 한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가치우선 시대의 좋은 자리를 미리 찜해놓은 자가 나중 크게 성공한다. 우리 흔들리지 말고 함께 그 길을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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