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좋은 암자에 앉아 스님과 차 한잔 하다, 스님이 묻는다.
"산은 어찌하여 저리 높은가?"
"글쎄요, 지각활동이 수직적으로 작용해서...."라고 하지를 말고
눈알을 부라리며 "누구 마음대로 질문하는가?" 호통을 치자.
아뿔싸, 낚일 뻔 했다. 인간의 생각은 저절로 안을 따라간다.
무심코 전제를 받아들인다. 왜 대답하는 포지션을 받아들이는가?
질문하는 자의 포지션이 있고 대답하는 자의 포지션이 있다.
아니다. 그 이전에 스님과 나의 만남이 있다. 누구 마음대로 만나랬냐고
아니다 그 이전에 스님과 나를 초대한 자연의 경치가 있다.
경치가 만남을 초대하고 만남이 포지션을 나눈다.
산이 높은이유는 내천이 깊기 때문이고,
뜰 앞에 잣나무가 있으면 뜰 뒤에는 오얏나무가 있다.
의미는 없고 형식은 있다. 선문답의 내용이 무엇이든, 그것은
산과 강과 뜰을 벗어나지 않는다. 너와 내가 공유하는 것안에서
우리의 문답은 이루어진다.
찻집에 가면 차의 향과 찻집의 분위기와 우리의 만남을 이야기하라.
소개팅가서 엑스포다리가 안 끊어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카이스트생은 싸대기 백만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