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생각이다. 빅뱅에 대해서도 들어보기 전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까마득한 과거에 무엇이 있었을까?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로도 무한하고 미래로도 무한하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게 어딨어? 공간적으로도 무한하고 시간적으로도 무한하다? 그게 가능한가? 우리는 배워서 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다행히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되었다. 땅은 평평하고 끝은 없는가? 바다괴물을 퇴치하고 땅끝까지 가면 무엇이 나오는가?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탐험하지 않고 뭣한다는 말인가? 왜 큰 배를 건조하여 바다 끝까지 가보지 않나? 그러고도 잠이 와? 태평스럽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배워서 알았다. 그거 참 묘수네. 그런 신통한 수가 있었구만. 좋구나. 내친 걸음이다. 우주의 문제도 해결하자. 우주가 시공간적으로 무한하다는 믿음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과 같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전혀 해결된 게 아니다. 그건 에라 모르겠다는 말과 같다. 우리의 뉴턴 형님이 중력발견으로 지구평평문제를 해결했듯이 기가 막힌 묘수를 찾아서 우주무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쨌든 답은 분명히 있다. 답이 없다면 어떻게 지구가 생겨났고 또한 우주가 생겨났으며 나는 또 이렇게 떠억하니 존재하여 있겠는가? 그래서 구조론을 만들었으니 구조론은 사건으로 본다. 사물로 보면 암담하지만 사건으로 보면 단박에 풀린다. 사건으로 보면 정보도 없고,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고, 물질도 없다. 말랑말랑한 에너지만 있는데 그것도 게임의 규칙으로만 존재해 있다. 그러므로 쉽게 해결된다. 두 가지 이론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우주불균일설이다.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게 말려있듯이 우주도 평평하지 않고 둥글게 말려있다. 우주의 중심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관측으로 보면 우주는 평평해 보인다. 왜? 우리가 밤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든지 결국 같은 방향을 보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관측은 인간들의 행동이다. 인간의 행동에 자연도 행동으로 맞선다. 행동 대 행동이다. 그 맞대응에서 벗어나 잠복한 부분은 은폐된다. 일본에서 북쪽으로 가든 한국에서 북쪽으로 가든 북극에서 모두 만난다. 지구 어느 위치에 존재하든 북쪽으로 가면 한 지점에서 만나는 거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든지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리면 쉽다. 지하철 노선도에는 역들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 과연 지하철역은 도심에 몰려있지 않고 모든 지역에 균일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눈으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의사결정지점을 본다는 것이다. 지하철역만 보인다. 그러므로 암흑에너지와 같은 암흑공간들은 보이지 않으며 따라서 그 부분의 공간이 휘어져서 불균일한 지점을 메꾸는 거다. 사람 눈에는 맹점이 있다. 한쪽 눈을 감으면 특정한 부분이 동전크기로 안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인다는 사실을 볼 수 없다. 왜? 안 보이는 지점은 까맣게 표시되는게 아니라 옆의 부분을 당겨 덮어쓰기 때문이다. 뇌가 맹점의 에러를 메워버린다. 뇌가 교활한 속임수를 쓰기에 우리는 눈이 삐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여러분의 눈이 삐었다.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지점이 있으므로 망막에 사각지대가 있다. 수정체에 혈관이 지나가는 부분도 있는데 이건 눈동자를 미세하게 흔들어 옆으로 살짝 훔쳐보는 곁눈질 수법을 쓴다. 혈관이 눈에 보이는 거다. 그런데 왜 우리는 혈관을 보지 못할까? 눈동자를 흔든 다음에 뇌가 해석해서 같은 이미지는 지워버린다고. 눈동자를 흔들면 다르게 보여야 한다. 다르지 않으면 그게 혈관이므로 지운다. 그렇다면 완벽하게 하얀 화면을 계속 보면 어떨까? 눈동자를 흔들든 말든 같은 흰색만 보인다. 그럼 그 흰색을 뇌가 지워야 하지 않을까? 미쳐버린다는 설도 있다. 심심하신 분은 실험해보시기 바란다. 하여간 흰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은 귀속의 모세혈관에 피가 흐르는 소리다. 시야에 투명한 지렁이 같은게 왔다갔다 하면 그게 혈관이라는 설도 있다. 더 궁금한 건 전문가에게 물어보시고. 하여간 뇌가 복잡한 방법을 써서 곤란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더라는 거다. 마찬가지로 우주도 복잡한 방법을 써서 우리 눈에 균일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며 결국 인간은 사건만 본다. 객관적 실재는? 없다. 인식이라는 거름망을 통과한다. 구조론은 자연의 객관적 실재를 부정한다. 완전부정은 아니다. 관측자인 인간의 대척점에 선 물리적 실재를 부정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사건이 실재다. 실재가 있고 그것은 물질과 공간과 시간이며 그 실재들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곧 실재이며 우리가 실재라고 믿는 것은 관측자인 인간의 관측에 대한 상대적 존재다. 관측하므로 그것이 있다. 관측은 인간만 하는 게 아니다. 존재도 지들끼리 분주하게 서로를 관측하고 있다. 양자현상은 인간이 관측해야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물질들이 서로 간섭할 때도 나타난다. 우주는 언제나 대칭으로 존재하며 서로 간섭하여 대칭이 깨지면 뭔가 입자가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그 대칭의 실패로 인해 남은 찌거기다. 이 말은 어떤 방법이 가해지면 물질이 순수한 무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질량보존을 넘는다. 컴퓨터의 파워를 누르면 확 꺼져버린다. 우주도 확 꺼져버릴 수 있다. 단 스위치는 항상 밖에서 눌러져야 한다. 안에서는 안 된다. 우주는 사건이며 사건은 불이 꺼지듯이 갑자기 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싯돌을 쳐서 불을 켜듯이 우주를 탄생시킬 수 있다. 우주는 사건의 존재이며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부분만 인간에게 지각된다. 그러므로 우주는 균일하게 보이지만 실재로 우주가 균일한지는 알 수 없다. 상관없다. 사건 속에서 존재는 언제라도 맞대응하며 거기서 벗어난 부분은 무시된다. 우주의 바깥으로 계속 가면 우주의 중심에 도달한다. 우리가 북극에서 모두 만나듯이 우주 중심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이것이 여러 번 말한바 있는 필자의 뒤집어진귤껍질이론이다. 밖이 사실은 안이라는 말이다. 바둑알은 바둑판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바둑알이 어느 방향을 보고 행마를 펼치든 무조건 안으로 간다. 우리는 모든 방향에서 우주의 최초 탄생지점을 본다. 그렇다는 말은? 우주는 한 점이다. 우주는 태초에 한 점이었고 지금은 커진 게 아니라 지금도 한 점이다. 우주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의 거리는 0이다. 그러므로 양자얽힘은 너무나 당연하다. 양자얽힘이 학자들에 의해 규명되기 전에 필자가 먼저 이 생각을 했을수도 있다. 광속이라는 것은 단지 의사결정횟수에 불과하다. 실제 거리와는 상관이 없다. 빛은 그냥 텅 빈 우주공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의사결정한다. 자기자신과 얽혀서 결정한다. 우주에 물질이 존재하는 것은 불균일하기 때문이다. 500조 년의 세월이 흘러 완전히 균일해지면 우주의 크기는 0으로 환원된다. 원래 0이었기에 0으로 돌아간다. 우주는 거품처럼 꺼진다. 두꺼비 등에는 많은 혹이 있다. 혹 하나하나가 하나의 우주다. 구조론은 짝수이므로 우리 우주가 한 개 덜렁 있을 수는 없다. 무조건 복수다. 우주가 몇 개인지는 모른다. 존재는 곧 사건이며 사건은 항상 쌍이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자. 한겨울에 찬바람 불고 날은 춥고 일어나기는 싫고 늦잠 자다가 비몽사몽에 온갖 상상을 하는데 과거로 무한히 가면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면 허무하고 불안하다. 자다가 이불 걷어찬다. 오싹하게 한기가 든다. 나도 없고 너도 없고 한국도 없고 우주도 없고 모든 것이 없는 끔찍한 세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그거 해결하지 않고도 밤잠이 오는가? 어쨌든 우리의 뉴턴 형님은 중력으로 지구평평골치를 해결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는다. 우주무한골치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우주는 사건이며 사건은 유한하다. 빅뱅이 용기를 준다. 과감하게 치고나가보자. 상상력을 발휘하자. 우리 우주의 탄생 즉 137억 년보다 더 이전은? 북극의 북쪽에 무엇이 있나? 북극의 북쪽은 지구핵이다. 북극에서 나침반을 꺼내면 바늘은 지구 중심을 가리킨다. 그렇다. 우리는 북극에서 땅을 파고 더 북쪽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다. 문제는 풀린다. 우주 바깥으로 나가면 사건은 종결되고 우주탄생 이전으로 간다. 시간이 정지하므로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그곳은 서기 1년 1월 1일 0시 0분 0초다. 그곳에서 다른 우주로 가면 그 우주는 막 탄생하고 있다. 시간이 리셋된다. 그렇다면 우리우주가 망하고 그 우주가 탄생했는가? 아니다. 둘은 동시에 탄생한다. 인과는 선후로 연결되지 않고 좌우로 연결된다. 왼발이 앞으로 내딛을 때 오른발도 뒷땅을 민다. 둘은 동시에 작동한다. 우리우주가 끝나고 그쪽으로 가면 이제 그 우주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우주의 2017년에서 그 우주의 2017년으로는 갈 수 없다. 사건이 다르면 연결되지 않는다. A사건에서 B사건으로 건너갈 수 없다. 상상할 수는 있다. 시간의 선후는 없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나?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밑도 끝도 없이 무한한 우주의 시공간 속에 내던져진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밑도 있고 끝도 있는 게임 속에 들어간 추상적 캐릭터다. 하나의 게임을 끝내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수 있다. 두 사건은 시간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동시에 공존한다. 500조 년 세월이 흘러 우리우주가 멸망한 후에 당신은 다른 우주로 간다. 그때 다른 우주는 막 시작하고 있다. 빅뱅을 보게 된다. 그때 당신은 그쪽 우주가 망하고 우리우주로 넘어오는 어떤 사람을 만난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묻는다. 그 우주 어때요? 망했어요. 당신의 답도 같다. 이 우주도 망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 우주의 시작점에 있다. 그렇다. 우리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 거다. 두 사건이 동시에 공존하므로 시간적 선후는 없지만 여행자는 이 게임을 끝내고 다른 게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걍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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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아이들과 소먹이러 가서 산에 소 풀어 놓고
우리는 맷보란에 누워 무한히 펼쳐진 파란 가을하늘을 처다 봤죠.
하늘은 끝이 없다구? 그런게 어딧어? 끝이 없다는게 말이 돼?
엄청시리 멀긴 하겠지만 가고 가고 또 가면 언젠가는 끝이 나오겠지.
그래.. 끝이 나왔어. 괴상한 세계 장벽이 떠억 하니 나왔다 치고..
그럼 그 뒤에는 또 뭐가 있을까? 그런거 저런거 지나가면 또 허공이 아니겠어?
저도 요런상상 많이 했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