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87 vote 0 2017.10.14 (17:04:19)

     

    영화를 재미로 보면 안 된다. 재미있다/없다를 기준으로 삼아 영화를 논하는 초딩들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중에 재미있는 작품은 없다.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은 대단한 악질임에 틀림없다. 오기로 밀어붙이는 승부다. 작가를 이겨야 한다. 보란듯이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21세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든 김정은이든 죄다 눈이 멀었다. IS도 눈이 멀었고 EU도 눈이 멀었다. 눈먼 자들에 의해 세계는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무엇인가?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라는 말이다. 이념이 사라진 시대의 절망을 사라마구는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 어른들 대화에 끼려면 블레이드 러너를 봐야 한다. 말했듯이 영화는 재미로 보는게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이해하려고 보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은 이후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치므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고 다른 영화들에 반영되어 계속 가니까. 기승전결의 기에 서니까.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기라면 블레이드 러너가 승이다. 전과 결로 계속 간다. 그 흐름을 봐야 영화를 본 것이다. 재미가 문제냐?


    필자는 세 번 도전해서 모두 패배했다. 화질이 구린 작은 화면의 비디오로 보고 있자니 죽음이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필자는 SF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설정이 엉망이니까. 스타워즈야 10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그런가보다 하고 보면 되지만 이건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SF라는 장르는 필연적으로 아이들 장난이 되는 거다.


    해리슨 포드가 타는 경찰차는 어린이용 장난감 같다. 하늘은 스모그가 끼어서 어둡다. 도시의 굴뚝에서는 간헐적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어둡고 칙칙한 배경과 장난감 경찰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치명적인 점은 자동차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는 거다. 껍데기만 보여주고 끝. 경찰차의 대단한 활약상은 없다. 그렇다면 그 장면은 사실 없어도 되는 거. 그런 식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어거지로 끼어넣었다. 그런데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로 가면 어린이용 장난감이 허용되고 디스토피아로 가면 번쩍번쩍하는 때때옷 입은 경찰차가 나오면 안 된다. 화면은 칙칙하다. 어둡고 희미해서 관객을 졸게 만든다. 시인성이 떨어진다. 뭐가 보여야 보지.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 괜찮겠지. 하여간 힘들다.


    게다가 줄거리가 없다. 이유없이 사람을 죽인다. 어차피 4년 지나면 죽을 사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죽인다. 러브라인도 없다. 기승전결도 없다. 발단이 된 인조인간의 탈출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몇 개의 강렬한 이미지만 나열하고 끝. 너무 좁은 공간이거나 아니면 휑한 빌딩풍경이다. 근경과 원경만 있고 중경이 없다. SF영화 특유의 역동적인 추격신이 없다.


    우주 식민지로 진출하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존 포드의 역마차에 나오는 멋진 추격신 같은게 미래버전으로 당연히 나와줘야 하는 거다. 하여간 좁은 실내에서 인물이 꼼지락대서 답답하다. 지붕꼭대기로 연기가 뿜어 나오는 그림은 인상적이다. 광고판의 게이샤도 인상적이다. 제법 예술성이 있다. 근데 그게 전부였다. 동적인 장면이 너무 없다.


    불쾌한 것은 미래의 LA, 아니 현재의 LA를 .. 씨박 그새 40년 세월이 흘러버렸잖아. 아뿔싸.. 현재의 LA를 재수없는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가득 채우고 있다는 인종차별적 설정이다. 40년 전의 미국인들은 2017년의 LA를 거지같은 아시아계가 점령하고 있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도시로 내다본 것이다. 비열한 본심을 들킨거. 근데 이걸 지적하는 사람이 없네.


    영화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일본인은 거지같은 몰골을 하고 비를 쫄딱 맞아가며 우동과 김밥 따위를 파는데 그걸 사먹는 해리슨 포드는 우거지상을 하고 있어서 정말 못 먹을 음식이라는 표정이다. 저걸 음식이라고 먹어야 하는 2017년의 미래는 얼마나 끔찍한가? 슬프다. 위대한 미국이 더러운 아시아계에 점령당하다니. 80년대는 그랬다. 일본이 너무 잘나갔다.


    전쟁으로는 일본을 이겼는데 경제로는 일본에 잡아먹힌 것. 엔고 환율조작으로 단숨에 일본을 밟아버렸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영화는 82년이니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첫 장면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수백마리의 돼지로 시작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돼지같은 아시아계가 거리를 메우는 그림으로 시작한다. 하늘에는 스모그가, 땅에는 아시아계 돼지들이.


    이 영화가 인종주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인들의 속생각을 알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미남 배우 해리슨 포드는 한 번도 웃어주지 않는다. 아니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못봤을지도. 하긴 역겨운 아시아계가 설치는 LA에 웃을 일이 뭐 있겠는가 말이다. 영화는 당연히 흥행을 못했다. 워낙 재미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건 봐줘야 하는 영화다.


    그들의 속생각을 알게 하니까. 그리고 이번에 속편이 나왔다. 역시 봐줘야 한다. 그새 미국인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뭐 바뀐게 있겠나 말이다. 일본인은 복제인간이다. 왜냐하면 서구의 것을 모방하니까. 지금은 중국이 복제하고 있지만. 미래는 복제본이 원본을 이긴다. 그래서 끔찍한 거다. 아시아가 서구를 제친다. 이 얼마나 역겨운가?


    자식은 아버지를 죽인다. 스타워즈에도 나온다. 내가 니 애비다. 이넘아! 복제인간은 타우렐사로 쳐들어가서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죽인다. 복제본 일본이 원본인서구를 죽인다. 미국의 암울한 미래다. 인간은 신을 죽인다. 이정후는 이종범을 넘는다. 이것은 어른들의 이야기다. 애들은 가라. 영화는 원본이 복제본을 죽이고 끝내지만 어차피 원본도 언젠가 죽는다.


    철학이란 별게 아니다. 갈림길에서 의사결정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넘어야 하는데 어쩔 것인가? 과감하게 박정희를 밟고갈 것인가 아니면 주저하며 망설이다가 되치기 당하여 박정희 잔당들에게 맞아죽을 것인가? 박정희를 죽였다면 너희 나사빠진 노빠들은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 그래도 죽인다. 그러다가 죽어도 그렇게 하는 게 인간. 너희는 인간을 아는가?


    남자 인조인간은 아버지를 죽이는데 여자 인조인간은 주인공을 살려준다. 아시아계는 더럽지만 그래도 아시아계 여자는 괜찮다는 식이다. 역겹지만 아시아계와 공존해야 한다. 니들이 별 수 있나? 한국은 노빠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빠는 당연히 아버지를 죽인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계속되니까. 신을 죽여야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할 수 있다. 어른이니까.


0.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134835
1346 페르미의 역설 3 김동렬 2017-10-22 2965
1345 사발이 찜쪄먹는 육발이 등장이오. image 김동렬 2017-10-21 3553
1344 생명탈핵실크로드 소식 7 - 원전해체, 지상명령이자 블루오션 image 1 수원나그네 2017-10-20 2261
1343 은하철도 999의 진실 1 김동렬 2017-10-16 5138
1342 드론 연구 image ahmoo 2017-10-15 2786
» 블레이드 러너 40년 image 김동렬 2017-10-14 2987
1340 마광수 어록 검토 image 2 김동렬 2017-10-11 3806
1339 깔때기 만들기 image 4 systema 2017-10-09 3641
1338 생명탈핵실크로드 소식 6 - 잠 못 이루는 세월 image 수원나그네 2017-10-02 2502
1337 죽음의 이해 김동렬 2017-09-29 3301
1336 참새도 오리만큼 커질까? 김동렬 2017-09-21 3095
1335 에너지 유도와 리더의 도출. 2 systema 2017-09-20 2734
1334 에너지로 조직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5 systema 2017-09-17 2928
1333 인간은 왜 이동하는가? 김동렬 2017-09-15 3351
1332 역학과 미학에서 소통지능으로 2 systema 2017-09-14 2631
1331 게잡아보세. 1 김동렬 2017-09-14 2555
1330 생명탈핵실크로드 소식 5 - 야마구치, 그 지구촌 이야기 image 수원나그네 2017-09-09 2456
1329 불佛은 붓이었다. 2 김동렬 2017-08-28 3665
1328 [제민]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조화 image ahmoo 2017-08-22 2989
1327 공간에서 시간으로 3 systema 2017-08-20 3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