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최근 정몽준의 행보가 주춤한 이유는 두어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1. 자민련과의 연대 모색
2. 한나라당 붕괴 이후 대비

정몽준이 그간 자민련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인제의 한나라당행이 불발한 것은 정몽준과의 교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

정몽준의 계획은 정계개편에 대비하여 자파의 세력을 늘려 지분을 확보하는데 있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이미 노출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컨닝 외에 잘 하는 것이 없으므로 이삭줍기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 정몽준이 노무현과의 공조에 주춤한 이유는 김민석 등 내부의 반대세력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 후보단일화추진단장 민창기씨가 민주당과의 조속한 대선공조를 촉구하며 탈당한 것으로 보아 그 내막을 알만하다.

그간 알려지기로는 한나라당이나 현대재벌가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설이 있었다. 외풍을 탔다는 말인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민창기씨의 탈당으로 알 수 있듯이 내분이다.

본질은 대선이후 정계개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회창과 각을 세워서 득될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의원 영입을 염두에 둔 행보이다.

저의 이러한 분석이 노무현진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는 현재 판세를 안정적으로 보고, 가능하면 노무현이 자력으로 승리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정몽준은 히든카드다. 정몽준이 막판에 한두번은 유세해 주긴 하겠지만, 게임의 법칙 상 히든카드는 패를 까지 않을 때 더욱 효과가 있는 법이다.


[어제 토론의 이슈는 무엇이었나?]
연합뉴스를 참고하면 어제 TV토론에서 대전지역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행정수도이전이 큰 이슈였다고 볼 수 있다. 아래는 연합뉴스기사 인용.

"지역별로는 1차에 비해 대전(4.0%p), 대구(0.7%p), 서울.수도권(0.1%p) 등의 시청률이 오른 반면 광주(14.7%p), 부산(5.8%p) 등은 낮아졌다. 2차 토론 시청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34.4%)이었다."

서울의 표심은 지방표의 총합에 불과하다. 행정수도 이전은 쟁점화될수록 이회창에게 불리한데도 조중동이 이를 이슈화 하는 것은 이회창진영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적자가 나도 종업원 월급은 주어야 한다. 적자라는거 알면서도 생산하고 수출한다. 이회창진영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자충수라는거 알면서도 손따라 두는 것이 악수연발이다.

행정수도 이전해서 서울 집값이 하락한다는 주장은 허무한 것이다. 일산신도시나 분당신도시와 다를거 없다. 일산, 분당 신도시 건설해서 서울이 텅 빈 거 아니다. 집갑 하락하면 나같이 월세사는 사람 좋지 뭐!

행정수도 이전하면 과천 등 수도권에서 20만 정도 빠져나가고 중부권에서 30만 정도 유입되어 인구 50만 정도의 신도시가 건설된다. 충청도가 가장 크게 이익을 보고, 건설수요 등으로 경북과 전북도 간접적인 이익을 얻는다. 모두가 이익을 보고 손해보는 사람은 없다.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역사가 생긴 이래 동서고금의 모든 선거에서 선거공약 잘 내세워서 이긴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선거공약은 왜 내세우는가?

정답은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공약에는 반드시 효과와 역효과가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계천 복구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명박의 승인은 주도권을 잡았다는데 있다. 공약이 없으면 끌려다니고 끌려다니면 100프로 진다.

과거의 농가부채 탕감공약이나 예비군 폐지공약, 아파트 반값공약이 공약 자체로는 성공한 것이 아니다. 단지 공약을 내세운 쪽이 먼저 주도권을 잡는 거 뿐이다.


[어제 토론 누가 잘했나?]
어제 토론은 권영길의 패배로 본다. 신병이 이등병 작대기 하나 달고 자대배치 받아 내무반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다들 귀여워 한다. 딱 2주일간이다. 2주일 지나면 3개월간 혹독한 신고식이 계속된다. 이건 유권자의 심리다.

어제 토론은 내용으로 보면 딱히 잘한 사람도 잘못한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지난번 토론에서 개업집효과로 재미를 본 권영길이 달라진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점수 까먹었다고 볼수 있다.

이회창은 대세론의 유지로는 무난했다. 문제는 그 대세론이 이회창의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의 여유를 보이는 작전으로 나가고 있는데 누가 속아넘어가겠는가? 전체적으로는 많이 어색했다.

노무현은 표정, 제스처, 말투 등에서 모두 좋아졌다. 토론 내용에서도 비전을 제시한 점이 중장년층에 어필했다. 미둥님 말씀대로 노무현은 대통령 같았고 이회창은 재벌대표, 권영길은 노조대표로 셋이서 노사정위원회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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