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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8773 vote 0 2010.03.17 (14:44:53)

1. F컵 화성인

 

 

아침부터 인터넷이 되질 않아서 짜증이 밀려왔다. 통신사에 전화를 걸고, 기사가 왔는데도 일이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고, 결국 기사는 두 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이런... 하루 안에 고칠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그 두어 시간동안 외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시간을 때우려고 TV를 켰을 때, TVN에서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전에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뭔가 특이한 성격이나 능력, 재주가 있는 사람이 나오는 토크쇼였다. 내가 보았던 것은 그 제목이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 라고, 37세의 미모의 동안 여성이 나와서 연하남자와만 연애를 하는 연애사를 늘어놓았다.

 

물론 특이할 만한 것도 하나 더 있다. 그녀의 가슴이 F컵이라는 것. 하지만 확실히 F컵은 아닌듯 싶다. 나는 언젠가 한번 D컵인 여자를 만나 본 적이 있는데,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나온 F컵보다 훨 커보였다. 따라서 TV에 나온 F컵이라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흔히 여자가 가슴이 크면 섹시해보일 것 같지만, 사실은 둔해보인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밸런스에서 나오는 것이지, 특정 부분이 전체의 아름다움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자들의 환상일 뿐. 물론 그런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TV에서 그런 사이즈를 연출한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다.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06.jpg 

 

 

 

 

2. 럭셔리 골드미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는 정말 예쁘다. 나이가 서른일곱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이에 비하여 굉장히 동안이고, 주름살도 없고, 애교섞인 말투에, 늘 즐거운듯 보였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나는것이 아닐까?

 

하지만 프로그램에서는 별 것은 없었다. 골드미스가 미모를 관리하려고, 마사지를 받고, 목욕을 하고, 피부과와 한의원에서 시술을 받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은 그만큼 돈을 쓴다라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나이를 속이고 어린 여자 두명과 함께 미팅을 해서 남성으로부터의 호감도를 따지는 실험은 사실 그정도 미모에 그정도 연륜이 있다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미모는 있되 나이가 어린 여자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자기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되려 나이가 있는 여자는 점차 주름이 생기고, 나이가 먹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재치있고 친근감이 있어도 어린 여성과 경쟁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그녀의 연애의 기술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남성들과 대화에 나서는 골드미스와 대조적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표정이 굳어있는 어린 두 명의 여성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세 명의 여성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과감하게 남성들과 대화를 할 경우에, 남은 두 명의 여자도 그런 적극적인 포지션으로 가면 되려 여자 전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그 또래 여자들의 무언의 약속같은 것이고, 골드미스는 그것에 해당사항이 없으니 과감할 수 있는 것 뿐이다.

 

 

 

3. 받고자란 사람은 베풀 줄도 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TV를 보다가 내 목구멍에 날아와 박히는 단 한마디가 있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진행자인 김성주씨가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만나는 연하남의 기준이 있다면?"

 

그녀가 말했다.

 

"아빠회사 다니는 애들이 제일 좋아요. 왜냐하면 어느정도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그리고 사랑도 많이 받고,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베풀줄도 알아요."

 

그 말 한마디가 내 목구멍으로 날아와 꽃혀버렸다. 뭔가 알 수 없는 불편함과 함께 나로서는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하였다.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04.jpg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05.jpg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베풀 줄도 안다는 것은 그렇게 자라지 못한 사람은 베풀 줄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이다. 없이자란 사람, 상처가 많은 사람은 그 삶의 기로에서 늘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돈과 사랑이 충만한 사람은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혹여 뭔가 잘못되어도 수습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든든한 지인들이 함께하고, 돈이 대부분의 불편한 문제를 대신해준다. 때문에 무슨 일이든 맘에 담지 않고, 편하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런 사람을 철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철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된 것은 그 철없는 성품도 또한 그들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난 그런 점을 꽤나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을 탓하면서도 말이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비단 어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 만이 아니다. 그로 인해서 지킬 수 있는 자존심과 거침없이 행동 할 수 있는 자유인 것이다.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영 불편하기만 하다.

 

 

 

4. 마음의 짐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으니, 쉽게 사랑할 수도 있고, 쉽게 헤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축복이리라. 소위 쿨 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사랑을 받고자란 사람에 베풀줄도 안다는 말이 그들의 마음이 풍족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은 돈의 크기 만큼만 베풀 수 있다. 돈의 크기 만큼 마음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돈이지 마음은 아니였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풍족한 사람이 재래시장을 지나치다가 시장 한가운데서 상인들 간에 대판 싸움을 목격하게 되었다. 얘길 보아하니 별 것도 아닌걸로 속좁게 멱살잡이를 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저렇게 마음이 좁아서야... 별 걸갈지도 다 싸우는 구만!" 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참... 속 좁은 것 맞다. 하지만 사실은 숨을 곳이 없는 것 뿐이다. 자본가는 돈 뒤로 숨을 수 있고, 지식인은 지식의 뒤로 숨을 수 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가진것이 없어도, 알량한 자존심하나 지키려면 싸워야만 한다.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극한에 서 있음으로, 그들은 그렇게 속 좁게 누군가의 멱살을 잡는다.

 

상처가 깊은 사람은 그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더 지독한 진실은 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 짐을 나눠서 감당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 짐을 달라고도, 주려고도 하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꼭 그렇게 되어버린다. 골드미스의 말에는 그런것이 녹아있다. 마음에 짐이 없음에 자유로운 것. 그래서 무엇을 해도 손해보지 않는 것.

 

 

 

5. 베풀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베풀 줄 몰라서가 아니라, 베풀 줄 알아도 없어서 베풀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베풀 수 없는 것인지, 베풀 줄 몰라서 그런 것인지 어찌 확인할 길이 없다. 늘 오해와 맞닿아있고, 늘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은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게중에 약한 녀석에 학대하고, 그 학대는 또 다른 학대로 이어지고, 그렇게 대를 걸쳐서 불행에 불행을 반복하게 된다.

 

그것을 단지 몸이 가난해서, 맘이 가난해서 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그 말은 맞지만 말로서 다 표현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때문에 나는 가슴이 아프다. 풍족한 이가 맘이 좋아서 베풀 수 있는 만큼, 그 이전에는 어느 다른 손으로 악랄하게 강탈하지 않았던가 싶다. 물론 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이 역사의 진실이고, 현재의 사실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단지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다는 말을 못할 뿐이다. 베풀고 싶어도 베풀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뒤를 책임질 수 없으므로. 무엇이 진짜 마음일까? 베풀 수 있는 자들이 마음인가? 베풀 수 없는 자들이 마음인가?

 

그리고 그렇게 마음은 주는 만큼 되돌아 오는 것인가? 결국 돈이 풍성하고, 사랑이 충만한 자는 돈으로 베풀면, 다른 무언가로 되돌아오는 것을 '마음'이라고 말하는 것 아니던가? 그것은 마음인가? 암묵의 거래인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3.17 (19:32:40)


요지를 모르겠소. 보톡스 잘못 맞아 얼굴이 일그러졌구만 뭐가 예쁘다는 건지. 자연스런 주름과 보톡스 주름은 딱보면 구분이 되지. 전형적으로 오버이트 쏠리는 인상이구만.


화장기술도 미묘하구만. 지능이 떨어져 보이는 화장. 화장을 안하면 안한대로 살결느낌이 나서 좋고, 화장을 하면 한대로 예쁜 사람이 있소. 이 경우는 뺑덕어멈 화장법. 눈주위는 나이 많은 아줌마들 방법.


저런 퍼져 있는 아짐을 누가 좋아한다는 건지. 완전 퍼졌구만. 바보나라에서 돈 잘 쓰는 바보들이 인기있는 것은 바보나라니까 그런 거고, 이곳에 온다면  쳐다보는 사람이 없지.


저런 사람은 철이 없는 것은 사실이오. 청담동 안에서나 활개칠 것. 제 나와바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못 나가지. 철이 있다는 것은 어떤 돌발상황이든 수습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다는 것.


갑작스럽게 리더 역할이 주어질 때 해내는 것. 당연히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자기는 공주 역할만 연기할 수 있다고 사전에 설정해놓고 들어가는 것. 그게 철없는 것.


청담동에는 공주 쫓아다니는 왕자 연습생이라도 많은가보지. 원래 사교계는 왕언니들이 주름잡고 있으며 처음 데뷔하는 시골출신 신출내기들을 어르고 빰쳐서 사람구실 하게 만드는데 한 6개월 걸리오.


이건 뭐 발자크 소설에 나오는 뻔한 공식. 신출내기들은 후덕한 왕언니를 만나야 배울 예절을 배우는 법. 무턱대고 대시하다간 귀싸대기 왕복. 입심 좋은 퇴물 왕언니를 따라야 젊은 공주라도 소개받는 것.


왕언니들은 젊고 예쁜 아가씨를 소개시켜 준다는 구실로 신출내기 몇 개월은 데리고 노는 것. 청담동 규칙이나 19세기 빠리 뒷골목이나 다를 바는 없지. 전형적인 왕언니 생존법대로 된거구만 뭔 화성인.



(원문은 양모님 블로그에 올린 글이겠지만. 이곳 식으로 본다면) 왜 대한민국 0.0001프로에 속하는 잘나빠진 우리가 99.999에 속하는 범속한 바보들의 취향과 분별수준에 주의를 두어야 하지? 그게 수준차라는 것.


개가 개를 좋아하는건 개라서 그런거. 인촌이가 쥐박을 따르거나 여옥이를 따르거나 상관 끌 일. 시장바닥에서 개싸움하는건 바보라서 그런 것 뿐. 그 사람들을 두둔할 필요도 동질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저 사람이 화성인이라면 우리는 안드로메다 너머 다른 은하계로 와 있는 것. 아랫동네 바보들 소식에 둔감하기 바라오. 우리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걸 가졌잖소. 그건 창의력이라는 재산.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라는 재산. 미학적 감수성이라는 재산. 멋쟁이가 바보들을 질투한다면 한참 잘못된 것.

[레벨:15]르페

2010.03.17 (20:22:45)

주려고 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물질이므로, 마음을 주면 다 준거요.
이 내막을 도통 모르는 사람에게 배은망덕이니 배신이니 하는 소리해봤자 입만 아픈거고.

나는 마음을 주었으나 그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고 물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므로 물질이 상부구조다..
이 정도면..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3.17 (20:31:34)

이런...  김동렬 옹께서 이리 말씀하시니 당혹스럽구려.

돈 있으면 베푼다? 오케이 거기까지는 인정해주마! 그런데 그것이 마음인가? 내가쏜다! 이게 마음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역설로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다! 아픈것, 모자란것, 그래서 안타까운 것도 마음이다. 단지 표현할 방법이 서툴고 부족할 뿐. 사랑을 말로 속삭이지만, 말 못하는 벙어리도 사랑을 한다. 보이지 않는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오. 그 이외의 여러것들은 일반인을 위한 립서비스 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이오.

예전에 노무현 대선후보의 CM을 보면 헤드라인 카피가 "두 번 생각하면 노무현 입니다" 였을 것이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역설의 역설은 노무현'으로 해석되고 있소. 이것도 마찬가지. 돈 있으면 베푼다? 그래? 인정하마. 그런데 딱 거기까지! 역설에 역설은 있다. 풍족함 속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 속에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자 하였소.

내 솜씨가 많이 부족한가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3.17 (21:20:58)

대략 알아듣겠는데도 솔직히 이해가 안 되오. 돈있는 놈은 돈이 컨셉이니 돈으로 대화하고, 지혜있는 넘은 지혜가 컨셉이니 지혜로 대화하고, 마음있는 넘은 마음이 컨셉이니 마음으로 소통하고 각자 컨셉이 다를 뿐. 하여간 무인도에 남 2 여 1이 표류했다면 영국넘은 서로 소개시켜줄 넘이 나타날 때까지 인사를 못해서 그러고 있고, 프랑스넘은 남2와 여1이 한덩어리로 커플이 되었고, 독일넘은 남 2끼리 서로 겹치지 않게 스케줄을 짜서 여 1과 차례로 데이트를 하고, 그리스넘은 남 2가 연애를 하고 여 1은 요리담당, 아일랜드넘은 처음부터 술에 만취 의식이 없고, 일본넘은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고 하여간 각자 컨셉이 아니겠소. 이건 리플 단 김에 그냥 하는 이야기. 청담동 컨셉은 청담동에서나 먹어주는거 아니겠소. 그러니까 내 말은 '돈 있으면 베푼다'는 말 자체를 인정 안하는 것이오. 청담동 안에서나 통하는 컨셉일 뿐. 그 돈은 청담동 안에서나 뱅뱅 도는 돈. 하긴 거지를 해도 청담동 거지를 해야겠네. 청담동 거지에게나 희소식일 뿐. 세상의 진리로부터 고립된 그들만의 리그. 끼리끼리 자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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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22:21:51)

솔직히 말하건데, 지금의 내 수준이 딱 이정도라오. 대한민국 0.0001%는 커녕 그 발 뒤꿈치의 때만큼도 안된다오. 그래서 괴로운 때가 더 많소. 대중보다는 인식이 깨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조론연구소의 수준에는 완전 미달이오. (0.0001% 속에 모른척 묻어갈 뿐이오.)

"돈 있으면 베푼다?" 나 역시 인정하지 않소. 그네들이 돈을 이용할 수는 있으나 그것에 "베푼다"는 표현은 가당치 않기 때문이오. "내가 쏜다!"가 마음인가? 그들의 능력과 여유는 인정하지만, 굳이 그것을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소. 때로는 자식이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데, 밥 사줄 돈이 없어서 무너지는 부모의 마음도 '마음' 이라고 생각하오. 그리고 아프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여서 세상을 이루고 있기에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오.

하지만, 김동렬 선생님의 "돈 있으면 베푼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무것도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베풀 수 있다" 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소. "그러는 너는 그렇게 살 수 있냐?" 라고 누가 내게 물어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입장은 못되기 때문이오. 이것이 내가 가진 괴로움의 실체라오.

얼마전에 눈오던 날, 내가 우산을 쓰고 가는 길에 건널목 앞에서 눈을 맞으며 떨고있는 금발의 외국여자를 목적지까지 우산을 씌워준 적이 있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마음이 아니었나 싶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우산을 씌워준 것 뿐이니까. 다행히도 그녀는 내게 꽤나 고마워했고, 잠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소.

그런데 후에 생각해보니, 마음이 있었더라도, 마침 내게 우산이 있었으니 그것이 가능했지, 우산이 없었으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큰 파라솔따윈 필요없고, 단지 작은 우산하아면 된거요.), 설령 우산이 없어 외투를 벗어 머리를 덮어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마음이 마음으로 제대로 전달이 되겠는가? 오히려 오해를 하거나,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았겠나 하는 것이오.  나로서는 내가 아무것도 없어도 베풀 수 있을까? 라는 대답에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소.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다 다르오. 구조론의 사고를 얘기해줄 수도 있고, 길을 가르쳐줄 수도 있고, 요리를 해 줄 수도 있소. 하지만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우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정작 그게 없으면 제로가 된다는 것. 홍대 정문 앞에 매일 나타나서 "예수믿고, 구원받으세요" 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자신이 마음을 다해서 구원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무도 그것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것.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3.17 (23:10:09)

 


수준, 레벨이라는 것은 어느 기준에 맞추는 것.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지 세운 기준에 맞추는건 쉽소. 0.000001퍼센트의 기준에 맞추는건 오히려 쉽소. 어중간 하게 하는게 어렵지 똑부러지게 하는게 어렵겠소?


양모님 글은 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글이겠고, 내 이야기는 더 수준을 높이자는 뜻이 분명히 있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오.


부자가 거지를 질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오. 수준높은 세계가 수준이하 세계를 질투한다면 이상한 것이오.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베풀 수 있소. 마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러니까 앞에서 말했듯이 컨셉을 돈으로 잡으면 돈 있는 넘이 오야먹고, 마음으로 잡으면 마음있는 넘이 오야먹고, 지혜로 잡으면 지혜있는 넘이 오야먹는 것이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지혜로 혹은 마음으로 컨셉을 세울 수는 없소. 왜냐하면 그건 증명이 안 되니까. 그런 장소에서는 돈이 먹히오. 그러나 청담동에서 그러한 거지 법정 스님 있었던 길상사에서라면 그것도 안 먹히오.


학교 교실에서라면 돈 있는 넘이 오야먹을 일은 없소. 돈있어봤자 빵셔틀이나 될 뿐. 회사 사무실이라면 역시 일 잘하는 넘이 권력을 가지오. 군대라면 빠릿빠릿한넘이 권력을 쥐는 것이오. 교회나 사찰이라면 역시 그러하오.


도무지 어디서 돈으로 오야먹겠소? 도박장에서? 경마장에서? 감옥에서? 내가 지켜본 바로 말하면 회사에 비슷한 남자 열명이 입사하더만 그 중에 마음씨 좋은 순서대로 장가를 가더군요. 그건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소.


어쨌든 내가 밑바닥 양아치들 모인 데를 가봤을 때도 그 중에서 마음 좋은 넘이 대장먹는 것을 봤고, 바다에서도, 산중에서도, 노가다판에서도,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어디에서도 항상 그랬소. 


어쨌던 돈 때문에 어디서 배제되고 누구한테 밀렸다는 경험은 내 인생에 없소. 내가 그런 데를 피해다녔는지 모르나.


글고 우산 정도는 누구나 다 있소. 설사 없다해도 선진국에는 있소.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런 피폐한 후진국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때 잠깐이오.


결론적으로 화성인도 못되는 문제의 그 아짐이 '있는 넘이 낫더라'는 규칙은 그 동네에서나, 고만고만한 것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유유상종 규칙일 뿐이라는 말이오. 하긴 감옥에서도 영치금 많은 넘이 목에 힘 주고(그러다가 방장한테 존나 깨짐) 군대에서도 돈 많은 넘이 PX를 주름잡고, 도박판에도 판돈 많은 넘이 오야먹고(결국 다 털림) 술집에서도 돈 있는 넘이 비싼 양주 주문한다며 큰소리 치지만 우스울 뿐.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0.03.17 (23:22:15)

좀 한가한 이야기긴 하지만,
미국이민자들 중에 자기 비지니스, (델리나 세탁소)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탁소나 한다고 놀리지만, 그들이 가지고있는 자본력은
장난이 아니죠.

여튼, 그렇게 뼈빠지게 일을 해도, 결국에는,
또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야합니다.
안그러면 캐쉬플로우가 안생기니까. 그 흐름이 늦어지는 만큼 원금 투자가 상실되므로
손해가 생기니까.
그저 불안해서라도 가게를 지키는 겁니다.
알량한 노후라는 은퇴를 해서 여행이라도 다니면 될텐데,
그도 불안해서 마구 마구 일하다가, 피토하고 쓰러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불신했던 한인 교회로 돌아와서 '주여 주여' 외치며
교회당에 헌금다 내고 그러고 살죠.

극단적인 예일수 있지만,
서구인들이라면 그렇게 안삽니다.
자신의 틀에 맞춰서 일을 하고, 자신의 여가는 철저히 지키고,
연금계획에 맞춰서 노후를 준비하고,
연휴에 맞춰서 자선 봉사활동을 갑니다.

어느쪽이 풍족한 삶일까요?

불안해서 돈에 쫓기는 삶과,
좀 어려울수 있지만, 위기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삶.

자칫 잘못하면 전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풍토의 문제만은 아닐겁니다.

생각이 바뀌는 일이 사람들은 가장 쉽다고 하는데,
생각 혹은 철학이 바뀌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돈이라든가 문서 이런 것들은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하거든요.

하지만, 생각과 철학은 그 '삶의 방식'을 바꾸기 때문에 힘든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0.03.18 (11:04:43)

영 안어울리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베플때  베픔을 받은 상대를 상정하지 않으면  베프는 것도 부담없이 할수있소.
가장 쉬운것은
공중화장실 이용할때,  화장실 정리(청소까지는 좀 거시기)하는 것.
남이버린 휴지쪼각  집어서 화장실 휴지통에 넣어주거나,
휴지통이 넘치면 발로 밟아서 여유를 만들어주는거
물안내리고 간 곳에 들어가면   내가 물내려서 정리해 놓는거 ,
남에 건물지날때 담배꽁초보이면 주워서 휴지통에 넣는거,  개산책가서 남의 개가 싼똥도 함께 치우는거...   등등 꽤 있소.

그건그렇코
어제 정독도서실 앞에있는 천진포자집에 갔었소.
볶음면 4000원인데,  무쟈 맛났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3.18 (11:44:18)

거의 매일 그 앞을 지나가는 데... 냄새만 맡았구려...

프로필 이미지 [레벨:5]기준님하

2010.03.20 (01:37:29)

헐.. 글에 여자사진보다가 토하는줄 알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귀돌이

2010.03.22 (00:23:08)

오 마이 아이즈!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03.23 (21:12:05)

근데.. 저 위의 양반은 뭘 베풀었다는 거요?
쇼핑에서 돈 쓰는거? 명품 사서 선물하는 거?
쪼금만 조건이나 장소를 바꾸어  버리면 금방 뾰롱날 것을.

햐...
근데 정말 매력 없어 보이오.

뭐. 끼리끼리 눈맞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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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나랏말이.. 1 아제 2010-03-06 5393
202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 '자격증' 제도에 대한 칼 로저스의 언급을 중심으로 3 오세 2010-03-05 6204
201 툰서방의 구조론 image 1 양을 쫓는 모험 2010-03-02 5980
200 한국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구조론'이 말을 건다면. 눈내리는 마을 2010-02-22 8015
199 완전함에 의해서. LPET 2010-02-22 6133
198 꽃과 바위. 1 아제 2010-02-22 5385
197 연역과 귀납 5 아제 2010-02-20 7536
196 개인용 컴을 만든다면, 이 정도가 기본. 4 ░담 2010-02-19 18292
195 내가 미친건가? 13 오세 2010-02-17 5961
194 막걸리는 한 병이다. 3 아제 2010-02-16 6397
193 특별한 날. 아제 2010-02-14 5485
192 뒤를 돌아보라. 1 아제 2010-02-12 5513
191 구조의 피라미드. 2 아제 2010-02-10 5825
190 야만. 2 오세 2010-02-10 5255
189 채찍과 당근 5 오세 2010-02-08 6474
188 전모를 보라. 6 아제 2010-02-08 5409
187 구조론 시 아제 2010-02-08 5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