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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108 vote 0 2017.04.23 (21:49:39)

 

    세 번째 꼭지는 괜찮다. 강신주가 아주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사랑이 신분상승이고 권력행사라는 본질을 꿰뚫었다. 문제는 초딩이라는 점이다.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에서 주연이 되어보고 싶은게 바로 권력의지라는,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삶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신주도 알았던 것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프로야구 감독이 선수를 구타한다고 치자. 그런데 선수의 부인이 그 현장을 지켜봤다면? 감독이 선수를 구타하다가 선수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면? 니가 뭔데 내 남편을 때려? 사건은 터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선수가 미혼이라면? 왠지 한 대 때려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감독은 선수를 ‘우리 얘들’이라고 부른다. 누구의 아버지이고 누구의 남편인데 마치 자기 아들 부르듯 하는 것이다. 결혼은 신분상승이다. 사랑은 상승하려는 의지다. 이 점은 강신주도 알아챘다. 그런데 말 되는 이야기 하다가 황지우 시인의 ‘이타심은 이기심이다.’를 끼워넣어서 졸렬해지고 말았다. 


    결국 강신주는 본래의 초딩으로 돌아가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은 자신이 대접받기 위함일까? 천만에. 자신이 그것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부인이 남편에게 ‘당신은 왜 대통령을 못하지?’ 이러면? ‘대통령? 할거야!’


    이래서 안철수가 저리된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며 주는 것도 아니며 받기 위해서 주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무언가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자신감이 생긴다. 이건 호르몬 반응이다. 김미경이 부추기면 안철수 간이 붓는다. ‘나 대통령 할 수 있어.’


    사람은 어떤 임무 앞에 서면 망설인다. 약해진다. 치과에도 안 간다. 그런데 옆에서 누가 부추기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추기면 절대로 한다. 호르몬 때문이다. 섹스와 같은 귀찮은 것도 한다. 이타심은 이기심이 아니다. 사랑하면 호흡이 맞는다. 패스받으면 패스한다. 주거니 받거니 이어간다.


    에너지가 충전되므로 그 에너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10킬로를 달려보라고 하면 어떨까? 못 달린다. 힘들어서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옆에서 부추기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추기면 마라콘 풀코스도 달린다. 그게 인간이다.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며 자기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의 결이다. 에너지는 결따라 간다. 사랑은 에너지를 주고 에너지를 얻으면 용감해진다. 피곤을 모르게 된다. 아이낳기나 아이키우기 같은 고된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해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원래 옆에서 누가 부추기면 하는 존재다. 그런데 부모가 하라는 공부는 왜 안할까?


    역시 호르몬 때문이다. 청개구리 모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운 사람이 하라고 하면 절대로 안 한다. 왜? 결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패스는 주거니 받거니가 되어야 한다. 내가 패스를 했는데 실수로 상대팀에게 패스했다면? 그 공은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건 패스를 잘못한 거다. 내편이라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것이며 신분상승을 한다는 것이며 권력의지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이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돌려받기 위해 상대방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유는 신호가 맞기 때문이다. 호흡이 맞아졌기 때문이다. 계속 호흡 틀리면 헤어진다.


    하이파이브를 한다면 손바닥을 맞춰야 한다. 상대방이 눈치가 없어서 내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하이파이브를 맞추지 못하면 헤어진다. 왠지 호흡이 맞을 것 같은게 사랑이고 실제로 호흡이 맞아지는게 사랑이고 그럴 때 인간은 용감해져서 도전하게 된다. 그 에너지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가는 거다.


    사랑은 이기심이 아니며 이타심이 아니다. 그런 말은 정말이지 똥같은 소리다. 철학자의 입에서 나와도 되는 언어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효도받기 위해 자식을 키우는게 아니다. 사랑하면 용감해져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게 된다.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랑도 많이 있다.


    주는 이유는 단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용감하게 하는 것이다. 반면 하라고 해도 고집을 피우며 안할 때도 있는데 그 경우는 만약 이 일을 해내면 다음에는 더 무리한 일을 시킬 것 같아서다. 다음 번에 주어질 퀘스트가 무서워서 이 스테이지에서 죽치고 앉아 개기는 거다. 


    불우하게 자라서 마릴린 몬로가 결혼을 여러번 했다는 강신주 말은 정말 한심한 이야기다. 이건 뭐 양아치나 할 법한 소리가 아닌가? 마릴린 몬로가 결혼을 여러번 한 것은 여러 번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추기면 쉽게 흥분해서 덤벼들 사람이 마릴린 몬로다. '누가 나 좀 말려줘.' 이런 거다.


    그럴 때는 말리지 말고 더 부추겨야 했는데 진짜 말려버렸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끝없이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을 부추겨줘야 한다고 믿은 사람이 마릴린 몬로다. 그런데 결혼하면 부추겨주기는 커녕 '네가 나를 부추겨 줘. 넌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이렇게 되면 뭐 헤어지는 수 밖에 없다. 


    마릴린 몬로는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고 따라서 자신감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누가 칭찬해주면 흥분해서 자신감 과잉이 되니 오버하게 된다. 그런 사람 있다. 누가 비난하면 위축되고 부추겨주면 오버하는 사람 말이다. 극과 극의 행동을 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에너지의 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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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에너지의 결을 따르는 것입니다. 관성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 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각운동량을 잃지 않으려면 김연아처럼 우아하게 연기해야 합니다. 사랑은 그 결을 조직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서로가 결이 맞아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기껏 모아둔 각운동량을 잃지 않고 김연아처럼 우아하게 연기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기운이 나서 일을 잘하게 됩니다. 성공하고 싶으면 사랑하세요.


[레벨:15]떡갈나무

2017.04.23 (23:03:42)

동렬님의 '사랑학 개론'
첫 번째 시간도
두 번째 시간도
세 번째 시간도 즐겁습니다.

지난 나 자신을 반추해보는 시간도 되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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