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동물들이 암컷에 비해 훨씬 화려한 외양과 우아한 춤동작,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갖게 된 것은 이들의 유전자가 암컷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에서 착안된 찰스 다윈의 이른바 '성 선택' 이론은 수컷들이 치열한 짝짓기 경쟁을 위해 놀라운 진화를 일으켰다는 내용으로 19세기부터 생물학자들에게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과정은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미국 게인즈빌 소재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은 초파리 연구를 통해 수컷들에게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선택의 압력에 신속히 반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유전적 장애가 암컷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는 수컷이 보다 단순하기 때문"이라면서 "수컷의 유전 방식은 암컷의 유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유전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없는 보다 단순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성염색체를 제외하고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초파리 암컷 모두가 갖고 있는 8천500개 이상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약 7천600개가 암컷과 수컷에 다르게 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초파리와 사람은 모두 부모로부터 각각 23개씩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암컷은 XX, 수컷은 XY 염색체를 갖게 되는데 X염색체에서는 많은 유전자가 발견된 반면 Y염색체에 들어있는 유전자 수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파리 암컷의 경우 X염색체에는 상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대립유전자가 두 종류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대립유전자가 우세할 경우 이것이 '표현'되지만 열성 대립유전자의 특징은 숨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열성 대립유전자는 숨은 채 X염색체에 실려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Y염색체의 경우엔 이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열성 유전자들이 X염색체에선 숨어있는 행동을 보이지만 Y염색체에서는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수컷들에게는 X염색체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갖고 있는 유전자의 특징이 다 나타나며 이런 유전자가 화려한 깃털 등 성선택 면에서 유리하게 되면 다음 세대에도 자연선택을 통해 계승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X염색체를 하나만 갖고 있다는 것은 수컷이 선택에 더 많이 개방돼 있음을 뜻한다. 암컷의 경우 질병의 특징을 나타내는 열성 유전자가 있어도 두 개의 X염색체 안에 숨길 수 있지만 X염색체가 하나 밖에 없으면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컷들이 유전적으로 단순한 이유는 짝짓기 경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수컷들은 단순한 유전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선택의 압력에 신속하게 반응하게 되고 이렇게 해야만 암컷을 얻고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초파리와 사람의 X염색체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사람의 경우에 적용하기는 무리이지만 같은 질병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증상과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