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떤 외국인이 카드게임의 원조는 한국의 투전이라고 주장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투전은 조선초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있음.) 확실히 투전이나 화투의 일부 종목은 포커게임과 유사하다. 투전의 소몰이는 고스톱과 그 원리가 같다. 윷놀이는 주사위놀이와 원리가 같다. 한국의 장기와 서양의 체스는 그 원리가 같다. 아마 뿌리가 같을 것이다. 동서양의 여러 게임들이 그 원리가 대개 유사하다. 어린이들의 놀이도 마찬가지다. 세계 여러곳의 오지마을을 방문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저 멀리 바다 건너 폴리네시아 어느 섬의 어린이들이 즐기는 놀이가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겼던 놀이와 흡사한 데서 놀라기도 한다. 요는 다를 수 있는가이다. 인위적으로 다른 방식의 게임을 창안하려 해도 그것이 쉽지가 않다. 결국은 게임방식이 비슷해진다. 왜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가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내재적인 필연성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산이 발명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5천년이 지나도 우산의 기본적인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구조가 간단할수록 그러한 유사성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천년 후에도 칼이나 송곳이나 망치나 숫가락의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 설사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 해도 기본적인 놀이의 형태나 도구의 형태는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부메랑은 호주 원주민들이 발명한 것은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도 부메랑이 있었다. 철기문명이 보급된 이후 사라졌을 뿐이다. 젓가락은 손가락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다. 숟가락은 손바닥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다. 서양의 포크는 손의 모양을 흉내내고 있다. 포크레인의 삽도 손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다. 이는 외형의 모방이기 이전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유사성이 존재하는가? 구조는 원래 그 기본적인 ‘차림법’이 이론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려면 일단 차려야 한다. 그 차림의 형태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므로 서로 닮을 수 밖에 없다. 구조는 어떤 하나의 기점에서 단계적으로 가지쳐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 최초의 깃점에서 2차적으로 분화된 복잡한 모습을 본다. 제 2단계, 제 3단계로 전개된 결과를 피상적으로 관찰하므로 일견 구조가 복잡해 보이지만 그 기본형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므로 그 구조의 패턴들은 닮을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