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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59 vote 2 2015.01.06 (18:30:18)

    

    세상은 에너지로 되어 있다. 충분한 에너지만 있으면, 그리고 그 에너지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문제는 첫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며, 둘째 에너지를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이며, 셋째는 에너지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석유가 쏟아지기를 고대하는 수 밖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 세 번째 문제는 과학이 답을 내주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구조론이 답을 제시한다. 상황을 특정 형태로 세팅하면 에너지가 원하는 곳에 도달한다. 상황을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가? 동動의 동動으로 세팅해야 한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든 각운동량보존의 법칙이든 에너지가 사라지거나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에 없는 것은 B에 있다. 그런데 우리가 A와 B를 통합한 전체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에너지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에너지가 갑자기 생겨나는 듯이 보이곤 한다.


    그럴 리가 없다. 에너지는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관성의 법칙은 버스가 급정거할 때 누가 뒤에서 등을 떠미는 듯이 보이는 거다. 각운동량보존도 원리는 같다. 없는 힘이 문득 생겨나는듯이 착각된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그것은 에너지를 원하는 지점에 보내는 통제가능성이다.


    당구공을 쓰리쿠션으로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이유는 당구대의 사각형 형태 때문이다. 만약 당구대가 둥근 형태의 원형당구대라면 곤란해진다. 원형당구대를 직사각형당구대로 바꿔줘야 한다.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을 자기 습관에 맞게 설정해주듯이 설정을 잘해주면 한가닥 길이 열리는 것이다.


    늑대들은 사슴을 몰이하여 막다른 곳으로 유도한다. 늑대무리의 방법은 사슴이 중간에 방향을 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슴이 방향을 틀만한 지점에는 항상 늑대 한 마리가 지름길로 가서 대기하고 있다. 사슴은 그곳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지만 뒤에 오는 동료가 신경쓰여서 망설이게 된다.


    다음 커브를 기대하고 의사결정을 유보하다가 망한다. 늑대가 몰이를 해서 의도를 달성하듯이 우리는 환경설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스마트폰의 이용자 환경을 설정할 것인가? 구조론이다. 동적균형이다. 대칭과 비대칭이다. 의사결정원리다. 동의 동이다. 이중의 역설이다.


    구조론은 에너지를 제공하지도 않고, 수능문제의 정답을 찍어주지도 않지만 당신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일러준다. 당신은 환경을 통제가능한 형태로 세팅해야 한다. 그 방법은 대칭을 쓰는 것이다. 대칭은 상부구조에서 대칭을 이룬 피아간에 토대의 공유로 가능하다. 사건의 원인측에 서는 것이다.


    세상은 에너지다. 문제의 해결은 그 에너지의 소모다. 그러므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 에너지가 없으므로 최적화 해야 한다. 스마트폰도 잘 만져놓으면 밧데리가 오래 간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A와 B를 연동시켜야 한다. A에서 남는 것을 B에 쓴다.


    관성의 법칙과 각운동량보존의 법칙은 시간을 쓴다. 시간은 순서다. 순서는 다음 단계다. 그것은 에너지가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댐에 든 물은 에너지가 가득하나 보이지 않는다. 고압선 속에 전기가 흐르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 관성의 법칙과 각운동량보존 법칙이다.


    A에 없는 것은 B에 있다. A와 B가 보이는 것이다. 마주보고 대칭되면 보인다. 사각형 당구대는 대칭되어 있으므로 보인다. 공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지 알 수 있다. 대칭구조로 엮은 다음 이쪽을 비우면 저쪽에 있다. 어부들은 이 방법으로 물고기를 몰이한다. 물고기는 그물로 이동해 있다.


    그러려면 자신은 대칭의 위에 있어야 한다. 상부구조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동이다. 사슴은 정이다. 사슴이 움직이면 동이다. 치타는 가만이 있는 사슴을 기습하지만 그것은 발이 빠르기에 가능한 거다. 늑대가 사슴보다 더 빠른건 아니다. 단 사슴은 직진만 하는데 늑대는 커브를 잘 돌 뿐이다.


    늑대는 동의 동을 쓴다. 일부러 사슴을 움직이게 해놓고 다시 커브를 준다. 가만있는 적을 치는건 정이다. 움직이는 사슴을 치타처럼 쫓는건 동이다. 사슴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건 다시 정이다. 사자들은 사슴이 물 마시러 오는 호숫가에 잠복해 있다. 그런데 사슴이 다른 호수로 가버린다면?


    ◎ 정 – 맹수가 힘으로 황소를 이긴다.
    ◎ 동 – 치타가 빠른 속도로 사슴을 추격한다.
    ◎ 동의 정 – 사자가 호숫가에서 사슴을 기다린다.
    ◎ 동의 동 – 늑대가 막다른 길로 사슴을 몰이한다.


    늑대는 사슴의 다음 동작을 예측한다. 어떤 것을 통제하려면 다음 단계를 예측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사건의 원인측이 되어야 한다. 다른 모든 방법들은 운이 좋아야 한다. 자신보다 약하거나, 느려야 한다. 늑대의 방법은 운과 상관없이 언제나 이기는 방법이다. 자신이 게임을 설계한다.


    사슴이 중간에 방향을 틀지 못하게 하는 관성의 법칙과, 외곽을 포위하여 거점을 장악하고 범위를 좁혀가는 각운동량보존의 법칙으로 늑대는 사슴을 몰이한다. 이때 A에 없다면 B에 있다는 절대적 확신이 필요하다. 사슴이 반드시 그리로 간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비로소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상대방이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대칭행동이 아니라 스스로가 판을 설계하고 가만있는 상대를 끌어내어 원하는 지점으로 보낼 수 있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할 수 있다. 선점할 수 있고 선제대응할 수 있다. 상대를 끌어내서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111.JPG


    챠우님 이야기에 괴벨스 이야기가 나왔는데 괴벨스의 수법은 속이는게 아니고 몰이하는 것입니다. 야바위들이 시골 할아버지에게 물품을 강매하는 것도 속이는게 아니라 일종의 몰이하는 방법입니다. 늑대가 사슴을 몰듯이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몰아붙이면 나가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물리적 폭력입니다. 주먹을 안 썼을 뿐 사실 주먹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 깡패짓입니다. 그들은 할아버지를 놔두고 할머니만 노린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제압하는 것입니다. 거짓말로 속인게 아니라 위축시켜 제압했으므로 강력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5.01.06 (21:20:43)

괴벨스가 야바위라는 점과 폭력의 구체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정희도 마찬가지고. 


페북에서 은근히 괴벨스를 천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던게 자꾸 찝찝함이 있었거든요.

이 글을 읽고 오늘 밤은 좀 편하게 잘 수 있을거 같네요. 


참고로 

길에서 어떤 사람이 갑자기 하늘을 볼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같은 곳을 보게 만들 수가 있는데,

한두 사람으로는 실패하고 세사람이(몰이꾼) 하늘을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 중 다수가 같은 곳을 바라보도록 만들 수가 있습니다.(EBS다큐) 여기서 3이라는 숫자가 흥미롭네요.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5.01.07 (08:08:28)

저는, 논문쓸적에 구조론의 대칭개념을 넣어서 효율을 톡톡히 봤습니다. 이주장 저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2개의 주장을 포괄하는 툴에 집중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죠. 확실히, 과학은, 2을 1로 묶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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