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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65 vote 0 2002.10.14 (14:02:42)

노무현 토론회는 보지 못했습니다. 정치에서는 항상 장점이 약점이 되고 약점이 장점이 됩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토론회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부시와 고어가 붙었을 때 토론을 잘하는 고어가 토론 때문에 깨졌죠. 고어가 토론을 걸면 부시가 회피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 토론내용에는 이기지만 승부에서는 지는거죠.

부시는 토론보다는 유머와 자신감으로 이미지를 포장하는데 치중했고, 고어는 말을 잘하다가 패널들과의 싸움에 빠져 토론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토론자가 말을 잘하면 패널이 토론자와 승부를 걸려고 합니다. 즉 토론자간 대결이 아니라 패널과의 대결이 되는 거죠. 고어는 패널들과 불필요한 싸움을 벌여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찍혀 버렸습니다.

항상 사전에 예상된 승부는 예상대로 되지 않습니다. 또 효과도 적지요.

이번 대선에서 토론의 이슈는 역시 이회창의 병역비리와 정몽준의 정경합작인데 토론에서의 방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요. 이회창의 경우 명백하게 병역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에 참말을 하는건 불능이죠.

정몽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가 공적자금 등으로 국민에게 빚을 터무니없이 지고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몽준은 국민 한사람당 100만원씩 줘도 그 빚을 다 갚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회창이 준비된 부패라면 정몽준은 확인된 부패겠지요.

노무현은 토론에서 약점이 없습니다. 솔직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토론을 잘하는 것이 감점요인은 아니지만 장점도 아닙니다. 그냥 본전이죠.

유머와 위트로 집권기간 5년 동안 국민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웃는 연습은 많이 했는가 본데 유머실력은 더 키워야겠지요.





세후보의 지지율이 큰 변동없이 교착되어 있다는 점이 유의미합니다. 이는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실제로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즉 정치는 후보 개인간의 대결이 아니라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인데 아직은 세력싸움이 붙지 않았다는 증거이죠.

세력싸움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사태를 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즉 유권자는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옳은가의 관점이 아니라 어느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가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선수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있는 거죠. 지금은 유권자가 본심을 밝히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거죠.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쯤 발을 빼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상황은 크게 유동적인 것입니다. 이는 태풍 직전의 고요와 같은 것입니다.






아래는 노하우에 올린 글입니다.

지지율 교착 - 태풍 직전의 고요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지지율의 교착상황이다. 그동안 지지율은 널뛰듯이 오르내리거나 또는 특정 후보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거나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변동해 왔다.

최근 한 달여 동안 각 후보의 지지율은 거의 교착되고 있다. 이회창의 지지율은 30퍼센트 선에서 정체되었고 정몽준의 인기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거 두달을 앞두고 세 후보의 지지율이 큰 변동없이 교착되어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이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실제로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아니라는 증거다.

정치는 원래 후보 개인들 간의 인기대결이 아니라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다. 아직은 세력싸움이 붙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세력싸움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선 몽준의 창당일정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된다. 현역의원은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몽준이 무능한 인물로 유권자에게 인상지워질 상황이다.

노무현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개혁세력은 결집되지 않고 있다. 개혁국민정당과의 관계도 모호하고 당명변경여부도 알수없다. DJ와의 관계정립문제도 불투명하다.

아직도 대선이 세력싸움으로 가지 않고 여전히 개인들의 인기 비교차원에 있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사태를 보려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유권자들은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옳은가의 관점이 아니라, 어느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가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그들은 링 위의 선수가 아닌 링 바깥의 관객의 입장에 서는 거다. 지금으로선 유권자가 본심을 밝히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에서 반쯤 발을 빼고 상황의 변동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아직도 상황은 크게 유동적인 것이다. 이는 태풍 직전의 고요와 같다.

대선이 현실로 다가오면 개인의 인기도비교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선거구도가 세력 대 세력의 사생결단으로 성격변화가 일어난다.

그 시점에서 판은 다시 한 번 크게 물갈이 된다. 변화는 며칠 사이에 순식간에 일어나 버리므로 대다수 유권자는 그런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한다.

그 시점에서 여전히 수면하에 잠복하고 있는 변수들이 일제히 수면위로 부상한다. 변수들은 이런 것이다.

1. 개혁세력은 어떤 식으로 이합집산하여 재편될 것인가?(재야의 비판적 지지냐, 국민정당과의 연대냐, DJ와의 차별화냐 따위들.)

2. 정몽준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므로서 유능한 인물임을 검증받을 것인가?(현재로는 정몽준의 입장은 장난반, 농담반, 진담반이다)

3. 병역비리의 이회창은 낙마하지 않고 완주할 것인가?

현재로는 이러한 변수들이 서로 충돌하여 교착된 상황이다. 이 변수들은 어느 시점에서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린다. 그 시점에서 후보의 인기대결은 지지자층의 세력대결로 성격이 바뀌면서 선거구도는 다시 재편된다.

이번 선거가 지난번 역대 대통령 선거와 다른 점은 이슈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역대 선거에서는 군정청산, 정권교체 등의 초대형이슈가 있었다. 선거구도도 일찌감치 확정되었다. 이번은 다르다. 대형 이슈가 없으므로 선거구도 확정도 늦춰진다. 지난 선거의 9월에 있었던 변화가이 이번에는 11월에 있는 식으로 된다.



[유권자의 입장에 대한 보충설명]
정치라 불리는 게임은 51 대 49의 황금률 만들기 시합이다. 현재로서 게임의 주체가 되는 여론조성 그룹은 가족, 동료, 친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권자들은 이 가족, 친지, 동료들로 이루어진 소그룹 안에서 다수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 3 : 3 : 2다.

여기서 소수자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 의사를 밝히면 그룹 내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소수자는 되도록 중간자 입장에 서므로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고 한다. 이는 부동표가 되거나 중간자를 대표하는 인물의 편에 서는 것이다.

현재로서 중간자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은 정몽준이다. 그러므로 정몽준의 인기는 진성이 아니다. 이는 지지지가 지지를 철회했을 때 가장 비난을 덜 받는 인물이 정몽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회창을 지지하거나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이 지지를 철회했을 때 받는 비난은 크고 정몽준을 지지하는 사람이 지지를 철회했을 때 받는 비난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진행되고 있는 후보간의 인기대결이 본격 선거전이 진행되어 세력대결로 가면 여론조성그룹에 성격변화가 일어난다.

가족, 동료, 친지들로 이루어진 여론조성그룹이 정당, 계급, 지역, 방송, 언론 등으로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누구 편에 서는 것이 소그룹 내에서의 왕따게임에서 손해보지 않는 선택인가의 관점을 버리고, 어느 세력권에 가담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유리한가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선거구도 재편이 이번 대선에서는 군정종식, 정권교체 등 과거에 있었던 대형이슈의 부재로 하여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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