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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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9370 vote 0 2012.10.21 (17:42:03)

박근혜는 516발언이 자신의 지지율에 별 영향을 못줄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 말은 맞다. 당장은 별 영향 없다. 그런데 이는 구조론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방향성이 정해졌다는게 중요하다.

 

방향성은 점점 세가 불어나는 것이다. 세가 불어날 때는 중간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유권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지만, 사회적인 발언권을 가진 중간그룹들에게는 지대한 영향이 있다.

 

박근혜표는 원래 무뇌표이므로 무슨 발언을 하든 영향이 없다. 그러나 반대쪽은? 반박으로 결집할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동정심 때문에 박근혜를 지지하던 중도파가 이탈할 빌미를 주었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박근혜표는 고정표다. 그러나 민주당표는 딜렘마표다. 민주당표는 젊은 표를 얻으면 대신 노인표를 잃고, 진보표를 얻으면 대신 보수표를 잃는 골아픈 딜렘마 상황이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는데 지난 총선에서 이 현상이 분명히 확인되었다. 서울에서 20대가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는데 부산경남강원에서 딱 그만큼 빠졌다.

 

문제는 구조의 조합이 잘 맞을 경우 딜렘마를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다. 예컨대 안철수는 젊은표+보수표다. 모순되는 두 방향의 표를 동시에 잡는다. 문재인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조합을 잘 맞추면 꿩도 잡고 매도 잡는다. 그게 방향성이다. 복지를 원하는 전통적인 민주당표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안철수표가 손을 잡는다는 거다.

 

안철수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충돌한다. 이쪽을 얻으려니 저쪽이 싫고, 저쪽을 잡으려니 이쪽이 튼다. 근데 말이다. 516은 아니잖아. 이건 공통분모다. 공통분모 확인할때 방향성 생긴다.

 

일단 공동의 적부터 퇴치하고..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일이 풀려가는 모양새다.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도 절묘한게 일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은 성장과 복지가 충돌할 때 ‘사람먼저’라는 제 3의 길을 제시한다. 일단 사람부터 살려놓고.. 박원순이 잘 보여주고 있다. 매년 겨울에 5~6명씩 죽어가던 노숙자가 지난해는 달랐다.

 

적어도 서울시민이 도움을 못 받아서 얼어죽는 사회는 아니어야 한다. 박원순이 해냈다. 이렇듯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고 이념노선의 모순이 있지만 일단 합의할 밑그림을 합의하자는 거다.

 

그게 방향성이다. 큰 걸림돌부터 제거하고, 기초부터 든든히 다지고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도 나가는 거다. 세부적인 모순은 구조론의 운영론을 구사해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면 된다.

 

박근혜는 개인이다. 개인은 결코 세력을 이기지 못한다. 물론 단기전이나 제한전은 개인이 빠른 의사결정능력으로 이길 수 있다. 세력은 의사결정이 더디다. 합의가 안 돼서 색깔을 못 낸다.

 

그러나 장기전이 되고 전면전이 되면 개인은 패배하게 된다. 무슨 뜻인가? 큰 싸움에는 시대정신을 잡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무엇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일까? 성장? 복지? 인권? 통일?

 

그건 알 수 없는 거다. 시대정신이 이거다 하고 깃발들면 백전백패다. 저녁이 있는 삶? 국민아래 김두관? 이런 슬로건에 답이 있다는건 착각이다. 진짜배기는 상호작용 속에서 끌어내어진다.

 

박근혜는 혼자이므로 맞장구쳐줄 파트너가 없어서 도무지 시대정신을 끌어낼 수 없다. 무엇인가? 시대정신은 무슨 나무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어떤 고정적인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에 있고 관계로 있고 상호작용으로 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바로 그것이 시대정신이 된다. 강준만이 혼자 ‘증오의 종언’이 시대정신이라고 떠들어도 씨가 안 먹힌다.

 

반드시 상호작용을 해야하고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라이벌이 있어야 한다. 경쟁구도가 있어야 하고 구조의 축과 대칭이 갖추어져야 한다. 시대정신은 두 사람의 대결과정에서 도출된다.

 

김대중과 김종필의 연합, 노무현과 정몽준의 연대, 박근혜와 이명박의 타협, 안철수와 문재인의 합의에서 그것은 도출된다. 왜? 반드시 그것을 이행하게 할 재갈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떠드는건 아무리 구호가 좋아도 시대정신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합의하되 한 명이 총대매고 한 명은 감시해야 그것을 관철할 구체적인 물리적 수단이 마련되며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박근혜표는 동정표가 많고 이들은 불쌍한 공주에게 표를 주지만 오만한 왕비를 보면 반드시 이탈한다. 표의 확장성이 없는 박근혜가 1퍼센트만 잃어도 그게 어디냐다. 근데 1퍼센트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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