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937 vote 0 2004.08.06 (21:57:01)

‘고상하다’ 혹은 ‘천박하다’ 이런 표현은 사실이지 좋지 않다. 봉건시대 먼저 신분상승을 이룬 사람이 밑에서 커올라오는 사람을 억누르기 위하여 쓰는 말투이다.

무리한 표현임을 알면서도 이 단어를 굳이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불식되어야 할 오해들이 있기 때문이다.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인간은 상승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상승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기를 잃은 즉 향기가 사라진다. 향기를 잃는 즉 죽음과 같다.

생기를 유지한다는 것, 싱그러움을 유지한다는 것, 선도를 잃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부단히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삶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나는 깨달았소’, 혹은 ‘나는 평정심이오’ 하고 오만한 표정을 짓고 나태하는 즉 향기를 잃는 것이다. 더는 울림이 없고 떨림이 없으리니 그런 식으로는 화석이 되어갈 뿐이다.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 눈빛이 살아있어야 한다. 시선은 촛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지 출동명령이 내려지면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물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구태여 경직된 자세로 있을 필요는 없다. 긴장해야 하지만 그것이 표정에 나타나서는 안된다. 능숙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이미 출동신호가 내렸는데도, 기어이 죽을 찬스를 만났는데도, 시대의 부름을 받았는데도,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신발이나 찾고 있다면 자격없다.

일평생 고상한 사람은 없다. 허나 그것이 비극임을 알아야 한다. 왜 일평생을 고상하지 못하는가? 평생을 걸만한 목표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시 반짝하는 영웅은 많다. 김일성이 39살에 죽었다면 체 게바라처럼 신화가 되었을 것이다. 체 게바라가 83살을 살았다면 그 역시 김일성이 되었을 것이다.

고상하다는 것은 그 고상함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멈추는 즉 생기를 잃는다. 생기를 잃는 즉 향기를 잃는다. 향기를 잃는 즉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 못한다.

타인을 유혹하지 못하는 즉 성별이 사라지고 점차 중성이 되어간다. 속물은 그런 식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의미없다.

언제든지 신이 그대 앞에 나타나 “지금이 그때이다.”하고 오더를 내릴지 모른다. 그 순간 당신은 소유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임무를 받아 나서야 한다.

그럴 수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출동준비는 되어 있는가?

눈 앞에서 아이가 자동차에 치려고 한다. 신은 1초의 머뭇거릴 여유도 주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릴 준비가 되어있는가? 마땅히 그럴 수 있어야 한다.

훈련되어야 한다. 상황을 당하여 “과연 지금이 그때일까?”하고 생각하면 이미 늦다. 당신이 대통령의 경호원이라면 저격범의 총구를 발견하는 즉시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야 한다.

이 한번의 조건반사적인 출동을 위하여 수천 수만번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자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지금이 그때이다.’ 신은 그대에게 오더를 내렸다. 출동이다.

출동하는데 성공했는가? 이미 저격범이 총구를 겨누었는데도 ‘과연 이것이 실제상황인가?’,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하고 두리번 거린다면 자격없다.

그 순간 그대는 온전히 혼자이다. 그 누구를 바라보아도 아니된다. 아기가 습관적으로 애절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그 습관을 버려야 한다.

엄마를 바라보던 세살 때의 습관이 굳어져서 자기도 모르게 무리를 바라보는, 자기도 모르게 ‘남들은 어떻게 하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그 나쁜 버릇을 폐기해야 한다.

누구든 그 자리에 멈추었다면, 어떤 대가(大家)가 일가를 이루었다는 이유로, 혹은 명상가가 깨달았다는 이유로, 스승의 위치를 점하고 안주하려 든다면 곧 생기를 잃는다.

부단히 상승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생을 걸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일생을 걸 목표를 얻은 자가 ‘천하인’이다. 세상 모두와 상대하는 사람이 세계시민이다.

언제든 신의 오더를 받는 즉 촌각을 머뭇거리지 않고 목숨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는 이가 일생동안 향기를 잃지 않는 바로 그 사람이다. 마땅히 그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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