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650 vote 1 2004.07.19 (12:00:59)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중에 원하던 행복을 얻은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은듯 하다. 그들이 불행해지는 이유는 갑작스런 수입을 어디에 쓸 건지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외제차를 사고 타워팰리스 진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눈물 지으며 말한다. 급우가 한눈에 알아보고 “너 로또지?” 하고 캐물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타워팰리스를 처분하고 캐나다나 호주이민을 알아보게 된다.

그래서 원하던 행복을 얻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왜 꿋꿋하게 국내에 남아서 버티지 못하는가 말이다. 인생은 승부다. 왜 그 승부를 이어가지 못하고 해외로 튀어야만 했는가 말이다.

세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로또에 당첨되었다면 그 돈을 어디에 쓸것인가이다. 과연 내게 이 많은 돈을 쓸 능력이 있는가이다. 돈을 값어치 있게 쓸 능력이 없다면 아예 바라지도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둘째는 그렇게 얻은 당첨금으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계급’이 드러난다. 계급사회라는데 그 계급이 어디에 숨어있나 했더니 타워팰리스의 “너 로또지?” 여기에 숨어 있었던 거다.

그렇다. 부자들은 100억이 생기든 천억이 생기든 얼굴표정 하나 안바꾸고 태연하게 살아내기에 성공한다. 해외로 튀지 않는다. 타워팰리스로 숨지도 않는다.

부자가 못되는 우리는 표정에서 금방 들통이 나고 만다. 어색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도 도둑이라도 된듯이 쫓기는 입장이 된다.

세째는 당첨된 이후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하는가이다. 당연히 그대의 불우한 시절을 알고있는 모든 친구들과 절교해야 한다.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싶다. 그대는 그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로또에 당첨되었다면 그대는 그 친구의 절교대상에 해당되는가 혹은 그렇지 않는가이다. 그대의 친구에 의해 절교대상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이다.

만약 그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그대와의 절교를 결정했다면 그대의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다.

마찬가지로 그대 역시 그대가 당첨되었을 때 그대의 수첩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들 중 몇이나 지우지 않고 남겨둘 수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도망치듯 수첩의 모든 이름을 지우고 해외로 튀어버리곤 한다. 그들은 실패자이다. 이 전쟁에서의 패배자이다.

그들이 예급된 수십억으로 해외를 여행하며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미 향기는 사라진 것이니 의미없다.

동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도모함이 있어야 한다. 친구로는 부족하다. 꿈이 없다면, 계획이 없다면, 야심이 없다면 어떤 경우에도 그대의 수첩에서 한 명의 이름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 둘 지워져서 스스로 고립되고 말 것이다.

이 전쟁이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 적은 계급이다. 적의 화장법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동지일 수 있는가이다. 그대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행복해 지는데 실패한다면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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