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652 vote 0 2004.06.04 (22:03:25)

아이소모피즘(isomorphism)이라고 한다. 구조동일성이다. 구조는 같고 소재만 다른 것.. 수학의 그룹이론에서는.. 서로 다른 두 그룹이 있다면 두 그룹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다른데 그 그룹의 핵심 정의에 해당하는 부분이 동일한 경우를 의미한다.

(수학의 그룹이론이 소립자간의 핵력과 같은 상호작용 연구에 응용되었는데 몇 가지 패턴그룹을 이용하여 양성자, 중성자 같은 핵자의 자기 모먼트 계산으로 입자계의 대칭성을 보여주는 등의 응용 예가 있다.)

예컨대 동일한 것을 좌표로 나타낼 수도 있고 수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여기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구조동일성을 읽는 방법을 터득하면(그것은 팩트와, 패턴과, 로직과, 매커니즘과, 패러다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당면한 문제는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컨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절대로 죽는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그러나 대개는 쓸데없는 만가지 걱정에 사로잡혀 있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적으로 늘 죽음 앞에 있다.

죽음이 실패라면 우리는 늘 실패 앞에 있는 것이다. 구조동일성을 간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잘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죽음 앞에서 죽음 그 자체만 직시하면 되듯이 우리는 늘 단 한가지 문제에만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마음은 훨씬 편해질 것이다.

공안을 이해하는 방법
좀 아는 사람들은 척 보면 알 수 있다. 모른다 해도 약간의 뇌가려움증이 느껴진다. 뭔가 정신이 번쩍 들고.. 긴장하게 되며 입이 간질간질한 뭐 그런 것이 있다. 그게 직관이다. 그 직관의 정체가 무엇이겠는가?

진짜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짜는 쉽게 확인된다. 전해져 오는 공안들은 그 걸러내기의 관문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확실히 뇌가려움증이 느껴지는 소재들이다. 대뇌의 직관력 부분을 담당하는 뇌세포를 흥분시키고 있다.

즉 인간의 뇌는 그러한 구조동일성에 반응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능력이 없다면 갓난 아이가 어떻게 말을 배울 수가 있겠는가? 아이는 말을 배우되 직관력으로 배운다. 걍 저절로 아는 것이다.

부모는 단어만 가르쳐 준다. 그 문법과 의미와 발성법은 스스로 터득한다. 아기 때는 그냥 ‘통’ 했는데 왜 지금은 저절로 ‘통’ 하지 않지? 아니다. ‘통’ 할 수 있는 능력이 그대 안에 감추어져 있다. 잘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직지인심이 조사선이다.
조사선은 간단하다.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不立文字, 敎外別傳, 直指人心, 見性成佛)이다. 여기서 핵심은 ‘직지인심(直指人心)’이다. 나머지는 수식어다. 직지인심은 무엇인가? 사물의 작동원리와 마음의 작동원리 사이에 구조동일성이 성립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작동원리를 파악하면 천하만물의 이치가 자동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공안은 그 마음의 작동원리를 깨닫게 하는 방아쇠다. 방아쇠가 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의 사슬에서 제 1원인을 노출시켜야 한다. 알려진 모든 공안들은 그 뇌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즉 ‘제 1원인’을 겨냥하고 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이 질문에 당신이 어떤 대답을 내놓던 간에 우리는 추가질문을 던질 수 있다. 즉 추가질문을 던질 수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면 그건 아닌 것이다.(모든 귀납은 추가 질문을 필요로 한다. 귀납은 결과에 대해 원인을 찾는 것이며 반드시 제 2, 제 3, 제 4의 원인이 있다. 예외는 없다.)

“조사는 머시기 하기 위해 왔을 것이다.”

하고 대답하면 반드시 추가질문이 들어간다.

“그 머시기는 해서 무엇하려고?”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미로에 빠져버린다. 이래서는 콜더의 모빌에서 그 맨 위의 매듭이 아니다. 콜더의 모빌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개의 막대기에 하나의 매듭이 묶어지고, 그 막대기의 양 끝에 주렁주렁 달리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구조동일성이다. 모든 모빌은 그 기본형태가 같다. 1억개의 모빌이 있어도 그러하다. 그 콜더의 모빌의 첫번째 매듭이 무엇인가?(모빌의 기본은 대칭성이다. 구조동일성은 기본적으로 대칭구조를 추적해 들어간다. (1.1)로 나타내어질 수 있는 좌표의 X.Y가 대칭을 이루듯이)

“뜰 앞의 잣나무로다.”

이것이 제 1원인인 것이다.(상대방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깐다.) 왜 제 1원인에 도달해야만 하는가? 바로 그 지점에서 연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제 1원인은 반드시 대칭의 X.Y를 통일하는 Z로 있다)

우리가 혼란에 빠져버리는 것은 대개 그 대칭(이항대립적 사고)의 혼란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 대칭의 X.Y를 통일하는 Z를 발견하므로서 극복된다.

정리하면

● 세상은 집합으로 되어 있다.
● 집합의 원소는 대칭구조를 이루며 그룹은 그 대칭의 양자를 통일한다.
● 콜더의 모빌과도 같이 상위의 그룹에 하위의 그룹이 종속된 형태로 구조화 되어 있다.
● 구조동일성을 이용하여 그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 1원인(연역의 출발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 구조동일성에 따라 우리는 언제나 단 한가지 문제에만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이 모든 논의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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